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0

2007.06.19

선거법과의 악연, 그 질긴 고리의 끝은?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7-06-11 18: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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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법과의 악연, 그 질긴 고리의 끝은?
    노무현 대통령(사진)이 선거법과 악연을 맺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첫 번째 악연은 2003년 12월에 맺었다. 당시 노 대통령은 비서관 출신 총선 출마자들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는 것은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것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빌미가 돼 선관위로부터 ‘공명선거 협조요청’ 공문을 받았다.

    2004년 3월 노 대통령은 좀더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 “국민이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한 것. 이것이 단초가 돼 노 대통령은 탄핵 대상으로 내몰렸다. 선관위는 노 대통령 발언에 대해 ‘공무원선거중립의무(선거법 9조)’를 위반했다고 결론내렸다.

    법률가 출신인 노 대통령은 정치적 판단력이 탁월하다. 그가 화두를 던지면 정치권은 몸살을 앓는다. 그리고 새로운 구도가 등장한다. 노 대통령의 화두는 정치 격변기일수록 많아진다. 빛도 발한다. 노 대통령은 이런 정치권의 흐름과 변화무쌍한 지각변동을 즐기는 듯하다. 자신의 발언으로 고초를 겪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당을 원내1당으로 만들었을 정도로 임팩트도 컸다. 그의 정치적 도전은 승률이 높은 편이다.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그는 다시 ‘정치’를 하고 싶어하는 눈치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당을 만들고, 자신과 정치적 노선이 맞는 후보를 내세워 대선에서 역할을 하고 싶은 바람도 숨기지 않는다. 그 바람의 일부가 6월2일 참여정부평가포럼 특강에서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선관위의 이번 선거법 위반 결론은 노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 같다. ‘자중하라’는 선관위의 요청을 무시하고 움직이면 여론이 그를 질타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조치로 노 대통령의 ‘손’ 정도는 묶은 것으로 반색을 한다. 동교동도 은근히 웃음꽃이 피어난다. 여권 내부를 양분하던 대선 주도권을 확실하게 거머쥘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선거법 위반 결정과 동시에 우리당을 탈당하는 행렬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노 대통령이 손 놓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청와대가 즉각 ‘납득할 수 없다’며 헌법소원을 검토한 것은 선관위의 결론을 우회적으로 피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앞서 겪은 두 번의 선거법 위반은 결과적으로 노 대통령에게 정치적 행운을 가져다주었다. 이번에 맺은 선거법 악연은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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