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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삼성타운, 6층 꼬마빌딩에 ‘쩔쩔’?

강남역 윤빌딩, 평당 1억2000만원 매각 요구도 거절하고 증축 추진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거대 삼성타운, 6층 꼬마빌딩에 ‘쩔쩔’?

거대 삼성타운, 6층 꼬마빌딩에 ‘쩔쩔’?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 3개 동 한가운데에 버티고 있는 ‘꼬마빌딩’(큐원 간판을 이고 있다).

서울 서초동 강남역 네거리를 지나다 보면 43, 34, 32층 등 ‘골리앗’ 빌딩 3채로 이뤄진 삼성타운 때문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런데 그 한가운데에 다시 눈에 띄는 작은 건물이 한 채 있다. 바로 ‘꼬마빌딩’으로 불리는 윤빌딩이다. 1999년 429㎡(130여 평)에 6층 높이로 지어진 이 빌딩은 유리로 장식한 초현대식 삼성타운(연면적 39만84㎡·11만8000여 평) 빌딩군 한가운데를 가르며 기묘한 부조화를 이루고 있다. 언뜻 보면 ‘알박기’를 해둔 듯하다.

이 빌딩에 얽힌 이야기가 흥미롭다. 삼성그룹은 1990년대부터 이 빌딩을 사들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법무사 출신인 건물주 윤모(85) 씨와의 협상에 실패해 결국 43층짜리 빌딩은 이를 피해 약간 기형적으로 설계됐다. 삼성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4월에도 한 임원을 통해 주인과 재협상을 시도했지만, 또다시 가격조율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 측에 따르면 당시 삼성 측이 제시한 가격은 3.3㎡(평)당 1억2000여 만원. 한 부동산업체에 따르면 이곳 일대는 개발 호기를 엿보느라 매물이 거의 없긴 해도 3.3㎡당 3억원까지 올랐고, 뒷블록은 3.3㎡당 9000여 만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윤씨가 건물을 팔지 않고 버티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동산 관련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는 “대단하다” “알박기다” “삼성이 팔라고 해서 꼭 팔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절대 알박기는 아닙니다. 법무사를 지낸 저희 아버지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던 이곳을 1976년 매입해 건물을 지었습니다. 당시 아버지는 인접 토지가 평당 10만~15만원일 때 이곳이 요지가 될 수 있겠다는 판단에 40만원을 주고 사셨습니다. 그런데 5공화국 때 이곳이 강남시외버스터미널 이전 예정부지로 묶이면서 20년 이상 재산권 행사를 못했습니다.”(윤씨 아들)

이후 윤씨는 예정부지로 묶이게 된 서초구 일원의 지주모임 대표를 지내며 권리찾기에 나섰다. 이 지주모임에는 삼성생명의 전신인 동방생명도 포함돼 있었다. 결국 윤씨 등은 자신의 땅을 지킬 수 있었기에 이 땅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



삼성과의 줄다리기가 무위로 돌아가고, 지난해 9월 윤씨 측은 이 건물을 15층으로 증축하기 위해 서초구에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구청은 “구조적 안전문제와 단독 개발시 인근 지역 개발에 따라 도시 미관이 저해될 수 있다”며 반려했다. 이에 윤씨는 서울행정법원에 반려처분취소 청구소송을 냈고, 올해 10월23일 승소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서초구 건축위원회 위원들의 의견에 따르면 구조적 안전문제는 충분히 검토됐다. 삼성타운과 조화를 위해서도 증축이 필요하며, 기존 낙후 건물이 오히려 도시 미관을 해칠 수 있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서초구는 11월 중순 다시 항소를 제기했다. 구청 담당자는 역시 “안전문제와 도시 미관 훼손 우려”가 항소 이유라고 밝혔다. 이에 윤씨 측은 “구청의 황당한 논리 탓에 재산권이 크게 침해당했다. 언제 될지도 모를 도로 확장설 때문에 증축 설계도 크게 줄였다. 구청과 담당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윤씨 측과 삼성의 미묘한 신경전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은 ‘꼬마빌딩’ 쪽에 옹벽을 세워 경계선을 분명히 했고, 윤씨 측은 “시야를 가리는 얄미운 짓”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이 건물이 15층으로 높아지면 삼성타운의 조망도 일부 가리게 된다. 이래저래 윤빌딩은 삼성의 눈엣가시다. 윤씨 측은 “삼성의 상징적인 빌딩에 걸림돌이 된다면 내줄 수도 있다. 적정한 가격을 제시하라”고 말했다.

강남역 일대는 삼성타운, 롯데타운, 신분당선 건설 등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제2의 명동 상권을 형성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삼성타운과 꼬마빌딩 이야기는 그런 장밋빛 기대감이 낳은 희한한 풍경이다.



주간동아 614호 (p36~36)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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