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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제위원 등 600여 명 한 달간 창살 없는 감옥생활

수능 문제 만들기 007작전 … 중병·부모상 외엔 외출 불가

  •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출제위원 등 600여 명 한 달간 창살 없는 감옥생활

출제위원 등 600여 명 한 달간 창살 없는 감옥생활
58만여 명의 수험생이 응시한 2008년 대입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11월15일 사회적 관심 속에 치러졌다.

수능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출제하는 것일까? 수능에 대한 높은 관심에 비해, 수능출제 메커니즘에 대해 알려진 바는 그리 많지 않다. 출제를 책임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출제 관련 내용에 대한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원가는 출제 경향 파악 위해 출제자 찾아내기 안간힘

보통 수능 한 달 전인 10월 초 출제본부가 꾸려지고, 300여 명의 출제위원과 150여 명의 검토위원, 보안요원 등 총 600여 명이 지방 모처(호텔이나 콘도)에서 한 달간 합숙을 한다. 외출이나 통신은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 유일하게 외출이 허락되는 경우는 입원이 필요할 만큼 중증의 질환에 걸렸거나 부모상(喪)을 당했을 때. 그러나 이때도 경찰의 동행을 조건으로 외출이 허락된다. 평가원 측은 “시험문제가 유출되면 사회적 파장이 엄청난 만큼, 무엇보다 보안이 중요하다”면서 “연속으로 출제위원에 선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시험이 끝난 뒤에도 자신이 출제에 참여했다고 공개하지 않는다는 서약을 받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평가원의 이런 노력에도 학원가는 “(출제자에 대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분위기다. 학원가에서는 해마다 “올해는 ○○○ 교수가 출제자가 됐으니, 그의 전공인 △△에 대한 내용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떠돌고, 이런 예상이 실제로 적중한 사례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는 것. 모 학원 강사는 이에 대해 “학원가의 명문대와 사범대 출신 인맥을 동원해 몇몇 (출제)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연락해보고, 한 달간 연락이 안 되면 알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사설교육업체와 출제자의 연결 가능성은 평가원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 가운데 하나다. 일례로 2004년 수능에서 한 입시 사이트의 스타급 강사가 출제위원에 포함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평가원 측은 논란이 됐던 출제위원 검증절차에 대해서는 현재 완벽하게 정비한 상태라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2004년 이후부터 연고에 의해 뽑던 평가원 자체 선발방식에서 공개모집을 통해 지원자를 모집해 인력풀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면서 “인력풀에 4000명 정도 확보돼 있으며, 매년 300여 명이 교체된다”고 설명했다.

“출제위원 세 번 연속 참여 금지, 수험생을 둔 출제위원 배제 등 출제 및 검토 위원의 자격 요건 검증체계를 철저하게 만들어놨다. 하지만 학원에서 개인적으로 인맥을 동원해 출제위원을 알아내는 일은 막을 도리가 없다.”

특정 사범대 출신 편중·합숙출제 한계 등 문제점 도마에

출제위원 등 600여 명 한 달간 창살 없는 감옥생활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사흘 앞둔 11월12일 인쇄공장 직원들이 수능 문제지를 트럭에 싣고 있다. 수송 트럭에 경찰관이 탑승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수능 출제자의 상당수가 특정 사범대 출신이라는 점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이와 같은 특정 대학의 출제자 독식에 대한 비판에 따라, 평가원은 현재 한 대학 출신이 전체 출제위원의 40%가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출제위원의 상당수를 일부 사범대 출신이 차지하고 있는 점은 여전하다. 인력풀 충원시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의 추천을 받는 경우가 흔한 만큼 사범대의 인적 네트워크가 여전히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출제 문화에 대한 연구’(2001)라는 논문을 통해 ‘수능 출제 과정에서의 비밀주의, 연줄망 문화, 관료주의’에 대해 분석한 바 있는 이혁규 교수(청주교육대 사회교육과)는 “사범대 출신이 출제 작업의 효율성을 높일 순 있지만, 우리와 타자를 구분하는 데 익숙한 한국 사회의 성격과 맞물려 특정 집단이 다른 집단을 배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신대 김종엽 교수(사회학) 또한 “출제자 선정이 네트워크를 통해 폐쇄적으로 이뤄지면 암암리에 고등학생들의 공부 폭을 좁히거나 상상력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문제은행 출제방식’을 꼽는다. 문제은행을 활용하면 다양한 문항 개발은 물론, 인력풀도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4년 평가원은 “2008년 수능부터 일부 과목에, 2010년부터 전 영역에 문제은행 출제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올해 수능에서도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렸다. 평가원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10년 걸려 문제은행을 구축했다. 우리 역시 5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출제자가 합숙이 아닌 재택을 하는 문제은행 출제방식 역시 논란의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많다. 중앙대 강태중 교수(교육학)는 “합숙 출제방식이든 문제은행 출제방식이든, 요는 좀더 편리한 관리방식을 찾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입시 과열상황에서는 어떤 시스템도 완전할 수 없다. 수능이 대학 입학의 주된 평가자료가 되는 한 수능 출제 및 관리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논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간동아 612호 (p28~29)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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