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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게릴라의 개성만점 배낭여행 (43)|中國 윈난성 ‘보이현 쓰마오’

맛과 향, 발효의 예술 보이茶 본고장

  • 글 안석현, 사진 김슬기

맛과 향, 발효의 예술 보이茶 본고장

맛과 향, 발효의 예술 보이茶 본고장

중국 윈난성 보이현의 ‘차밭’.

차마고도(茶馬古道)란 이 길을 따라 교역하던 마방(馬幇)이란 상인들이 중국 윈난성(雲南省)에서 생산된 차를 티베트 수도 라싸로 실어 나르던 험준한 옛길을 말한다. 물론 차의 이동은 티베트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멀리 인도까지 이어진다. 그럼에도 윈난성에서 티베트까지의 길만을 차마고도라고 부른다.

윈난성 남쪽 지방은 풍토와 기후가 차 생산에 적합하다. 그래서 예부터 많은 종류의 차가 생산됐고 주변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차가 바로 보이차(普珥茶)다.

차는 보통 잎을 말려 그 향을 음미하며 마시는 데 반해, 보이차는 건조할 때 발효과정이 추가돼 여느 차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보이차의 여러 의학적 효능이 밝혀지면서 인기가 날로 높아져 국내에서 품귀현상까지 보일 정도다. 보이차를 마실 때마다 ‘언젠가 보이차의 원산지인 윈난성 남부를 가보리라’ 다짐했는데 이번에야 그 소망을 이루게 됐다.

전날 늦게 쿤밍(昆明)에 도착해 양꼬치와 맥주로 허기진 배를 채운 일행은 아침 일찍 출발을 서둘렀다. 춘성(春城)이라는 별칭이 무색하리만치 쿤밍의 날씨는 쌀쌀했다. 그러나 보이차 밭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날씨는 관심 밖이었다.

고속도로 주변 풍경은 붉은 흙과 바나나 나무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중간의 휴게소는 2~3년 전과 달리 깨끗한 수세식 변기로 교체됐고, 눈에 띄게 중국 여행객이 많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 6시간을 달려 도착한 보이현의 쓰마오(思茅)는 여느 중국 소도시처럼 토목공사가 한창이었다. 10여 년 전 쓰마오를 방문한 적이 있는 일행 한 명은 그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도시 모습에 놀라워했다.
맛과 향, 발효의 예술 보이茶 본고장

짙은 갈색(오른쪽)이 고가의 숙차, 옅은 색이 생차다.

다음 날 보이차 판매상을 통해 소개받은 차 공장으로 향했다. 쓰마오에서 비포장 산길을 구불구불 40분쯤 운전해 가자 아담한 공장이 눈에 들어왔다. ‘지눠싼(基諾山)보이차’라는 개인공장이었는데, 주인은 차의 품질이 좋아 입소문으로 이곳을 찾는 이가 적지 않다고 자랑했다. 그는 보이차 만드는 복잡한 공정을 설명해줬다.



“먼저 수증기를 쐬어 순을 부드럽게 하고, 솥에 넣어 살청(殺靑) 과정을 거친 뒤 엽록소를 죽이는 유념, 햇빛에 건조하는 ‘일쇄건조(日灑乾燥)’를 한다. 그리고 차가 잘 뭉쳐지게 다시 한 번 수증기로 찐 뒤 자루에 차를 넣어 누르는 과정을 거쳐 자연발효를 하면 ‘생차(生茶)’가 만들어지고, 인공발효를 거치면 ‘숙차(熟茶)’로 변한다.”

매년 2~11월까지 채취 … 다이어트 효과 전 세계적 각광

보이차 만드는 과정을 견학하고 피로한 다리를 두드리며 쉬고 있노라니 사장이 새로 수확한 보이차를 권했다. 두 시간 넘게 여러 종류의 보이차를 시음하며 즐기는 호사를 누렸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보이차는 찻잎을 인공발효시켜 빠른 시간 안에 좋은 향을 내게 하는 ‘숙차’다. 50년 이상 자연발효한 ‘생차’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른다.

