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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한국테러리즘연구소 최진태 소장

“해외 파견할 軍 테러부대 절실하다”

“납치된 재외국민 구출 임무 … 국민 동의가 선결과제”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해외 파견할 軍 테러부대 절실하다”

“해외 파견할 軍 테러부대 절실하다”
지난해 여름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렸던 한국인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 피랍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개인과 국가가 입은 손실은 너무도 컸다. 무엇보다 정부당국의 안일하고도 초보적인 테러 대응수준과 그에 대한 인식이 낱낱이 드러났다는 점은 큰 아픔이다. 대다수 국민이 ‘설마 이 정도밖에’라고 탄식했을 정도로 재외국민 보호와 테러대응을 관장하는 국가정보원, 외교통상부 등의 대응책은 전무했다. 관계부처 간 협조도 적절히 이뤄지지 않았다.

아프간 피랍사건 이후에도 한국인은 주요 테러 표적

그 여파는 국제 관례를 깨면서까지 무장조직과 수동적 협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부메랑으로 날아들었지만, 피랍사태가 마무리된 뒤 곧바로 대선정국이니 정권 인수니 하는 통에 국가 구성원들의 테러에 대한 위기의식은 아프간 사태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게 없다.

이처럼 ‘테러 불감증’ 조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시점에서 2월17일 국방부는 지난해 9월부터 재외국민 피랍사태에 대비한 군사적 대응방안을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의 이런 움직임은 아프간 사태와 같은 위기상황이 재연될 경우 외교 채널에만 사태 해결을 모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여론에 따른 조치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벌써부터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과연 국방부는 적절한 판단을 내린 것일까? 국내 테러전문가로 꼽히는 한국테러리즘연구소 최진태 소장(사진)에게서 이번 국방부의 테러대응 변화 움직임이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해 들었다.



-국방부가 해외 테러집단에 납치된 재외국민을 구출하기 위한 군사작전 부대 운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단 박수 칠 일이다. 이미 대(對)테러전이 제4세대 전쟁으로 규정되고 있는 만큼 군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탈냉전시대 이후 군의 역할은 많이 변했다. 전쟁을 수행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전쟁이 아닌 다른 차원에서도 국민 안전을 보호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군의 근본적인 존재 당위성은 변하지 않지만 세부적 구실은 여건에 따라 변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테러에서만큼은 우리 군이 상당히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이는 테러대응의 세부 활동이 외교부와 국정원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관련 기관들의 업무분담과 협조가 필히 요구되지만, 인질 구출 등 상황에 따른 즉각적인 반응이 용이한 군이 적과 전쟁을 하는 개념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 확보를 위해 본격적으로 테러대응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테러대응 군사작전 부대 운용의 연구 배경과 앞으로 군의 의지가 실행으로 옮겨지기 위해 선결돼야 할 과제는?

“국민 동의를 얻어야 하는 문제가 시급하다. 앞서 말했듯 테러대응은 전쟁 차원에서 고려할 대상은 아니다. 국방부 발표가 있고 나서 부정적 의견이 적잖게 나오고 있다. 실제 국민 대다수가 전쟁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다. 그러나 테러대응을 적과 전쟁하는 개념으로 봐선 안 된다. 국민 안전을 보호하는 예방활동임과 동시에 군사 외교 차원으로까지 확장시켜 생각해봐야 한다. 테러가 일어날 소지가 다분한 국가와 군사적 연결고리를 튼튼히 하고, 유사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을 구축하는 것이 연구에 착수한 배경이자 앞으로의 과제다.”

-일부에서는 국회동의 절차, 외교적 파장 등을 이유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테러대응은 전쟁 파병과는 다른 문제다. 테러가 일어나는 곳은 한국민이 갈 수 있는, 즉 상호 동맹관계나 이해관계가 있는 나라다. 적국이 아니다. 주권국가끼리의 군사적 다툼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 때문에 미리 테러 위험에 대비해 양국간이든, 다자간이든 집단안보 체제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테러가 발생하면 신속히 대응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미봉책으로 테러 발생국에 협조를 구하고 군 파견 동의 절차를 밟으려면 100이면 100 잡음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평시에 테러대응과 관련한 군사활동 협정을 체결하거나, 통보 절차만 남기고 우리 군이 언제든 테러 발생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두면 두 가지 문제는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오히려 국회동의 절차가 복잡할 경우 시간이 지연되고 정보가 샐 수 있는 여지가 더 커지지 않겠나. 국회동의 절차, 외교적 파장을 우려하는 건 군의 테러대응을 논의하는 데 쓸데없는 걱정일 뿐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테러대응 주무부서가 바뀌는 민감한 문제일 수도 있지 않나.

“누가 업무를 주도하느냐의 싸움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 국방부는 스스로 판단한 길을 걸어가야 하지만, 이를 부처간 자존심 대결, 부처이기주의, 힘겨루기 차원으로 바라보는 것은 좋지 않다.”

-어떠한 세부적 방법론이 필요할 것으로 보나?

“기업 진출과 여행객이 많은 동남아 국가, 그리고 아프간과 이라크 등 중동국가들을 중심으로 양자간 형태의 테러대응 시스템에 대한 합의가 절실하다. 특히 합동부대 편성 협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우리 군이 주력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미국처럼 군사작전 능력이 뛰어나면 모르겠지만 동남아 국가나 아프간 등은 아직 신뢰할 만한 수준이 못 된다. 어쨌든 테러 발생국과의 합동 테러대응 논의가 활발해진다면 그것으로도 테러억제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아프간 피랍사태로 한국인이 직접적인 테러 목표였음이 드러났는데, 아직도 정부나 국민의 테러 위험성에 대한 인식은 크게 제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이후 아프간 피랍사태를 포함해 30여 건의 테러사건에 우리 국민이 직·간접적으로 관여됐다. 2002년 인도네시아 발리 테러사건 때까지만 해도 한국인은 테러의 타깃이었다기보다 불행히 그 장소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화를 입은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9·11테러 이후 알 카에다의 2인자 알 자와리가 한국을 두 번째 테러 선호 대상국으로 지명하면서 상황이 급변했고, 이러한 흐름은 아직까지 감지되고 있다.

주요 테러조직들이 활동하는 국가에서는 한국인을 납치해 탈레반이나 알 카에다에 넘겨주면 한 명당 7000~1만 달러까지 받는다는 말이 여전히 나돈다고 한다. 말 그대로 한국사람 납치하면 팔자 고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노력은 전무하다. 국정원에서 위험지역에 대한 메일링 서비스를 해주는 게 고작이다.

일부 국민의 테러 불감증도 문제다. 최근 파키스탄 등 제3국을 통해 아프간에 입국하는 한국인과 단체가 늘고 있다고 한다.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아프간 등 테러 위험 분류국) 입국할 때는 별지에 비자를 받고 출국 시 떼어버린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를 위해 한국민이 테러조직에 납치됐을 당시의 행동요령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정부가 제공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하는데, 참으로 아쉽다. 제2의 아프간 사태가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은가.”

최진태



·1965년생

·영국 세인트앤드루스 대학교

정치학 박사

·해군본부 비서실, 해군참모총장 통역관

·대통령경호실 101경비단

대테러자문위원

·국가 대테러협상전문위원

·소방방재청 테러 안전분야 연구개발

(R&D) 기획 실무위원

·중앙소방학교 외래교수

·(사)육군발전협회 지상군연구소 연구위원

·현 한국테러리즘연구소 소장




주간동아 2008.03.11 626호 (p22~23)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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