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4

2007.12.11

10년 전 9명, 이젠 3500명 ‘막강 사단’

회사 급성장 로열티 강한 인재들 계속 유입 … 자산운용 ~ 해외사업 영토 확장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7-12-05 11: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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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박현주 사단’은 증권업계 돌풍의 주역 정도로 통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지존(至尊) 자리에 등극했다. 나아가 이들은 아시아 금융시장을 제패하겠다는 야심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1997년 7월 미래에셋이 첫발을 내디딜 때 이 조직에 속했던 사람은 불과 9명.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 그 수는 약 3500명으로 급증했다. 이렇듯 단기간에 팽창한 금융회사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역사가 일천한 조직임에도 ‘로열티 강한 인재’들이 지금도 끊임없이 미래에셋의 문을 두드린다는 점이다.

    33세 때 조직의 수장(동원증권 지점장)을 경험한 박 회장의 인재운용 철학은 “조직은 점에서 선, 면으로 발전한다”는 것. 비전을 공유하는 인재를 택해 그에게 일을 맡기고, 이러한 권한이양을 반복하면 자연스레 조직체계가 잡히는 동시에 더 넓게 확장된다는 것이다. 도원결의(桃園結義)에 동참한 창립 멤버에서 성장과정에서 합류한 후발 멤버까지 ‘박현주 사단’을 이끄는 핵심 인물들을 살펴봤다.

    10년 전 9명, 이젠 3500명 ‘막강 사단’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사장, 정상기 미래에셋맵스 사장, 윤진홍 미래에셋생명 사장(위 부터).

    1세대 최고경영자들

    박 회장은 동원증권에서 영업할 때부터 후배를 키우는 일에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 그는 “가장 보람 있었던 일 가운데 하나가 당시 내가 배출한 6명의 지점장”이라고 회고한다. 95년 강남본부장을 맡았을 때 발탁한 인물이 구재상 현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과 최현만 현 미래에셋증권 사장. 97년 박 회장이 미래에셋캐피탈을 설립하자 이들은 군말 없이 그의 뒤를 따라나섰다.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인 구재상(43) 사장은 미래에셋그룹의 핵심 브레인. ‘좌(左)재상 우(右)현만’이라 불릴 만큼 박 회장의 분신과 같은 존재다. 32세에 동원증권 최연소 지점장, 36세에 미래에셋 사장 타이틀을 거머쥐었을 만큼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1998년 이후 자산운용 부문을 맡으며 미래에셋 주식형펀드 투자 신화를 일궈낸 주역이며, 지금도 수십 조원에 달하는 미래에셋 수탁자산이 그의 손에서 움직인다.

    증권 부문을 책임진 최현만(43) 사장은 박 회장과 동향으로, 동양증권 시절부터 함께해왔다. 박 회장과 구 사장이 전공을 살려 자산운용과 투자에 집중해왔다면, 최 사장은 1999년 미래에셋증권이 설립된 뒤 증권 부문 경영을 도맡아왔다. 최 사장은 위탁수수료 중심의 증권업계 관행에서 벗어나 ‘종합 자산관리’라는 선진화된 모델을 도입했고, 후발 증권사로서 기업공개(IPO) 부문에서도 뚜렷한 실적을 보였다. 2000년 현대증권의 ‘바이 코리아(Buy Korea)’ 캠페인에 비견되는 2004년 ‘적립형 3억 만들기 펀드’ 캠페인이 그의 작품이다.

    정상기(48) 미래에셋맵스 사장은 향후 자산운용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할 대체투자(AI) 부문을 맡고 있다. 대체상품이란 부동산 펀드나 파생상품 등 자산운용 부문에서 역할이 기대되는 신사업. 역시 초창기부터 박 회장과 함께해온 정 사장은 2조원에 달하는 부동산 펀드를 성공적으로 데뷔시켰고, 해외 부동산 펀드를 잇따라 성공시키며 업계를 선도해왔다.

    이들 외에 8개의 미래에셋 계열사 대표 대다수는 확장 과정에서 영입한 ‘장수’들이다. 그룹의 새로운 성장축인 보험 부문을 담당하는 윤진홍(52) 미래에셋생명 사장이 대표적이다. 2001년 세종투신이 미래에셋에 인수되면서 합류한 윤 사장은 2005년 SK생명 인수 이후 보험 부문을 맡았다. 그룹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가장 연장자인 그는 발로 뛰는 저인망식 영업력으로 미래에셋 문화를 생명보헙업계에 성공적으로 접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의 최고경영자들

    10년 전 9명, 이젠 3500명 ‘막강 사단’

    손동식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 CIO, 윌프레드 시트 미래에셋 아시아·태평양지역 최고책임자, 버나드 임 미래에셋 싱가포르자산운용 CIO(위 부터).

    2006년 미래에셋자산과 미래에셋투신이 통합해 만들어진 미래에셋자산운용(대표 구재상)은 그룹 성장의 중심축이자 헤드쿼터다. 체계상으로는 구 사장이 진두지휘하지만, 실제로는 네 명의 부문장이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박 회장의 비전을 실천해나가고 있다.

    손동식(44) 주식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말 그대로 미래에셋의 국내 부문 ‘최고투자책임자’다.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출신인 손 대표는 외환위기 이전 장기신용은행에서 주식운용을 맡으며 금융가에 이름을 떨쳤다. 1998년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 실무를 담당한 투자사령관으로 인디펜던스, 디스커버리 시리즈의 성공을 낳은 실무 주역. ‘박현주-구재상-손동식’으로 이어지는 시장 예측능력은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채권 CIO인 김경록(45) 대표는 서강대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투자이론가다. 장기신용은행과 장은연구소를 거쳐 한국채권연구원에 근무하다 2000년 박 회장에 의해 미래에셋투신운용 대표로 전격 발탁됐다.

    마케팅은 고려대 출신 이철성(43) 대표가, 리스크와 경영관리는 연세대 출신 하우성(48) 대표가 맡고 있다. 이들 부문장 4명은 머지않은 장래에 미래에셋의 리더가 될 인물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4명 가운데 3명이 지금은 국민은행에 통합된 장기신용은행 출신이라는 것. 지역 안배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인데, 손동식(부산) 김경록(마산) 대표는 광주 출신이 주축을 이루는 미래에셋그룹 내에서 영남 인재를 대표한다.

    해외 부문

    미래에셋의 핵심 경쟁력은 꾸준히 해외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화제를 모은 인사이트 펀드 설립 역시 해외투자를 전담하는 외국인 투자 천재들의 영입 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에셋의 해외 전략은 철저한 현지화, 핵심 실행 전략은 현지 사정에 정통한 전문인력 영입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6월 아시아·태평양 주식운용본부장으로 선임된 윌프레드 시트는 베어링과 인베스코 등 선진 운용사에서 중국과 홍콩을 담당해온 투자전문가다. 싱가포르 지역 책임인 버나드 임은 미래에셋 싱가포르자산운용 CIO와 아시아 마켓을 책임지고 있다.

    유럽 지역은 멜론운용과 HSBC운용 유럽 본부에서 활약했던 호세 모랄레스 미래에셋 영국자산운용 CIO가 담당한다. 1998~2002년 중국 최고 펀드매니저로 선정된 리총, 템플턴 푸르덴셜 등에서 10여 년간 펀드매니저로 활동한 디페시 판데이 등은 지난해 미래에셋에 영입됐다. 미래에셋은 2006년 말 홍콩에 리서치센터를 세웠는데, 리서치본부장인 제임스 로버트 호럭스는 세계적인 투자기업 슈로더와 PCA 중국법인 CIO를 거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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