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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중독녀, 럭셔리 메리!”

호주 출신 덴마크 왕세자비 사치 구설수… “국민 위해 왕실 존재, 세금 물 쓰듯 안 돼”

  • 비엔나=임수영 통신원

“쇼핑 중독녀, 럭셔리 메리!”

“쇼핑 중독녀, 럭셔리 메리!”

메리 왕세자비는 전용 헤어드레서, 메이크업 담당자, 스타일리스트 등을 둬 원성을 사고 있다.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그에게 향하는 세인의 관심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귀족 출신의 유치원 여교사와 영국 왕세자의 세기의 결혼은 전 세계로 생중계될 만큼 떠들썩한 사건이었으나 외도와 ‘맞’외도 등을 겪으며 파경을 맞고 말았다. 다들 알다시피 찰스 왕세자는 결혼 전부터 카밀라와 사랑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엄격한 왕실 전통상 귀족 출신 처녀 중에서만 배우자를 정할 수 있었고, 그래서 카밀라가 아닌 다이애나와 결혼할 수밖에 없었다.

언론을 통해 잇따라 밝혀진 찰스와 다이애나의 불행한 결혼생활, 그리고 다이애나의 비극적 사망은 유럽의 다른 왕실 후계자들에게 ‘나는 조건 아닌 사랑으로 결혼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2002년 네덜란드를 선두로 노르웨이 덴마크 스페인의 왕세자들이 왕실 전통을 깨고 모두 귀족이 아닌 평민 출신의 여인을 아내로 맞아들였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마찰이 있었다.

네덜란드의 경우 아르헨티나 출신의 막시마 왕세자비의 아버지가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시절 농업부 장관을 했다는 전력이 문제가 됐다. 노르웨이의 경우 미혼모 출신(?)인 메테 마릿 왕세자비의 마약복용 의혹 등이 집중 조명됐다. 스페인의 레티치아 왕세자비는 이혼 경력이 있는 뉴스 아나운서였다. 이들이 결혼하기까지는 수많은 난관이 있었으나 왕세자들이 하나같이 사랑을 위해서라면 왕관까지도 포기하겠다는 자세로 돌진, 결국 국회 승인을 얻어 웨딩마치를 울릴 수 있었다. 그렇게 힘들게 결혼한 만큼 이들 왕세자 부부는 현재 아들딸 낳고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잘 살고 있다.

이웃 나라 왕세자비들이 과거의 얼룩으로 상당한 신고식을 치른 반면, 호주 출신의 메리 왕세자비는 대학교수의 막내딸로 평범하게 자라나 무난히 덴마크 왕가에 입성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요트 선수로 참가한 덴마크의 프레드릭 왕세자는 시드니의 한 술집에서 메리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졌고, 이 둘의 ‘올림픽 사랑’은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그러나 최근 메리 왕세자비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언론에 공개된 왕실 전용액의 세부명세서. 왕실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매년 전년도 지출명세서를 공개해야 한다. 공개된 명세서에 따르면 덴마크 왕세자비 부부는 연간 200만 유로(약 26억원)의 세금을 생활비로 받는데, 메리 왕세자비는 한 해가 다 가기도 전에 이 어마어마한 돈을 모두 써버렸다고 한다.

메리 왕세자비는 전용 헤어드레서, 메이크업 담당자, 스타일리스트, 개인비서를 두고 있다. 호사가들은 그녀의 개인비서의 주업무가 “메리 왕세자비의 쇼핑백을 들어 나르는 것”이라고 비꼰다. 명품 의류와 모피코트를 좋아하는 메리 왕세자비는 특히 핸드백과 구두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최근 한 구두가게에서 그녀는 단번에 7000유로(약 1000만원)어치의 구두를 사재기했다고 한다. 덴마크 언론들은 쇼핑 중독 증세를 보이는 메리 왕세자비를 빗대 ‘럭셔리 메리’라는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으며, 심하게는 ‘스칸디나비아의 이멜다 마르코스’라고 악평했다.

결혼한 지 3년, 덴마크어도 못해

“쇼핑 중독녀, 럭셔리 메리!”

2005년 호주를 방문한 프레드릭 왕세자(왼쪽)와 메리 왕세자비.

덴마크인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이런 국민 사이에서 결혼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덴마크어를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메리 왕세자비에 대한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네덜란드의 막시마 왕세자비는 왕세자와의 열애 당시부터 열심히 네덜란드어를 배워 약혼 발표 기자회견 때 완벽한 네덜란드어를 구사해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막시마 왕세자비는 결혼 전 국제은행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빈민을 위한 마이크로 크레디트(소액대출)를 지원하며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가난한 미혼모에서 하루아침에 왕세자비가 된, 현대판 신데렐라로 불리는 노르웨이의 메테 마릿 왕세자비도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국제무대에서 노르웨이를 홍보하는 한편, 유엔 에이즈 예방 홍보대사로 선정돼 아프리카 주민을 위한 자선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과부 사정 홀아비가 안다’고, 과거 가난했던 메테 마릿 왕세자비는 소외 계층을 돕는 데 적극적이라고 한다. 이제 노르웨이 국민 누구도 왕세자비의 과거를 문제삼지 않고 오히려 열광적인 사랑을 보내고 있다.

덴마크 국민은 메리 왕세자비도 이제는 머릿속에서 패션을 지우고 이웃 나라 왕세자비들을 모범삼아 달라지기를 바라고 있다. 대중 앞에 예쁜 모습을 보이려는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왕세자비의 역할이 왕실의 광고모델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덴마크 기자는 메리 왕세자비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이 왕실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왕실이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 국민 세금으로 먹고사는 왕족은 덴마크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것이 지상 과제라는 것이다.



주간동아 2007.09.04 601호 (p68~69)

비엔나=임수영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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