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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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최고의 순간 만끽 행복한 골키퍼 커플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입력2008-02-11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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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니까. 사랑하니까 걱정하는 거고, 걱정되니까 슬프잖아. 그래도 사랑하는 걸, 사랑해야 하는 걸 어떡해!”

    정말 그랬다. 적지에서 일본팀을 꺾고 남녀핸드볼 동반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끈 대표팀 수문장 강일구(32) 오영란(36) 부부. 하루는 대표팀 문지기로 골대 앞에서, 하루는 관중석 대표팀 응원석에서 서로를 지켜보던 두 사람의 마음은 각자 미니홈피 대문에 올린 글귀와 같은 심정이었다.

    행여 실점하지 않을까, 공에 맞거나 상대 선수와 부딪쳐 크게 다치진 않을까 걱정되고 또 걱정됐다. 그래도 사랑하는 마음,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마음으로 두 손을 꼭 쥐며 서로 선전을 기원했고, 결국 그토록 바라던 베이징올림픽 출전의 꿈을 함께 이뤘다.

    부부의 활약은 눈부셨다. 오 선수는 일본전에서 상대의 10여 차례 결정적 슈팅 찬스를 온몸으로 막아냈으며, 강 선수 역시 17차례나 선방을 펼쳤다. 특히 대표팀에서 후보에 그쳤던 강 선수의 혼신을 다한 플레이는 감동 그 자체였다. 오 선수의 말이다.

    “(여자대표팀) 임영철 감독님이 경기가 끝난 뒤 저보다 강일구가 확실히 낫다고 놀렸어요. 사실 저는 신랑보다 나이뿐 아니라 경기 경험도 많아요. 남편은 그것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죠. 그래서 더 열심히 한 것 같아요.”



    그간 여자대표팀이 남자대표팀보다 국제대회 성적도 좋아 오 선수의 이름이 상대적으로 많이 부각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재경기로 열린 이번 올림픽 핸드볼 아시아예선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친 두 사람은 나란히 MVP에 오르는 영광을 누렸기에, 앞으론 두 사람의 이름이 따로 불릴 날이 별로 없을 듯하다.

    1999년 태릉선수촌에서 처음 만나 3년 연애 끝에 결혼한 이 부부는 막상 결혼을 하고 나니 애틋한 감정이 깨졌다며 엄살을 떤다.

    이제 이들은 올림픽 준비를 위해 태릉선수촌으로 들어가야 한다. 얼굴을 대하는 시간은 줄겠지만 잠시 잊고 지낸 애틋한 감정을 다시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부부가 함께 메달을 목에 거는 ‘부생순(부부 생애 최고의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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