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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고대 안암병원 ‘로봇수술’ 메카로 뜬다

‘다빈치-S’ 도입 전립샘암, 직장암, 대장암 특화 … 환자 맞춤형 풀라인업 시스템 구축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고대 안암병원 ‘로봇수술’ 메카로 뜬다

고대 안암병원 ‘로봇수술’ 메카로 뜬다

다빈치 시스템을 이용한 로봇수술 모습.

어렵고 힘든 노동에서 벗어나 더욱 풍요로운 삶을 꿈꾸는 인간의 영원한 바람. 그 바람의 한 축을 지탱하는 것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로봇공학이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계라고 예외일까.

최근 국내 의료계에 로봇수술 열풍이 불고 있다. 로봇수술은 환자 몸속에 내시경 카메라와 로봇 팔을 집어넣은 뒤, 집도의가 수술도구 대신 로봇 팔을 원격조종하는 조종석에 앉아 수술 부위를 모니터로 보면서 조이스틱을 조작함으로써 수술을 진행하는 첨단 수술기법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수술용 로봇이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400~500대가 보급돼 있는 ‘다빈치 시스템(da Vinci surgical system)’이다. 다빈치는 조이스틱을 조작하는 의사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 수행한다. 로봇 팔이 4개인 데다 수술 부위를 3차원 입체영상으로 정밀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의사는 직접 수술할 때와 거의 비슷한 감각으로 수술에 임할 수 있다.

조이스틱으로 수술 진행 개복보다 훨씬 정교

다빈치를 이용한 로봇수술은 배를 여는 전통적인 개복(開腹)수술보다 훨씬 정교하다. 환자 몸에 지름 5~8mm의 작은 구멍만 3~5개 뚫기 때문에 개복수술 때보다 절개 부위가 훨씬 작고, 그만큼 출혈도 적다. 자연히 감염 위험성도 낮아 합병증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입원기간도 짧아 일상생활 복귀가 빠르다는 강점을 지닌다. 게다가 다빈치는 의사의 미세한 손떨림을 방지하는 기능이 있으며, 사람 손의 운동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로봇 팔을 이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각도에서 수술이 가능하다.



다빈치는 2005년 7월 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이 국내에 처음 도입한 이후 영동세브란스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서울아산병원,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등이 차례로 시스템 가동을 시작했거나 준비 중이다. 경북대병원, 원광대병원 등 지역 종합병원들도 앞다퉈 도입을 추진하는 등 로봇수술 열풍은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잡아끄는 곳은 다빈치의 업그레이드형인 ‘다빈치-S’를 도입해 지난 7월 개설한 고려대 안암병원 로봇수술센터. 안암병원 측은 이 센터를 전립샘암, 직장암, 대장암 수술 분야로 특화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는 이러한 암들이 로봇수술을 적용할 수 있는 최적의 질환인 데다,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성과와 수술 경험을 지닌 종양 전문 의료진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안암병원 측의 설명이다. 안암병원이 내세우는 로봇수술 의료진의 쌍두마차는 김선한 교수와 천준 교수.

외과수술의 세계적 트렌드는 ‘최소침습수술(MIS·Minimally Invasive Surgery)’로 집약된다. 다시 말해,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상처만 남기면서 미세한 도구를 잘 조작해 사람 몸속을 들여다보며 수술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같은 경향의 최전방에 자리한 것이 복강경(腹腔鏡)수술(배꼽 주위에 지름 1cm가량의 구멍을 뚫은 뒤 그 안에 내시경을 넣어 수술하는 시술법)인데, 대장항문외과의 김선한 교수가 바로 이 분야 전문가다.

김 교수는 복강경수술 분야에서 세계적 명문으로 꼽히는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첨단 시술법을 익히고 최우수외과연구원상을 수상한 뒤 귀국해 국내 복강경수술 보급에 선도적 구실을 해왔다. 아시아 최다 직장암 최소침습수술 기록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그만큼, 복강경수술과 방식은 비슷하지만 그 이상의 정교함을 지닌 로봇수술에 대한 노하우가 특별할 수밖에 없다.

똑같은 도구나 연장이라 해도 사용자의 숙달 정도에 따라 효과는 달라지게 마련이다. 로봇수술 역시 개복수술, 복강경수술 등 그 이전 단계부터 풍부한 경험을 축적해온 전문의가 맡을수록 효과가 배가되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로봇수술 담당의사는 기존의 복강경수술에 익숙해져야만 한다.

비뇨기과 천준 교수도 안암병원이 자랑하는 로봇수술의 최적임자. 전립샘암 분야에서 유전자 치료법으로 미국 특허를 취득한 뒤 그 사용권을 모교에 기부하고, 냉동수술 등 첨단 수술법을 두루 거친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다빈치는 특히 전립샘암 수술에서 진가를 발휘하는데, 이는 기존 수술 방식보다 10~15배 확대된 수술 시야를 제공하는 데다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로봇 팔 덕분이다. 따라서 좀더 정확한 시술이 가능한 만큼 전립샘암 수술 후 생길 수 있는 요실금, 발기부전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현재 전립샘암 수술의 60%가 로봇수술로 이뤄지고 있다.

고대 안암병원 ‘로봇수술’ 메카로 뜬다

집도의(왼쪽)는 조종석에서 로봇 팔을 조작한다. 오른쪽 환자 옆은 보조 의료진.

의료진 쌍두마차 김선한·천준 교수 명성

안암병원 측은 미국과 유럽에서 이미 인정받은 고려대 의대 비뇨기과의 첨단 시술법과 연구 역량이라는 토대 위에 다빈치라는 수술로봇까지 더함으로써 개복수술-복강경수술-냉동수술-로봇수술 등 전립샘암 분야에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환자의 연령, 병기(病期), 경제력, 종양 위치에 맞는 수술을 할 수 있는 환자맞춤형 풀라인업(Full Line-up)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개복수술의 많은 부분을 이미 복강경수술이 대체했듯, 로봇수술은 원격수술 등 차세대 첨단 수술기법으로의 진화과정에서 중요한 몫을 담당할 것”이라며 “복강경수술이 개복수술을 대체하는 데 10년 걸렸지만, 로봇수술이 복강경수술을 대체하는 데는 그보다 훨씬 짧은 기간이 걸릴 것”이라 내다봤다.

미국의 경우 로봇수술은 현재 비뇨기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의 수술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외국인들이 보기에 신기(神技)에 가까울 정도라는 젓가락 사용능력을 지닌 한국인의 미세한 손동작이 로봇수술과 결합해 보여줄 시너지 효과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고려대 안암병원 로봇수술센터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주간동아 604호 (p146~148)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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