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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빨간 불’켜진 고교 국사교육

사회가 역사를 간절히 원했나

세계화 시대 정체성 확립 무엇보다 중요 … 이젠 대학도 수준 높은 교육 제공을

  • 안병우 한신대 교수·국사학 bwahn@hanshin.ac.kr

사회가 역사를 간절히 원했나

사회가 역사를 간절히 원했나

국사교육 강화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유수 사립대학들이 국사를 수능시험 필수과목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하기로 결정한 사실에 관해 몇 가지 생각해보자. 먼저 이 결정을 내린 과정을 보면, 이들 대학의 입학처장들이 이 문제를 놓고 협의한 건 분명하지만, 정부가 강제했다는 증거는 현재로선 찾을 수 없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의미가 있고 존중돼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왜 대학이 이런 결정을 내렸느냐 하는 점이다. 입학처장들은 세계화 시대, 다양성의 시대에 우리 역사를 잘 알지 못하면 자칫 정체성 혼란을 겪을 수 있으며,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국사과목 필수 지정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런 이유는 수긍할 만하지만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른 요인, 예컨대 사회 요구 등이 함께 작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과거 정당한 평가, 현재 비판정신 길러야

이번 결정은 역사교육 강화라는 사회 분위기와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2월 교육인적자원부는 역사과목 독립 등을 내용으로 한 중등학교 역사교육강화방안을 발표했고, 공무원시험 등에 한국사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시행하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도 주목받고 있다. 대학들의 결정은 이런 사회 분위기를 어느 정도 반영한 것으로 생각한다.

국사를 필수로 하는 데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이를테면 세계화 시대, 다양성의 시대에 세계의 지리·역사·문화 등을 더 배우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 걱정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반대론이 설득력을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학들의 결정이 완벽한 것인가? 역시 그렇다고 쉽게 대답할 수는 없겠다.



첫째, 정체성 함양이 목적이라면, 대학은 대학에서의 교육을 통해 정체성을 길러주기보다 고등학교에 책임을 떠넘겼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수능에서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요구하는 대학들이 과연 교양과정에서 한국사를 필수로 지정하고 있는가?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정말 국사교육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필수과목으로 요구하는 것이라면, 대학에서도 마땅히 수준 높고 바람직한 한국사 교육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둘째, 이 조치가 거둘 효과에 대해 살펴보자. 국사를 필수로 하면 수능시험에서 국사를 선택하는 학생 수는 늘어나겠지만, 과연 그것이 역사교육의 목표 달성에 얼마나 기여할 것인가? 한국사 교육은 한국사 전체의 흐름과 변화를 파악하는 능력의 함양을 중요하게 여기고, 역사를 배움으로써 오늘의 현상을 비판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안목을 갖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 그런데 수능시험에서 필수로 하는 것이 단편적인 사실 암기에 그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하지만 그런 점들을 고려해도 대학들의 이번 결정이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고등학교에서 국사교육의 기초를 제대로 쌓아야 대학에 올라가서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교육을 통해 사물을 보는 올바른 눈, 과거를 정당하게 평가할 수 있는 안목, 현재를 올바로 인식하는 비판정신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07.07.10 593호 (p44~44)

안병우 한신대 교수·국사학 bwahn@hansh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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