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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창|‘스틸 라이프’

성장과 추락 … 중국의 두 얼굴

  • 이명재 자유기고가

성장과 추락 … 중국의 두 얼굴

성장과 추락 … 중국의 두 얼굴

‘황후화’

여기 두 개의 중국이 있다. 한쪽은 쾌속 항진하고 있는 중국이다. 무서운 기세로 급성장하는 경제, 넘쳐나는 돈을 주체할 수 없어 흥청망청하는 부유층이 ‘시장경제 만만세’를 합창하는 중국, 중국인들이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그 현기증 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화려한 성장의 그늘 속에 힘겨워하는 중국, 중국인들이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스틸 라이프(Still Life)’는 속도전에서 처지고 내몰리는 이들을 위한 애가(哀歌)와도 같다.

영화의 무대인 싼샤. 양쯔강의 거대한 물줄기를 막아 싼샤댐을 짓는 이곳에서 과거와 현재는 겹치면서 엇갈린다. 만리장성 이후 최대 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싼샤에서 집들은 부서지고 사람들의 삶은 물에 잠겨 사라져간다. 집 나간 아내를 찾으러 온 남자의 손에는 아내가 사는 곳의 주소가 적혀 있지만, 그 집은 이미 물속 저 아래에 잠겼다. 댐에 물이 가득 찼을 때 수위를 나타내는 156.3m라는 숫자는 지난 2000년간 이 땅에서 살아온 이들의 삶을 삽시간에 삼켜버리는 변화의 파고를 상징한다.

싼샤댐이 완공되기 전에 찍은 이 영화는 결국 싼샤의 마지막 기록이자 진혼곡이 됐다. 댐이 완공된 지금, 중국은 여전히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 멈춰 서서 돌아볼 틈 따위는 없다. 그 질주의 대열에서 깃발을 흔드는 이들 가운데 낯익은 사람이 하나 있다. 장이무 감독. ‘붉은 수수밭’ ‘국두’ ‘홍등’ ‘귀주 이야기’에서 사실주의적인 시선으로 중국 사회를 비판했던 장이무는 이제 놀랍게도 국가주의자로 변신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 정부의 대대적 지원을 받은 그의 영화 ‘영웅’이나 ‘황후화’는 사실 시대극이면서도 현대극이다. 중국이 최초의 통일을 이룬 진시황 때와 세계 제국의 위용을 과시하던 당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은 과거의 역사를 빌려 현재의 얘기를 하려는 것이었다.



중국인들은 지금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두 개의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택해야 할 처지다. 아니, 많은 사람들에겐 그건 선택이 아니라 어느 한쪽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해야 맞다.

‘스틸 라이프’에서 남자는 고향 산시로 돌아간다. 땀 흘려 정직하게 돈을 버는 것, 그건 사실 선택이 아니라 그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남자와는 반대로 남편을 만나러 싼샤에 온 여자는 남편에게 결별을 통보하고 상하이로 떠난다. 개방의 심장부이며 부유한 중국의 상징인 상하이로 떠나는 여자와 낙후한 서부 산시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남자. 두 사람의 엇갈린 행로는 지금 중국(인) 앞에 놓인 두 갈래 길, 상반된 현실의 은유다. 그 현실은 영화 속 싼샤의 그림 같은 풍경처럼 아름답지 않다.



주간동아 2007.07.03 592호 (p78~78)

이명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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