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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영미가 사랑하는 시

파라오 테티의 피라미드에서

파라오 테티의 피라미드에서

파라오 테티의 피라미드에서

파라오 테티의 피라미드에서
오! 오! 일어나라, 오 테티!

그대의 머리를 취하고

그대의 뼈들을 모으고

그대의 팔다리들이 한데 모여



그대의 육체로 땅을 흔들어라!

썩지 않는 빵을 먹고

쓰지 않은 맥주를 마시고

보통 사람들은 출입이 금지된 문에 서라!

문지기가 그대를 마중 나와

그대의 손을 잡고

그대를 하늘로, 아버지인 대지의 신에게로 인도하리,

그는 그대를 반겨 맞으며

그대의 손을 잡고,

그대에게 키스하고, 그대를 애무하며,

그대를 영혼의 세계로, 불멸의 별들에게 데려다주리

죽은 파라오를 부활시켜 신들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려는 목적을 담은 ‘주문’이다. 왕을 매장하는 장례 의식 중에 노래처럼 낭송되었다. 미라를 감싼 붕대가 하나씩 풀려 다시 살아 움직이는 육체가 되는 과정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제목이 없고 지은이도 모르지만, 내가 좋아하는 가장 오래된 시다. ‘시’를 쓴다는 자의식 없이, 현실적이며 동시에 종교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져 더욱 뛰어난 구체성을 획득했다. 그 옛날 이집트의 어느 장인이 믿었듯이, 썩지 않는 빵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테티(Pharaoh Teti ?~2333 B.C.)는 기원전 2345년경에서 2333년까지 이집트를 통치했던 제6왕조의 첫 번째 파라오다. 그리스의 역사가인 마네토(Manetho)에 따르면 테티는 그의 궁전을 지키던 경호원에게 살해되었다고 한다. 사카라(Saqqara)에 있는 왕들의 묘지에서 발굴된 테티의 피라미드는 입구 회랑 벽에 새겨진 ‘피라미드 텍스트(Pyramid Texts·왕이 내세에서 행복을 얻기 위해 만든 주문과 찬가 등을 모은 매장문서)’라 불리는 장례식 주문으로 유명하다.




주간동아 2007.10.09 605호 (p7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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