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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대 특파원의 중국 차세대 지도자 열전|⑭ 왕강(王剛)

주도면밀한 장 前 주석의 대리 감시인

공산당 당무 핵심 중앙판공청서 22년 근무 … 실질 권력 줄어 영향력 점차 감소

  • 하종대 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주도면밀한 장 前 주석의 대리 감시인

주도면밀한 장 前 주석의 대리 감시인
왕강(王剛·사진)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사실 차세대 지도자라고는 볼 수 없다. 그는 지난해 10월22일 열린 중국 공산당 제17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승진해 새로운 정치국 위원이 됐지만, 올해 66세로 중국 정치권력의 심장부를 차지하고 있는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과 나이가 비슷하다.

후진타오(胡錦濤)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1942년 10월생인 그보다 생일이 두 달 늦고,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 또한 그보다 한 달 먼저 태어났을 뿐이다. 특히 차세대 지도자 시진핑(習近平)이나 리커창(李克强)보다는 9~11세가 많다. 따라서 그는 차세대 지도부가 구성되는 2012년 말엔 일선에서 은퇴해야 한다.

뒤늦게 국가의 ‘중앙 링다오(領導·지도자 또는 영도자)’ 집합체인 중앙정치국에 합류했지만, 그는 차세대(5세대) 지도부 일원이 아니라 후 주석과 똑같은 ‘현세대(제4세대) 지도자’인 셈이다.

후 주석·원 총리와 비슷한 경력

그의 경력도 후 주석, 원 총리와 매우 흡사하다. 그는 지린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벽촌인 간쑤(甘肅)성에서 건설공사장의 선전 간부로 9년간 일했다. 후 주석은 1974년부터 82년 12월까지 간쑤성 건설위원회의 비서와 부주임, 공청단(중국공산주의청년단) 간쑤성 위원회 서기로 8년을 지냈다. 원 총리는 지린대를 졸업하자마자 간쑤성 지질국에 배치돼 1982년 지질광산부 정책법규연구실 주임으로 부임할 때까지 14년을 오지인 간쑤성에서 일했다. 세 사람 모두 젊은 시절 산간벽지에서 고생한 셈이다.



‘왕강’이라고 하면 중국인들은 ‘다네이총관(大內總管·대내총관)’을 떠올린다. 다네이총관이란 청(淸)나라 때 황제의 비서실장을 가리키던 말이지만, 지금은 중국 공산당의 최고 권력기관인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실무를 총괄하는 중앙판공청 주임을 뜻하는 말로 바뀌었다. 중앙판공청은 중국 공산당 고위 영도자의 연설문을 작성하고 회의를 보좌하며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이 하달하는 각종 문건과 원고의 기초 및 개고(改稿), 교열 작업을 총괄하는 곳이다. 나아가 고위 영도자들의 안전과 의료를 책임지고 전국 당정 계통의 비밀통신과 비밀번호 관리도 맡고 있다.

따라서 중앙판공청 주임은 한마디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상무위원회와 중앙정치국의 모든 일상 업무를 보좌한다고 할 수 있다. 왕 위원은 1999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8년을 이 자리에서 일했다. 중앙판공청 신방(信訪·민원)국 부국장으로 일하기 시작한 때부터 계산하면 무려 22년을 중앙판공청에서 근무했다.

주도면밀한 장 前 주석의 대리 감시인

원자바오 총리(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있다.

중앙판공청 근무 시절 그가 모신 당 총서기만 후야오방(胡耀邦), 자오쯔양(趙紫陽),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 등 4명이다. 그가 모신 중앙판공청 주임은 왕자오궈(王兆國), 원자바오, 쩡칭훙(曾慶紅) 등 3명이다.

그가 이처럼 당무의 핵심기관이자 중앙 영도자들의 최고 보좌기관에서 오랫동안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그의 탁월한 업무처리 능력과 치밀한 성격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자신을 남에게 드러내놓고 자랑하기 싫어하면서도 안으로는 주도면밀하고 난관을 잘 헤쳐나가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견문이 넓어 박식하고 머리는 컴퓨터처럼 빠르게 돌아간다고 한다.

총서기가 나타나는 행사장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그는 조용히 미소만 지을 뿐 말이 거의 없다. 빈틈없고 성실하면서도 자신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그의 성격은 중앙의 고위 영도자들에게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왕 위원은 직접 발표한 문장도 매우 적다. 언론매체의 인터뷰에 응하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현재 25명의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가운데 그만큼 세상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3월 全大 끝나면 공위 서기도 내줘야 할 판

하지만 그가 수줍음을 타는 성격은 아니다. 중앙판공청 구내식당에서 주위 동료나 직원을 만나면 항상 그가 먼저 인사한다.

