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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맛이야!|불과 고기

숯불로 화끈하게 익힌 고기 죽이네!

  •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foodi2@naver.com

숯불로 화끈하게 익힌 고기 죽이네!

숯불로 화끈하게 익힌 고기 죽이네!
요즘 외식업계에 ‘분자요리학’이 유행하고 있다. 분자요리학은 음식 재료를 자르고 굽고 끓이고 튀기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분자의 물리화학적 반응을 연구해 음식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런 개념으로 요리하는 것이 각광받으면서 ‘분자요리’를 내는 레스토랑이 최고 음식점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는 외신을 자주 접한다.

물리화학은커녕 원소기호도 헷갈리는 우리의 식당 주인과 주방장들은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싶을 것이다. 음식은 손맛이라고 배웠는데 그게 ‘침대’처럼 과학이라니! 그러나 사실 분자요리학이란 것도 고등학생 정도의 과학상식으로 조금만 지적 활동을 하면 쉽게 터득할 수 있는 것이다.

강한 복사열로 삼겹살 육즙 가둬 환상의 맛

자, 고기집 불을 과학적으로 탐구해보자.

고기를 굽는 방식은 열의 이동에 따라 크게 대류, 전도, 복사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대류는 열원에서 나오는 뜨거운 공기에 고기를 익히는 것을 말한다. 전도란 구이판에 올려 굽는 것이고, 복사는 열원에서 방사되는 열이나 전자파로 고기를 익히는 방식이다. 세 방식 중 대류와 복사는 불의 종류에 따라 어느 방식이 주가 되고 보조가 되기도 하는데, 대체로 가스는 대류, 숯이나 연탄은 복사 방식으로 굽는다.



가장 흔한 방식이 구이판을 이용한 전도다. 다음으로 복사, 대류 순이다. 직화로 구울 때 가스불보다 숯불로 굽는 고기가 더 맛있다. 여기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숯불은 열과 원적외선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순식간에 삼겹살의 속까지 익혀준다. 때문에 육즙을 온전히 가둔다. 그러나 가스불은 복사가 매우 적기 때문에 삼겹살을 일시에 익히지 못해 육즙이 빠져나온다. 따라서 맛이 없는 것이다.

이런 과학적인 설명이 없어도 숯불이 고기 맛을 내는 데 좋다는 것이 널리 퍼지면서 웬만한 고기집에서는 숯불구이를 한다. 그런데 숯불만 있다고 해서 고기 맛이 나는 게 아니다. 조그만 화덕에 숯 몇 조각 넣고 구우면 불판보다 못한 결과를 얻게 된다. 일단 숯불의 양이 많아야 한다. 그리고 숯불과 고기의 거리를 최단으로 해야 한다. 복사열을 강하게 해 순식간에 익혀야 제대로 된 고기 맛을 얻을 수 있다.

수원갈비의 원조 ‘화춘옥’은 이런 복사열의 원리를 잘 이용하는 식당이다. 좌우 길이 1m가 훨씬 넘는 커다란 화덕에 숯불을 잔뜩 넣고 고기를 구워내는데, 손님 테이블에서는 고기가 식지 않을 정도의 열만 제공한다.

불판으로도 복사열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두툼하고 널찍한 돌을 장시간 데우면 된다. 손님을 받기 전 돌판을 장작불에 데워놓았다가 내놓는 것으로, 10여 년 전 고양시 화정 뒷골목에서 시작된 ‘똥돼지구이’가 이 전략을 썼다.

값싸게 복사열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연탄이 그 주인공이다. 활활 타오르는 연탄 덩어리는 웬만한 숯불화로의 복사열보다 낫다. 그러나 연탄가스 냄새가 고기에 배는 것이 단점이다.

‘고기 굽기의 열역학’으로 볼 때 최고의 열원은 숯이다. 그러나 숯도 숯 나름이다. 숯은 왕겨를 압축해 만든 열탄(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고 동그랗게 일정한 모양을 하고 있어 일명 조형탄이라고도 한다), 숯가마 속에서 식혀 만든 검탄, 숯가마에서 빨갛게 불기가 남은 나무토막을 꺼내 흙을 덮어 만든 백탄으로 나눌 수 있다.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고 연기와 일산화탄소 발생량이 적은 백탄이 고기 굽기에 가장 좋다. 열탄은 숯가루로 일정한 모양을 만들기 위해 화공약품을 쓰는 탓에 숯이 타면서 나는 화학냄새가 고기 맛을 망친다.

최근 구이판 아래로 연기를 뽑아내는 식당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게 과연 숯불구이의 제 맛을 즐기게 하는 방식인지는 따져볼 일이다. 고기를 숯불로 구워 먹는 이유 중 하나는 고기의 기름이나 육즙이 숯불에 떨어지면서 피워올리는 연기가 고기에 배어 맛을 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연기를 밑으로 빼버리면? 옷에 냄새가 배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고기 맛을 버리면서까지 이럴 필요가 있나 싶다.



주간동아 2007.07.24 595호 (p86~86)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foodi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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