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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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지사형 vs 개혁적 신사형

손학규 vs 정동영 인물 비교 … 손 친화력, 정 대중성 최대 강점

  • 최진 고려대 연구교수 ·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

    입력2007-09-19 13: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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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적 지사형 vs 개혁적 신사형
    1950년대 초, 동네 어른이 잘생긴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장차 대통령감’이라고 말했다. 감격한 꼬마는 집에 돌아와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뒷짐진 양반걸음을 흉내내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커서 대통령이 될 거야.”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둘째 형 덕규 씨(예비역 공군 장성)는 지금도 동생의 그때 모습이 생생하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흐른 지금, 범여권 대선주자 손학규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다.

    심리학자 프로이트에 따르면, 어린 시절의 칭찬 한마디는 고래도 춤추게 할 정도로 평생 성장동력이 되는가 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상징물에 심리상태를 담기도 한다. 예를 들면 화사한 꽃은 시선을 받는 속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인터뷰 때마다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개나리꽃 색을 꼽고, 대학 시절 아내에게 개나리꽃을 선물해 ‘개나리 아저씨’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는 것만 봐도 그는 대중스타로서의 자질이 뛰어나다.

    손, 7남매의 막내 … 정, 5남매의 장남



    손학규와 정동영, 두 사람은 적과 동지의 이율배반적 속성이 강하다. 두 사람은 적(敵) 같은 차이점뿐 아니라 동지 같은 유사성도 많이 갖고 있다. 즉 어린 시절의 가족수난사, 가난, 귀공자 타입, 친노(親盧) 진영과의 대립 등 닮은 점이 많다. 하지만 9월 중순부터 시작된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서 혈전을 치러야 하는 맞수라는 면에서 본다면 출신 성분, 지지기반, 정체성 등 다른 점도 많은 편이다. 정치 스타일도 확연히 다르다.

    손 전 지사의 삶과 정치 스타일은 낭만적 지사형이다. 그의 낭만적 기질은 중·고교 시절의 밴드부와 연극반 활동, 영화 관람 취미, 조영남과 김지하 등 문화예술계 인맥, ‘딴따라 지사’라는 별명, 그리고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연극·영화계에 종사하는 두 딸과 사위에서도 잘 드러난다.

    낭만파의 주된 특성은 유랑이다. 심리학적으로 유랑은 방랑시인 김삿갓처럼 하나에 머물지 않고 여러 분야를 섭렵하는 경향이 있다. 손 전 지사 특유의 방랑 기질은 학창 시절부터 문화예술과 학생운동 병행, 대학 졸업 후 2년간의 도피생활, 장관 시절의 현장 위주 행정에 이어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경기지사 시절의 지구 10바퀴 순회기록과 민심 100일 대장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두 사람 모두 경제발전에 대한 비전 부족 최대 단점

    손 전 지사의 성장 과정은 크게 세 가지 특징으로 압축된다. 첫째,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자립심 배양이다. 1947년 경기 시흥 출생인 손 전 지사는 50년 초등학교 교장이던 아버지가 차량 전복사고로 갑자기 사망하는 일을 겪었다. 이후 가세가 급속히 기운 탓에 스스로 세상을 헤쳐나가는 생존 의지를 키워나갔다.

    둘째, 어머니와 누나의 보살핌으로 인한 감성적 세계관의 형성이다. 유소년기에 여성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 감성이 풍부하고 낙천적인 세계관을 갖기 쉽다. 그래서인지 동갑내기 부인이 ‘이상형’이라면서 당장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랑해요, 여보”라고 할 만큼 애정이 강하다.

    셋째, 형제관계 속에서 길러진 막내 기질이다. 그는 10남매 중 막내였지만 위로 3명이 사망해 7남매 속에서 자랐다. 심리학자 카디너에 따르면, 형제자매들과 부대끼면 친화력과 경쟁심이 길러지고, 특히 막내는 개척정신이 강하다고 한다. 그의 성격은 ‘언제 어디서든지 주인이 되라’는 뜻의 수처작주(隨處作主)라는 좌우명이 잘 말해준다.

    분위기 메이커인 그의 최대 장점은 친화력이다. 학창 시절에도 친구가 많았고, 군대 시절에는 “말뚝 박으라”는 권유를 받았을 정도로 잘 어울렸으며, 기자들과 우호적 관계를 맺어온 덕에 언론인 선호도가 늘 1위였다. 그가 한나라당 탈당이라는 원죄에도 변신에 성공한 배경에는 노선과 정파를 뛰어넘는 친화력이 크게 작용했다.

    정 전 의장의 삶과 정치 스타일은 한마디로 개혁적 신사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개혁성은 대학 시절 유신반대 투쟁과 민청학련 사건, 그리고 집권당 정풍운동과 열린우리당 창당 및 총선 진두지휘 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앵커 출신인 그는 대중스타형이다. 각종 이미지 조사에서 ‘정동영’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언론인이라는 사실은 방송기자 18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는 증거이며, 이는 곧 콘텐츠 부족 논란으로 이어진다.

    낭만적 지사형 vs 개혁적 신사형

    9월12일 울산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대통합민주신당 경선후보 5인.

    정 전 의장의 성장 과정도 세 가지 특징으로 정리된다. 첫째, 아버지의 사망으로 인해 성숙해진 점이다. 1953년 전북 순창 출신인 그는 고교 2학년 때 동네에서 ‘인기 면장’이던 아버지가 갑자기 사망하는 바람에 술, 새우깡, 라면으로 방황기를 때우며 인생에 눈을 떴다.

    둘째, 형제관계의 충격으로 인한 장남 기질이다. 그는 9형제의 다섯째로 태어났지만, 6·25전쟁 때 형 4명이 사망한 탓에 졸지에 5남매의 장남이 됐다. 그래서인지 그는 차분하고 어른스러운 장남 기질 못지않게 모험적인 중간자(中間子) 기질도 강하다.

    셋째, 오랜 방송기자 경험으로 인한 대중스타 이미지다. 정치입문 12년 만에 두 차례나 대통령에 도전할 수 있었던 원천도 바로 대중성 덕분이었다.

    그렇다면 손학규와 정동영의 최대 단점은 무엇일까. 왜 그들의 지지도는 한 자릿수에 머물면서 좀처럼 상승하지 않을까. 한나라당 탈당이라는 족쇄 때문에? 앵커 이미지 때문에? 아니면 반(反)노무현 정서 탓에? 물론 그런 면도 있겠지만, 핵심은 그들에게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국가발전 프로젝트, 즉 경제발전 비전이 부족하기 때문인 듯하다. 과거 경기지사 시절의 업적이나 개성공단처럼 ‘무엇을 했었다’는 과거형이 아니라, ‘무엇을 하겠다’는 미래지향적 국가비전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올 대선에서 국민이 원하는 지도자 모델이 ‘안정적 경제지도자’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런 대중심리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대항마가 되려면 하루빨리 대중심리의 바다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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