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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EDITION|흑피옥 조각상의 진실

“유물 가치 밝혀지는 것은 시간문제”

흑피옥 수집가 김희용 씨 “ 인류사 바꿀 문화재 확신 그래서 중국 정부에 기증”

  • 하종대 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유물 가치 밝혀지는 것은 시간문제”

“유물 가치 밝혀지는 것은 시간문제”

흑피옥 조각상 수집가 김희용 씨.

“제가 미쳤습니까? 16년간 가짜를 수집하러 다니게.” “수집한 흑피옥 조각상이 가짜일 가능성은 없느냐”는 질문에 한국인 고대 유물 수집가 김희용(58) 씨의 답변은 단호했다. 절대 그럴 리 없다는 것이다. 그와의 인터뷰는 8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한 달간 7, 8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전화 인터뷰까지 합한다면 무려 50여 회에 이른다.

김씨는 대학 문턱에도 가지 못했다. 당초 잘사는 집안이었지만, 아버지가 광복 직후 좌익활동에 가담했고 6·25전쟁을 전후해 실종되면서 집안이 풍비박산났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말은 직설적이면서도 과격하다. 논리적 설명에 약한 편이다. 그가 수집한 흑피옥 조각상을 한국인 전문가들이 아예 보지도 않은 채 ‘가짜’라는 딱지를 붙인 것도 이 때문일 수 있다.

- 이 조각상이 진짜 유물이라는 사실을 무엇으로 입증할 수 있나요.

“그게 참 어렵습니다. 조각상에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법’을 사용할 수 있는 C14만이라도 붙어 있었으면 좋으련만, 불행히도 그게 없습니다. 옥은 C14를 함유하고 있지 않아 알 수도 없고요. 중국과 한국의 전문가들이 모두 ‘현장을 발굴해봐야 진짜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겠다’고 말하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저는 직접 현장에서 흑피옥 조각상을 발굴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누가 옥에 조각을 해서 본래 재료인 청옥이나 홍옥보다 낮은 가격에 팔겠습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죠.”



- 하지만 이는 흑피옥 조각상이 가짜가 아니라는 방증에 불과하지 않나요.

“맞습니다. 그래서 중국과 한국의 전문가들에게 세계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동으로 발굴해보자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중국 학자들과 전문가들은 저에게 ‘같이 가서 파보자’라고만 했지, 한 번도 정식으로 발굴단을 구성해 공동 발굴을 제의해온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직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정식으로 발굴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하니 이보다 더 반가울 수 없습니다. 발굴만 하면 이 흑피옥 조각상이 정말 고대 유물인지 아닌지를 가릴 수 있을 것입니다. 거기엔 시신도 있으니 연대 측정도 가능할 테고요.”

- 흑피옥 조각상이 대량 출토된 지역은 어디인가요.

“옥기가 출토된 홍산(紅山) 문화는 랴오허(遼河)에서 발원한 문명입니다. 마찬가지로 양저(良渚) 문화는 창장(長江) 하류지역에서 꽃피운 문화입니다. 그런데 흑피옥 조각상이 발견된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의 우란차푸(烏蘭察布) 지역은 이런 곳과 전혀 상관없는 지형입니다. 조각상들은 네이멍구 자치구의 해발 1500~2000m 고원지대에서 발견됐는데, 이 지역은 홍산 또는 양저 문화와 달리 강을 끼고 있지 않습니다. 베이징(北京)에서 서쪽으로 약 30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이 초원 지역은 인적도 매우 드문 편입니다.”

- 그 지역이 흑피옥 조각상이 많이 매장된 곳이라고 말하는 근거가 뭔가요.

“제가 도굴범들과 함께 현장에 갔을 때 사방 50km에 흑피옥 조각상이 발견된 것과 똑같은 고분들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며칠간 그 지역을 답사하며 직접 본 것만 100여 기에 이릅니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1000기 이상의 고분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반(半)직립인의 유물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뭔가요.

“흑피옥 조각상은 분명히 매장문화의 한 유물입니다. 직립보행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닮은 조각상을 만들면서 굳이 서 있는 다리 부분만 본래 모습과 다르게 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저의 추론일 뿐, 앞으로 논의돼야 할 부분입니다.”

- 수집 비용이 무려 40억원에 이른다고 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많이 들었나요.

“제가 중국에 자주 드나들며 돈을 하도 잘 쓰니까, 2004년 국가정보원이 제 뒷조사를 한 모양입니다. 혹시 간첩이 돼 공작금을 타 쓰는 것은 아닌가 하고요. 그때 국정원 관계자에게서 들은 얘기가 제가 1991년 1월부터 2004년까지 중국행 비행기만 무려 260번을 탔다고 하더군요. 이후에도 계속 흑피옥 조각상을 수집하기 위해 중국행 비행기를 탔으니 최근까지 적어도 왕복으로 따지면 600~700회 탄 것입니다. 또 조각상 가격은 1990년대 초반엔 100~200위안에 불과했지만, 이것이 흑피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1만 위안 이상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흑피옥 가격보다 운반비가 더 많이 들었습니다. 사람을 고용해 물건을 운반했는데, 흑피옥 조각상 가격보다 5~10배 더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숙박비와 교통비도 만만치 않았고요.”

- 흑피옥 조각상 수집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요.

“2001년 아내가 직장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후 아내가 세상을 떠나는 2002년 8월까지 아내의 병상을 지켰습니다. 아내가 세상을 뜨기 직전 ‘내가 아프니까 비로소 당신과 함께 있을 수 있네’라고 말했을 때 가장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동안 흑피옥 조각상뿐 아니라 청동기, 칠기, 도자기 등을 수집하러 중국과 일본을 정신없이 돌아다니느라 아내와 같이 있을 시간이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 거액을 들여 수집한 흑피옥 조각상을 중국 정부에 기증하기로 한 이유는 뭔가요.

“지난해 8월22일 흑피옥 조각상을 발굴하면서 지하 석실에서 조각상을 보는데, 순간 전율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 조각상은 나 개인의 것이 아니라 전 인류의 귀중한 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3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편지를 써 저의 흑피옥 조각상 520점을 기증하겠다고 제안한 것입니다. 특히 이 유물을 중국에 돌려줌으로써 묻힐지도 모르는 인류 역사의 위대하고도 새로운 사실이 빨리 구명됐으면 하는 바람이 컸습니다.”

- 기증하기로 한 흑피옥 조각상의 가치는 얼마나 되나요.

“흑피옥 조각상이 땅속에서 출토된 고대 유물이라는 사실이 인정된다면 부르는 게 값이라 할 수 있습니다. 25cm 크기의 작은 조각상 하나도 5억~10억원을 호가하지 않을까 봅니다.”

- 중국 정부에 바라는 것은 뭔가요.

“이 유물은 중국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국경과 민족을 초월한 인류의 귀중한 문화재산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이를 잘 관리해 후손(세계인)들에게 남겨주길 바랍니다.”

-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중국에 흑피옥 조각상을 돌려주기 전에 전 세계를 돌며 전시회를 열어 세계인에게 인류 역사의 새로운 발견을 알리고 싶습니다. 이 일이 끝나면 흑피옥 조각상처럼 인류의 새로운 역사를 장식할 또 다른 유물을 찾아나설 작정입니다.”



주간동아 604호 (p114~116)

하종대 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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