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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간통죄’ 죽느냐 사느냐

간통죄 없는 歐美에선 민사로 철퇴

이혼 시 엄청난 손해배상 … 한국도 폐지 땐 별도 억제장치 선행돼야

  • 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학 jamta@korea.ac.kr

간통죄 없는 歐美에선 민사로 철퇴

우리나라에서 간통죄 존폐 논란이 처음 있었던 것은 오래전의 일이며, 이 문제가 헌법재판소에 상정된 것도 벌써 네 번째다.

그동안 간통죄 존치론이 다수의 지지를 얻었고, 헌재 판결도 간통죄 규정의 합헌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일관돼왔다. 그럼에도 간통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이 법원에 의해 제청되고 세간의 관심이 여전히 높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간통 같은 사생활 문제를 형벌을 통해 규제하는 일이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폐지 목소리 높지만 부정적 파급효과 우려도 커

과거의 헌재 결정에서도 비록 간통죄 존치의 합헌성은 인정했지만, 입법자가 사회적 여건을 고려해 간통죄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간통죄 폐지가 가져올 부정적 파급효과를 우려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간통죄가 가정 유지에 큰 구실을 했고, 특히 약자인 여성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는 점은 널리 인정된다. 물론 이제는 여성을 더 이상 약자로 볼 수 없다는 점도 나름의 설득력을 갖는다. 또한 간통 때문에 엉뚱하게 법적 굴레를 쓰게 된 사람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구미(歐美)의 예에 따라 간통죄를 폐지하고자 한다면, 그 전제조건에 대해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간통죄를 형사처벌 대상에서 배제하는 대신, 간통이 발각돼 배우자에 대한 혼인상의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이 확인될 경우엔 민사상 배상을 철저히 인정하고 있다.

그 결과 간통한 사람은 이혼을 당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혼 시 엄청난 손해배상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간통 때문에 알거지가 된 사람이 적지 않다. 즉, 이들 국가에서는 간통이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간통을 허용 또는 묵인하는 것도 결코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간통죄 폐지를 마치 간통 자체를 허용하거나 묵인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듯하다. 우리나라 법원의 판결에서는 간통을 저지른 사람에게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들처럼 고액의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예가 거의 없다. 심지어 간통한 배우자에 대한 이혼청구에서 소극적 판례도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간통을 형벌로 규제하지 않으면 간통 자체를 사실상 허용하는 것처럼 오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간통죄 폐지는 시대적 흐름처럼 돼버렸다. 사실 간통 때문에 별거 중이거나 이혼을 준비하는 경우에도 여러 제약이 가해지는 등 불합리한 점이 적지 않다. 그러나 간통죄에 대한 형사처벌의 역할을 민사재판이 넘겨받기 전에 간통죄를 폐지해버린다면, 가정파괴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우려가 있다.

따라서 간통죄 폐지의 전제조건으로 간통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예를 들어 간통한 배우자에 대한 강력한 손해배상의 입법화 등)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겠다.



주간동아 2007.10.09 605호 (p46~46)

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학 jamta@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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