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0

2007.06.19

“토종 학벌도 다국적기업서 잘 통해요”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7-06-18 09: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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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종 학벌도 다국적기업서 잘 통해요”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협회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앞줄 가운데)이 협회 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어떻게 하면 다국적기업의 사장이 될 수 있나요?”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협회(KCMC)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김효준(50) BMW코리아 사장에게 물었다. 그는 이 질문에 답할 자격이 충분한, 여러 가지 의미로 ‘신화’적인 인물이다. 현재 약 200명의 BMW 그룹 산하 사장 중 10여 명의 비(非)독일인 가운데 한 명이며 유일한 아시아인인 김 회장은 해외교포도, 외국 명문대에서 수학한 유학파도 아니다. 덕수상고를 졸업한 뒤 직장에 다니다 한국방송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연세대와 한양대에서 각각 석·박사를 마쳤다. ‘수재’라는 점을 제외하면 보통 한국인이다.

    눈만 뜨면 ‘글로벌’을 외치는 시대에 토종 한국인으로서 38세 젊은 나이에 BMW 본사 임원으로 발탁된 그를 ‘모델’로 삼는 젊은이가 많은 건 당연한 일이다. ‘그가 어떻게 BMW 사장이 됐는지’가 ‘네이버 지식’으로 검색될 정도다.

    “가장 중요한 건 세계인적 관점을 갖는 것입니다. 한국 국민을 넘어서 세계적 관점에서 사고하는 시스템을 가져야지요. 전 호기심을 갖고 ‘배우기 위한 모험’을 하라고 말합니다. 둘째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인데, 외국어를 잘하느냐가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하고 설득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그는 이를 위해 인문학 관련서나 소설 등 비경영서를 통해 지적 모험을 하라고 조언한다.



    그가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KCMC는 한국에 진출한 6000개가 넘는 다국적기업 중 한국인이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120개 기업 경영자들의 모임이다. 1989년 결성 멤버인 정영달 고문은 “당시 우리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멤버였다. 그러나 외국인 CEO들이 단기간 실적을 높여 본사로 돌아가는 것이 목표인 데 비해, 한국인 CEO들은 그 기업이 한국에 뿌리내리게 하는 장기적 관점을 갖고 있었다. 또 그땐 ‘나랏돈 빼가는 회사 사장’으로 비난을 받곤 했다. 이런 문제점을 함께 해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절실한 필요와 자발적 참여로 결성된 협회여서 지금도 공동 프로젝트 개발과 세미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김 회장은 이러한 단결력과 노하우로 “세계로 진출하려는 중소기업에 대한 컨설팅 프로그램을 만들고, 글로벌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는 ‘산학 연계’ 사업도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근 다국적기업이 각국의 감성마케팅과 안정된 노사관계를 중시하는 ‘로컬라이제이션’을 강조하면서 한국인이 다국적기업의 임원이 될 기회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또한 한국 기업들도 세계적 규모로 커지고 있다. 김 회장은 “한국경제의 외형적 규모에 비해 글로벌화한 철학이 보이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세계적 관점에서 CEO들이 기업의 가치와 철학, 윤리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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