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5

2007.10.09

호평과 혹평 사이 ‘용꿈’이 현실로?

  •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기자

    입력2007-10-04 17:4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호평과 혹평 사이 ‘용꿈’이 현실로?
    한국 흥행 800만명, 역대 흥행 5위, 9월14일 미국 2275개 스크린에서 동시 개봉, 첫 주 미국 박스오피스 4위로 50억원 수익! 한국 영화 최초로 미국에서 와이드 릴리스(전국 개봉)된 영화 ‘디 워’는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0위권에 드는 성적을 거뒀다. 이것 역시 최초 기록이다.

    어린이용 코미디 영화를 주로 만들던 심형래가 어느 한국 감독도 이루지 못한 새 역사를 쓴 것은 아이러니다. 작가주의 감독이자 세계 영화제 단골 수상자인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미국 개봉 28주 만에 238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이 최고 기록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심 감독의 성공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강제규, 박찬욱, 봉준호 감독도 아직 ‘디워’ 같은 도전과 성취를 맛보진 못했다.

    심 감독이 최근 인터뷰에 나섰다. 국내에서 800만 관객을 돌파하고 미국 개봉을 앞둔 시점이었다. 국내 흥행이 사그라지면서 미국 개봉을 코앞에 둔 시점. 타이밍이 절묘했다.

    그동안 영화에 대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도 외곽에 머물던(물론 이는 언론의 시각이다. 그는 그동안 미국을 오가며 판권 계약 등을 진행하느라 하루 세 시간밖에 자지 못하는 강행군을 했다) 심 감독은 이틀간 언론과 원탁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심 감독을 향한 언론의 관심은 무척 높았다. 테이블에 앉은 그는 피곤해 보였고, 인터뷰 내내 유머러스한 표정도 짓지 않았다. 아니, 때때로 발끈하며 테이블을 손으로 치는 등 감정적이고 거침없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만큼 심 감독은 할 말도 많고, 마음도 답답했던 것 같다.

    한 시간여에 걸쳐 그는 질문을 받기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쉼표 없이’ 이어갔다. 그는 특히 ‘애국 마케팅’이라는 지적에 강하게 반발했다.



    “저는 애국자가 아닙니다. 그냥 내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미국 시장에서도 할리우드 영화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을 뿐입니다.”

    ‘눈물 마케팅’ 논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냥 ‘무릎팍 도사’에 나가서 과거 이야기를 하다 지난 6년간 고생한 일이 생각나 울컥했을 뿐인데, 그게 무슨 눈물 마케팅입니까?”

    내용이 빈약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렇게 말했다.

    “미국 시장에서 여름 특수에는 가족영화 PG-13등급 영화가 제일 인기가 높습니다. 세계 영화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에서 언어, 국가, 환경 등을 극복하고 온가족이 함께 우리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쉽게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심 감독은 이송희일 감독,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 등 영화·문화 관계자들이 자신을 비판한 대목에 이르러서는 참았던 감정을 억제하지 못했다.

    “제가 그래도 선배 아닙니까? 선배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이날 인터뷰에서 심 감독의 논리는 명확했다. 개봉 직전 벌어진 학력 논란, 영화의 CG, 제작비 문제, 스토리텔링의 취약성, 미국 개봉 여부 등 갖가지 부정적 여론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리고 자신이 애초 밝혀왔던 미국 시장 공략과 관련된 이야기에 전력을 쏟았다.

    ‘디워’ 미국 개봉 무난한 출발… DVD 배급계약도 성공

    “관객들과 우리 국민이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 미국 시장에서 할리우드 영화들과 힘겹게 경쟁하면서까지 한국 영화를 세계시장에 알리려 하는지를 말입니다.”

    이날 심 감독은 그간 이룬 결과물도 공개해 주목을 끌었다. 미국 소니 픽처스사와의 판권계약 합의서를 두 장 가져왔고, 함께 서명하는 사진도 공개했다. ‘디워’가 미국과 유럽, 아시아 주요국에서 DVD 배급계약에 성공함으로써 극장 시장보다 2.5배 크다는 판권 시장에서의 수익창출 성공 가능성을 더욱 높이게 됐음을 밝힌 것.

    심 감독은 인터뷰 내내 “국내에서 소모적으로 논쟁하기보다 차라리 미국 시장 공략에 최선을 다하자는 각오로 뛰어다녔다”고 말했다. 소니 픽처스사와의 계약 체결 당시 10명이 넘는 소니 측 변호사들을 상대로 계약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800장이 되는 서류를 준비했고, 최종 계약문구를 고치고 또 고쳤다고 한다.

    “이 정도의 한국 흥행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감사의 마음부터 전했다.

    “관객들에게 눈물나게 고맙습니다. 무대인사를 다니다 보니,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가 손잡고 영화를 보러 오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습니다. 영화가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대를 안겨준 게 아닌가 싶습니다. ‘디 워’를 보고 나서 용꿈을 꿨다는 (누리꾼들의) 댓글도 많이 올라왔습니다. 용꿈은 길몽이잖아요. 용을 용같이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용꿈을 꿀 수 있었겠습니까. 이런 성원을 발판 삼아 미국 시장에서도 반드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무모해 보이던 그의 도전은 차츰 현실화되고 있다. 코미디언 출신을 은근히 얕잡아보던 편견도 이제 씻겨나가고 있다. 그의 노력과 열정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