간쑤성 오지에 있던 그를 발탁한 사람은 중국 항일 혁명가이자 개국 원로인 왕펑(汪鋒·1910~1998)이다. 문화대혁명 시기 간쑤성 당위 제1서기로 쫓겨난 왕펑은 1977년 신장웨이우얼(新疆維吾爾)자치구 당위 제1서기로 옮겨가면서 정계 동료의 추천을 받아 그를 비서로 데리고 갔다.

항일투쟁 시절 저우언라이(周恩來)와 함께 시안(西安)사변을 해결하는 등 통일전선공작 부문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왕펑은 1981년 말 덩샤오핑(鄧小平)의 지시로 대만공작영도소조의 부조장을 맡았고, 왕 위원은 대만공작영도소조 판공실에서 처장급 비서로 함께 일했다.

1985년 초 왕 위원은 중앙판공청 신방국 부국장으로 영전했고, 94년 중앙판공청 부주임으로 승진하면서 쩡칭훙 당시 판공청 주임과 손발을 맞춘 뒤 99년 쩡 주임이 중앙조직부장으로 영전하면서 주임 자리를 물려받았다.

지난해 10월 17차 당 대회 직전 노른자위인 중앙판공청 주임을 후 주석의 수석 막료인 링지화(令計劃)에게 내준 그는 당 대회 직후 형식상으로는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했지만 실질적인 권력은 크게 줄어들었다. 당초 갖고 있던 중앙서기처 자리도 없어졌을 뿐 아니라, 올해 3월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가 끝나면 중앙직속기관 공작위원회(工作委員會·약칭 공위) 서기 자리도 링 주임에게 내줘야 할 판이다.

왕 위원은 올해 3월 제11기 전국인민대표대회가 구성된 뒤 성화런(盛華仁·73)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겸 비서장이 물러나면 그 자리로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 자리엔 원래 후이량위(回良玉·64) 부총리가 오기로 돼 있었지만 4명의 국무원 부총리가 한꺼번에 모두 바뀌는 것은 좋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왕 위원 몫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는 최근 이 자리마저 놓치고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전국위원회의 상무부주석에 내정됐다.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과 전국 정협 부주석은 모두 부총리급이다. 하지만 27개나 되는 정협 부주석직은 웬만한 명사라면 하나씩 꿰차는 자리로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직과는 ‘격’에 차이가 있다.

장 전 주석의 측근으로 후 주석 집권 1기(2002년 말~2007년 말) 때까지 계속 ‘노른자위’에 앉아 ‘장 전 주석의 대리 감시인’ 구실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왕 위원은 이제 후 주석의 친정(親政) 체제가 강화됨에 따라 조금씩 권력의 심장부에서 멀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왕강 프로필



·한족(漢族)

·1942년 10월생

·지린(吉林)성 푸위(扶余)현 출신

1971년 6월 입당

1962~1967년 지린대 철학과 전공

1967~1968년 배치 대기

1968~1969년 건공(建工·건축공정)부 7국8공사 선전과 간사

1969~1977년 건공부 7국 정치부 선전처 간사

1977~1981년 신장웨이우얼(新疆維吾爾)자치구 당위 판공청 비서

1981~1985년 중앙대만(臺灣)판공실 처장급 비서

1985~1986년 중앙판공청 신방(信訪·민원)국 부국장

1986~1987년 중앙판공청, 국무원판공청 신방국 부국장

1987~1990년 중앙판공청, 국무원판공청 신방국 상무부국장, 당위 서기

1990~1993년 중앙당안(?案·문서)관 상무부관장, 기관 당위 서기

1993~1994년 중앙당안관 관장, 국가당안국 국장

1994~1999년 중앙판공청 부주임, 중앙당안관 관장, 국가당안국 국장

1999~2002년 중앙판공청 주임, 중앙직속기관 공위(工委) 서기

2002~2007년 중앙정치국 후보위원, 중앙서기처 서기

중앙판공청 주임, 중앙 직속기관 공위 서기

2007~현재 중앙정치국 위원, 중앙 직속기관 공위 서기

제15기 중앙위원회 후보위원

제16, 17기 중앙위원회 중앙위원

제16기 중앙정치국 후보위원, 중앙서기처 서기

제17기 중앙정치국 위원




주간동아 2008.02.19 623호 (p46~48)

하종대 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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