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4

2007.09.25

‘사내들의 꿈’ vs ‘해맑게 살다 가는 꿈’

  • 편집장 송문홍

    입력2007-09-19 13: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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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도 화끈한 복이 좋다. 맑아도 밋밋한 것은 싫다. 권력을 손에 쥐고, 미희를 옆에 낀 채 호기를 부리며 한 세상 건너가는 것은 이 세상 사내들이 꾸는 꿈이다. (…) 하지만 이조차 제대로 누리는 사람은 없고, 꼭 중간에 좌절하거나 끝이 안 좋다. 세상을 잊고 욕심을 지우며, 마음을 닦아 해맑게 살다 가는 꿈은 아무도 꾸지 않는다. 귀거래는 그저 바빠 죽겠다는 비명 속에서만 습관처럼 해대는 잠꼬대다. 세상은 그래서 날로 후끈 달아오르기만 한다.”

    한양대 정민 교수의 근간(近刊) ‘다산어록청상(茶山語錄淸賞)’을 후루룩 넘기며 요즘 세상을 후끈 달아오르게 한 ‘스캔들’의 주인공들을 생각해봅니다. ‘이메일 연서(戀書)’에 이어 여주인공의 누드사진까지 공개된 ‘신정아 사태’ 얘기입니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내’는 변양균 전 대통령 정책실장 한 사람뿐입니다. 하지만 그 외에 지금 불면의 밤을 떨면서 보내고 있는 ‘사내들’은 또 몇이나 될까요? 신씨는 미국으로 도피했습니다. 그러나 이 땅에서 수십년간 세속의 지위와 권위를 쌓아온 사내들은 어디 피할 데도 없습니다. 그들은 정녕 ‘끝이 안 좋으리라는 것’을 모르고서 그랬던 걸까요? ‘마음을 닦아 해맑게 살다 가는 꿈’을 꾸는 사회지도급 인사가 갈수록 희소해지는 듯해 서글퍼집니다.

    이번에 창간 12주년 기념 특대호 겸 추석 합본호를 냈습니다. 평소보다 한결 두툼해진 이번 호의 커버스토리로 ‘작은 부자론(論)’을 다룬 것은, 온 가족이 모이는 이 특별한 시기에 독자 여러분 모두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설계해보시라는 뜻에서입니다. 이는 작게는 개인의 행복을 위한 일이지만, 넓게 보면 우리 사회를 더 밝고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주변에 선(善)을 행하는 ‘작은 부자’가 100만명, 200만명으로 늘어나면 우리 사회의 ‘정신적 인프라’는 그만큼 더 튼튼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때마침 방한한 방글라데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와의 인터뷰도 일독을 권합니다. 유누스 총재는 빈민을 위한 무담보 소액대출 사업으로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분입니다. 그분의 숭고한 뜻이 독자 여러분의 가슴에 고루 전달돼, 풍성한 계절을 함께 누리지 못하는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내들의 꿈’ vs ‘해맑게 살다 가는 꿈’
    내친김에 하수상한 시절에 음미해볼 만한 정민 선생의 글 한 자락을 더 옮겨봅니다.

    “(…) 눈앞의 즐거움은 안 보이고 자꾸 남의 떡만 크게 보인다. 몸은 여기에 있는데 생각은 저기에 가 논다. 내 손에 쥔 것, 지금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를 잊은 지가 참 오래되었다. 더 가지고 다 가지기 위해 아등바등하다가 가진 것을 다 잃는다. 기쁨은 먼 데 딴 데 있지 않다. 즐거움은 코앞 발밑에 있다. 그것을 찾아라.”

    편집장 송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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