보이차는 매년 2월 하순부터 11월 중순까지 채취한다. 크게 봄에 따는 춘첨(春尖), 여름 시작 전에 따는 이수(二水), 가을에 따는 곡화(穀花)로 나뉘며 이중 춘첨과 곡화를 제일로 친다. 춘첨 중에서도 새순은 잎이 부드럽고 작아 우러나는 맛은 적으나 최고로 친다. 단, 일반 유통 때는 새순만으로 만들면 맛이 덜하므로 중간 크기 잎도 넣는다고 한다.

맛과 향, 발효의 예술 보이茶 본고장

차를 수확하는 농부들(왼쪽), 열대우림 속 ‘국가산림공원 접대소’로 향하는 길.

보이차를 만들게 된 유래는 차마고도의 험준한 여행길과 관련 있다. 한 상인이 말에 차를 싣고 라싸로 가는 중 차가 물에 젖었다고 한다. 여러 날 걸려 라싸에 도착해보니 차는 이미 다 썩어버렸다. 상인은 차를 버리기 아까워 한 모금 마셨는데, 향이 좋아 이후 일부러 발효를 시키는 과정에서 보이차가 탄생했다고 한다.

보이차가 명성을 떨친 시기는 청나라 초기다. 약 200년간 보이차가 유행한 이후 청나라 말기 사회적 혼란으로 차 소비가 줄어들었고, 198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보이차는 일반 차와 달리 따뜻한 음식이라 장을 보호하고 타닌 성분이 많아 나쁜 세균을 죽이며,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능이 있어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보이현의 여러 마을에서는 많은 양의 보이차를 재배하고 가공해 중국뿐 아니라 해외로도 수출한다. 차를 마시면서 차 공장 주인에게서 차밭과 고차수란 야생 차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곳을 찾아가기 위해 길을 재촉했다.

차 공장에서 한 시간 정도 산속으로 들어가니 갑자기 탁 트인 언덕이 보이면서 몇 겹으로 된 차밭이 시야 가득 들어왔다. 윈난성 남쪽 위엔양(元陽)의 다락밭과 견줘도 손색이 없었다. 차밭 사이로 난 구불구불한 길을 한 시간쯤 올라갔을까. 보이현에서 만들기 시작한 ‘중화 보이차 박람원(中華 普理茶 博覽園)’이 미완의 상태로 이방인을 맞이했다.

그곳에서 만난 한 현지인이 “계곡을 조금 더 올라가면 산 정상에 숙소가 하나 있는데, 사람이 살지 않는 빼곡한 열대우림이라 하룻밤 쉬기 좋을 것”이라고 말해 호기심이 생겼다. 그의 말대로 30분쯤 더 올라가자 정상이 나왔고, 깊은 숲 속 한가운데 ‘채양원(蔡襄園)’이란 이름의 ‘국가 산림공원 접대소’가 있었다. 숙소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울창한 풍경에 감탄하고 있을 때 갑자기 원시림에서 불어오는 안개바람이 일행을 감쌌다. 그 몽환적이고 기이한 느낌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멋진 체험이었다.

여행 Tip



[1] 고속도로와 고속화도로 통행료는 약 160위안(약 2만원). 휴게소가 주유소와 같이 있으며 쿤밍에서 쓰마오까지 6시간 걸린다. 아직 전 구간 고속도로가 완공된 것은 아니다. 쿤밍에서 보이현까지는 완공된 고속도로를 통해 편안하게 달릴 수 있지만, 보이현에서 쓰마오까지는 기존의 산길을 이용해야 한다. 쓰마오에서 징홍까지는 다시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2] 쓰마오는 최근에야 개발이 시작된 관광지로 온 도시가 공사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행기를 타면 쿤밍에서 40분이면 갈 수 있다. 차 박물관이 완공되면 이곳까지 버스가 운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는 여행사를 통해 자동차와 기사를 빌려야 하는데 하루 비용은 기사 포함 1800위안(약 21만원) 선이다.




주간동아 610호 (p96~97)

글 안석현, 사진 김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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