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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빨간 불’켜진 고교 국사교육

高1 교실 ‘국사 열공’ 발등의 불

서울 사립대 2010 수능 필수과목 지정 … 수업시간 부족에 범위 넓어 부담감 가중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高1 교실 ‘국사 열공’ 발등의 불

高1 교실 ‘국사 열공’ 발등의 불

2010학년도 수능시험에 대비해 일선 고교들의 국사수업 확대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2007학년도 수능시험 장면.

“(서울 지역) 7개 사립대 입학처장들이 모여 국사과목을 수능시험 필수로 지정해 인문사회계열 입시에 반영하자는 데 합의했다. 7개 대학별 입학위원회에 이를 안건으로 올려 확정지을 방침이다.”(5월22일 서강대 김영수 입학처장)

2010학년도 대학입시부터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겠다는 발표가 나온 지 한 달여. ‘발등의 불’이 된 국사교육 강화와 관련해 일선 고등학교에선 혼선이 빚어질 법하건만, 아직 가시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정중동(靜中動)이라고 하는 게 옳다.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등 7개 사립대 외에도 몇몇 대학이 ‘국사 수능 필수과목 지정’ 방침에 동참 의사를 표명하고 나서는 등, 이 같은 추세가 다른 대학들 입시에까지 확산될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서강대 김영수 입학처장은 6월22일 ‘주간동아’와의 통화에서 “사립대 입학처장들의 합의 내용은 확정적인 것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비록 충분한 준비 기간을 주기 위해 2009년까지 유예기간을 뒀다고는 하지만, 2010학년도부터 수능시험 사회탐구영역에서 국사를 선택하지 않으면 상위대학 인문사회계열에 입학할 수 없게 된 수험생들, 특히 현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이번 방침은 뜻하지 않은 복병임이 틀림없다. 현재 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대학은 서울대뿐이다.

6월 현재 고1 학생들의 국사교과 진도는 한창 진행 중. 하지만 학년 말에 진도를 끝내고 이들이 내년에 2학년으로 올라가면 국사를 선택하는 학생 수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고교 과정에서 국사교과는 1학년에 주당 2시간씩 필수과목으로 지정돼 있다. 반면 2, 3학년은 개항 이후 역사만 따로 떼어낸 한국 근·현대사를 선택과목으로 하고 있다. 이는 7차 교육과정 도입에 따른 것으로, 1학년의 경우 예전보다 국사 수업시수가 1시간 줄어든 것이다.

물론 2006년 교육인적자원부가 내린 권고사항에 따라, 정규수업 2시간 외에도 학교 사정에 따라 재량활동시간 중 1시간을 국사수업에 할애하는 등 실제로는 3시간 수업을 하는 고교도 열에 서넛 정도는 된다. 하지만 아직은 2시간 수업이 대세다.

이처럼 수업시수도 절대 부족하지만, 국사교과 범위가 워낙 넓고 암기할 내용이 많아 그동안 서울대를 지망한 학생 등을 제외하곤 학생들의 선택이 갈수록 줄어 이른바 ‘내신용 과목’이 되고 만 것도 큰 문제다. 수능에서 국사는 사회탐구영역에 속하는 11개 선택과목(윤리, 국사, 한국 근·현대사, 세계사, 정치, 경제, 사회·문화, 법과 사회, 한국지리, 경제지리, 세계지리) 중 하나다. 그러나 2007학년도 수능에서 사회탐구영역(4개 과목까지 선택) 응시생 가운데 약 22%만이 국사를 선택해 7번째 숭위에 그쳤다(2006학년도 31%로 6위, 2005학년도 47%로 5위). 국사과목이 갈수록 수능에서 점수를 받기 어려운 비선호 과목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일선 교사들에 따르면, 서울대를 지망하는 등 수학능력이 우수한 학생들이 국사를 선택하게 되면서 국사과목 자체가 재미있고 좋아서 선택한 기존 학생들조차 과목별 석차가 낮아질 것을 우려해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귀띔이다. 실제 국사를 선택했다가도 3학년에 올라가 모의고사를 몇 번 치러보고는 점수가 잘 나오지 않자 선택을 포기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고 한다. 국사를 ‘흥미의 대상’이 아닌 ‘시험 대상’으로만 접근해야 하는 데서 오는 부담감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흥미로운 과목으로 인식시켜야

중학교 과정에서 국사가 처한 현실도 별반 다르지 않다. 7차 교육과정은 중학교 국사를 사회과목의 일부로 통합해 2학년이 1시간, 3학년이 2시간 배정돼 있다. 종전엔 2, 3학년 때 독립과목으로 주당 2시간씩 수업을 했다. 초등학교에서도 국사는 5, 6학년 때 한 학기씩 사회과목의 일부로 다루고 있다.

이런 현실 때문에 이번 ‘국사 수능 필수과목 지정’에 대해 국사 담당 교사들은 국사교육 강화라는 취지엔 반가워하면서도, 한편으론 학교 현장 사정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내놓은 성급한 방침이라고 지적한다.

대전외고 국사담당 문경호(35) 교사는 “현재 국사 수업시수는 주당 2시간이지만, 교과서는 400여 쪽이나 되고 공부해야 할 내용과 분량이 방대해 국사교육을 제대로 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라면서 “이번 방침으로 향후 국사를 선택하는 학생이 대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사교육 강화를 위해 수업시수를 늘리거나 방과 후 수업을 개설할 수 있는 여건이 학교마다 달라 담당교사들이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현재 고1 학생뿐 아니라 향후 재수를 하게 돼 이들과 함께 다시 수능을 치러야 할 지금의 고2 학생들에게도 국사 선택 문제는 난제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사가 재미없고 따분한 과목이라는 고정관념이 학생들 탓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 중산고(강남구 일원동) 국사담당 김범석(39) 교사는 “국사교육 강화를 위해서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흥미로운 과목으로 인식시킬 필요가 있는데도 국사를 사회과목에 포함시키는 등 교육현실은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밝힌다.

교육부의 역사교육 강화 방안에 결과적으로 힘을 실어주게 된 이번 사립대들의 방침은 문제 많은 학교 국사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마련에 얼마나 보탬이 될까. 대입제도를 바꾸면서까지 신경 써야 하는 열악한 우리 국사교육의 현실. 그래도 이런 ‘국사맹(盲)’은 좀 심하구나 싶다.

“학생들의 국사 실력은 극과 극을 달린다. 역사 마니아 수준인 학생이 있는가 하면 6·25전쟁이 언제 발발했는지, 전라도가 한국지도 어디에 자리해 있는지도 모르는 등 역사와 한국지리에 대한 기본 지식조차 없는 학생도 한 반에 서너 명씩 꼭 있다.”(김범석 교사)

자, 이젠 국사 공부 좀 합시다!



주간동아 2007.07.10 593호 (p42~43)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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