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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창|‘아라비아의 로렌스’& ‘벅시’

척박한 사막도 인간 하기 나름?

  • 이명재 자유기고가

척박한 사막도 인간 하기 나름?

척박한 사막도 인간 하기 나름?

‘아라비아의 로렌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로렌스의 적은 사나운 터키 군대만이 아니었다. 끝없이 펼쳐진 중동의 사막도 그가 맞서야 하는 상대였다. 70mm 시네마스코프 필름으로 촬영된 이 영화에서 사막은 와이드 스크린을 그 가장자리까지 꽉 채우고도 남는다.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그 안에 있으면 보잘것없어 보였다. 아니, 형체를 찾기조차 쉽지 않다.

로렌스가 뒤처진 동료를 찾아 사막으로 들어갔다가 돌아올 때 화면 가득 펼쳐진 사막에서 로렌스의 모습은 처음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다 겨우 한 점이 되고, 그 점이 점점 커지면서야 인간의 형체를 드러내는 장면은 사막이라는 압도적인 공간 속의 인간의 상대적인 왜소함을 대비시켰다.

그렇게 광대할 뿐 아니라 척박한 땅. 이 저주의 땅에서 인간의 삶은 극한의 지경으로 내몰린다. 그래서 인간은 이곳에서 신을 찾게 되는 걸까.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모두 사막에서 태어났다. 성경이 ‘광대하고 무서운 광야’라고 한 것처럼 사막은 공포와 외경의 대상이었기에 종교적 신앙을 낳은 것이다. 초기 기독교의 교부들이 사막에서 수행했던 것도 신앙의 본향에 대한 귀향이나 다름없다.

만약 그런 사막에 속세의 낙원이 있다면 그 같은 아이러니가 또 있을까. 그러나 그 아이러니에 마력이 숨어 있다는 것을 라스베이거스가 보여줬다. 고립되고 혹독한 환경의 사막에 세워진 환락의 오아시스이기에 더욱 사람들을 끌어당긴다는 것을.

라스베이거스의 출생기랄 수 있는 영화 ‘벅시’에서 주인공 벅시는 애초 도박장을 하나 세우려는 생각 정도였다. 억수 같은 비로 엉망이 된 호텔의 개막식 날 비참하게 죽어갈 때 벅시는 지금과 같은 거대한 도시가 세워지리라곤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지금 중동 사막 속 작은 도시 두바이의 성공스토리가 세계적으로 경탄을 자아내고 있다. 그것은 실용성 이전에 사막이라는 공간에 대해 갖는 두려움과 외경심이라는 상징 코드를 공략했기에 가능했던 건 아닐까.

두바이의 성공에는 단순한 토건적 발상 이상의 미학적 상상력과 인문적 안목이 엿보인다. 그것이 오일달러보다 훨씬 더 위력적이었다.



주간동아 614호 (p84~84)

이명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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