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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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이익창출의 핵심 중 핵심

  • 입력2007-08-22 13: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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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격은 이익창출의 핵심 중 핵심

    스타벅스의 성공은 기업의 이익창출에서 가격책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업종을 막론하고 기업의 이익을 창출하는 요인은 원가, 매출, 가격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과 외국의 많은 기업은 리엔지니어링, 6-시그마 등의 기법을 쓰며 원가를 내리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적극적인 해외진출 등의 방법으로 매출을 늘리는 데도 힘을 쏟았다. 하지만 가격을 현명하게 책정함으로써 이익을 올리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많이 하지 않았다. 아래 사례들을 보자.

    쪾2005년도에 파산할지 모른다고 하던 미국의 GM은 할인액을 줄이는 방법으로 값을 18% 올렸다. 그랬더니 매출은 7% 줄었지만 이익은 328%나 늘어났다.

    쪾일본의 대표적인 기업 도요타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12%다. 그러나 도요타는 경쟁사보다 값을 높게 매길 수 있기 때문에 이익점유율이 33%에 이른다. 예를 들면 도요타의 코롤라(Corolla)와 GM의 지오 프리즘(Geo Prizm)은 사실상 똑같은 모델이다. 그러나 코롤라의 값은 지오 프리즘보다 18% 높다. 그런데도 코롤라는 지오 프리즘보다 2.5배나 많이 팔리고 있다.

    쪾삼성전자의 2006년도 외형은 85조원, 영업이익은 9조원이므로 영업이익률이 9.3%다. 따라서 삼성이 값을 2%만 올린다면 이익은 21.5% 늘어날 것이다. 또 영업이익률이 5.6%인 현대자동차는 가격을 2% 올리면 이익이 35.7% 증가할 것이다.

    나는 이 같은 사례를 얼마든지 더 열거할 수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이런 이야기의 시사점을 아래와 같이 요약하려 한다.



    쪾이익창출 변수로서 가격의 중요성이 충분히 인식되고 있지 않다.

    쪾시장점유율보다는 이익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경영자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쪾따라서 가격결정의 전문화·과학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가격결정을 전문화·과학화할 수 있을까? 그 첫걸음은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에 대해 느끼는 값어치를 정확히 파악해 계량화하는 것이다. 웬만한 우량기업이라면 대체로 자사제품과 경쟁제품의 기술적 측면에 관해서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고객들이 느끼는 가치와 효용에 관한 지식은 놀라울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극소수 기업만 계량적으로 그런 효용과 가치를 평가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이런 귀중한 정보를 주관적인 느낌이나 짐작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내부 원가자료는 잘 정리돼 있다. 이렇게 기업이 원가 쪽에만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많은 잠재이익이 유실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예를 들어 값이 올라감으로써 생기는 공헌마진의 효과에 비해 규모의 경제는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다.

    최근 유럽의 어느 세탁기 회사는 한 모델을 750유로(약 90만원)에 50만 대를 팔까, 아니면 600유로(약 70만원)에 70만 대를 팔까 하는 목표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생산부서와 전략기획팀은 모두 공격적인 물량위주 정책을 지지했다. 그런데 경리팀의 한 사원이 간단한 계산을 통해 어떤 판매 시나리오가 전개돼도 150유로라는 공헌마진의 차이에서 오는 손실은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다른 많은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이 회사도 자사 세탁기를 가치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 소비자가 높은 가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제품과 가격은 밀접한 관계에 있으므로 가격책정은 이미 제품의 개발단계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잘못 만들어진 제품을 가격책정으로 구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제품개발 초기단계에서부터 소비자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자동차의 경우 연비, 디자인, 최고속도, 안전성, 승차감 등 각 요소가 어느 정도 고객효용을 낳는지 알아낼 필요가 있다. 그에 따라 고객효용 증대에 이바지하는 요소의 성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자동차가 설계돼야 한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비슷한 제품들의 효용을 다르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좋은 본보기가 바로 스타벅스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이 회사는 아시아 시장에서 현지 커피숍들보다 3~5배 비싼 값을 받고 있다. 또한 질레트(Gillette)의 마하3는 그 전에 나온 이 회사의 가장 비싼 모델보다 50%나 비싸다. 그럼에도 질레트는 1962년 이래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일은 왜 일어나는가? 그것은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의 효용이 정말로 높다고 생각하면 기꺼이 비싼 값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대로 소비자들이 느끼는 제품의 효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가격책정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어떤 제품에 대해 느끼는 효용, 즉 그것에 대해 지불할 용의가 있는 가격, 이른바 유보가격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점이다. 기업이 이런 유보가격의 차이를 잘 이용하면 이익을 크게 늘릴 수 있다. 그래서 가격책정의 중요한 기둥이 바로 ‘가격차별화’다. 이미 비선형 가격책정, 다차원 가격책정, 가격 번들링 등 각종 가격차별화 기법이 개발돼 있다. 기업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차별화 기법을 적절히 구사하면 이익은 올라가게 돼 있다. 나는 지금까지 가격책정 전문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이를 위한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이 글을 통해 경영자들이 전문적 가격책정의 시급성과 잠재력을 깨닫고, 그들이 원가관리와 판매 증진에 쏟았던 만큼의 관심과 노력을 이 분야에 기울이게 되기를 바란다.

    가격은 이익창출의 핵심 중 핵심
    유필화 교수는 서울대,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하버드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고, 독일 빌레펠트대학을 거쳐 현재 성균관대가 삼성그룹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도움을 얻어 설립한 SKK GSB(Graduate School of Business)의 부학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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