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9

2007.06.12

외교통상에서 잔뼈 굵은 기획통

  •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입력2007-06-07 1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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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시가(家)의 남자’ 로버트 졸릭(53·사진) 전 국무부 부장관이 차기 세계은행 총재로 돌아온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5월30일(현지 시간) 폴 울포위츠 전 총재의 후임으로 졸릭 전 부장관을 지명했다. “외교와 개발경제학 영역에서 오랫동안 탁월한 경력을 쌓아온 만큼 세계은행 총재직에 적임자”라는 것이 이유다.

    그는 국제경제와 외교통상을 두루 경험한 기획통으로 불린다. 지난 20여 년간 재무부와 국무부를 거치면서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의 여러 국가들과 우호관계를 유지해온 것도 장점 중 하나로 꼽힌다. 또한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비리 의혹 등 추문에 연루되지 않아 청렴성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버드대 로스쿨과 케네디스쿨을 졸업한 그는 1983년 주택금융회사 페니메이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공직에 입문한 것은 85년 재무부로 자리를 옮기면서부터. 이후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 재임 시절(1989~92년) 국무차관으로 일하면서 옛 소련 붕괴와 독일 통일 문제에 관여했다. 1992~93년엔 백악관 비서실 차장으로 근무했다. 그가 ‘부시가의 남자’로 통하는 이유는 이렇듯 아버지 부시 대통령 때부터 깊은 인연을 맺었기 때문이다.

    클린턴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직을 떠난 졸릭 전 부장관은 2001년 조지 부시 정부 출범과 함께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컴백했다. 2005년부터 18개월 동안 국무부 부장관으로서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재설정하는 일에 주력했다. 그는 중국을 국제사회의 ‘이해당사자(Stakeholder)’라 부르며 중국의 위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대신, 그에 걸맞은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재무장관에 발탁되지 못하자 행정부를 떠난 뒤 골드만삭스의 경영자로 일해왔다. 이후 약 10개월 만에 공직에 복귀한 것.



    졸릭 전 부장관은 이사회 승인 절차를 거쳐 7월 세계은행 총재에 오르게 된다. 그가 울포위츠 총재의 여자친구 특혜 스캔들로 흐트러진 세계은행 내 미국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 아프리카 빈곤 퇴치 개혁안을 마련해 세계은행 본연의 사명을 수행하고, 300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야 하는 졸릭 전 부장관의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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