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1

2007.09.04

검은 고양이, 불안 바이러스를 퍼뜨리다

  • 이병희 미술평론가

    입력2007-08-29 17: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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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고양이, 불안 바이러스를 퍼뜨리다

    성유진 씨의 작품 ‘나의 방’(사진 위).<br> ‘blooming(활짝 핀)’의 일부(사진 아래).

    최근 많은 젊은 미술 작가들이 자신만의 캐릭터를 내세워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들은 캐릭터를 통해 화가의 초상이나 상상의 피조물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인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낸다.

    8월17일부터 부산의 대안공간 ‘반디’에서 전시를 시작한 작가 성유진 씨의 캐릭터는 ‘고양이’다. 그 고양이는 매우 독특하다. 털은 까맣고, 손가락은 가늘고 긴 데다 털이 거의 없어 신경질적으로 생겼다. 눈은 만성적인 불면증에 시달리는 것처럼 빨갛게 충혈돼 있고, 표정은 우울하고 피곤해 보인다.

    고양이는 가끔 책상이나 나무 등 주변의 사물들과 일체가 된다. 토막난 고양이 몸에서는 고통을 암시하는 듯한 무언가가 피어나기도 한다. 마치 불안 덩어리인 고양이가 일종의 바이러스를 주변에 감염시키는 것처럼. 그래서일까. 성씨의 전시작품 제목은 ‘불안 바이러스’다.

    성씨는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상의 전시도 병행하고 있다. 자신의 블로그가 전시공간이다. 성씨가 만들어낸 괴상한 고양이는 온라인을 통해 바이러스처럼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작가는 왜 하필 불안 바이러스를 만들어낸 것일까? 사람들은 또 왜 불안 바이러스에 쉽게 전염돼가는 것일까?



    불안의 원인과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어느 순간 그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눈이 충혈되고 만성피로에 시달리며 대인관계나 사회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된다. 온갖 신경이 곤두서서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과 근심 속에서 은밀한 혼자만의 환상이나 상상의 공간을 찾는다.

    불안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불안은 개인의 영혼뿐 아니라 개개인이 속한 사회 전체를 잠식한다. 때로는 사회의 기능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사람들은 그 속에서 극도로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모습으로 변해간다.

    어쩌면 그 모습이 스스로 새로워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순간인지도 모른다. 현실 속 갖가지 고통과 불평등, 불합리, 부조리를 해결하려는 사회 전체의 몸부림이 바로 불안의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8월31일까지.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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