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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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꿈’을 줍던 소년들 실종사건

안정환, 서정원, 한동원도 볼보이 출신…K리그에 ‘볼걸’ 투입 절반의 성공

  • 축구 칼럼니스트 prague@naver.com

    입력2007-05-16 18: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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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라운드 ‘꿈’을 줍던 소년들 실종사건

    슈퍼스타의 상당수가 볼보이 출신이다.

    축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완성된다. 아침부터 잔디를 고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관중의 안전한 관람을 돕는 경호요원이 있고, 출출한 배를 채우게 해주는 매점 아주머니도 있다. 그리고 또 있다. 볼보이. 만약 볼보이 없이 경기한다면 90분 동안 선수들은 공을 줍느라 지쳐버릴 것이다.

    위대한 축구스타 중에는 볼보이 출신이 많다. 거의 모든 나라에서(물론 우리나라 도) 그 지역의 어린 소년에게 볼보이 역을 맡겨 경기를 도우며 뛰어난 경기를 관전토록 해주기 때문에 대부분 선수가 유소년 시절 한두 번쯤 볼보이 경험을 한다.

    남서울중학교 재학 때 안정환은 동대문운동장에서 볼보이를 했고, ‘날쌘돌이’ 서정원도 효창운동장에서 볼보이를 하며 축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올림픽 대표팀의 새로운 공격수로 등장한 성남의 한동원도 오랫동안 볼보이 생활을 했다.

    경기 관전 … 대부분 선수들 유소년 시절에 경험

    월드컵 최초의 스타 역시 볼보이 출신이다. 가난한 아르헨티나 소년 기예르모 스타빌레는 어느 날 연습 경기를 지켜보다 주전 공격수 마리오의 공을 줍게 된다. 마리오의 아버지는 아르헨티나축구협회장. 스타빌레는 친구 마리오의 볼보이를 간청하며 늘 밝은 표정으로 공을 가져다주었고, 이를 계기로 청소와 용품 정리를 하며 자연스레 축구부 일원이 됐다. 이후 스타빌레는 1930년 우루과이에서 열린 제1회 월드컵에서 월드컵 최초의 해트트릭을 달성하는 등 총 8골로 초대 득점왕에 올랐다.



    이 같은 스타가 한둘이 아닌데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웨인 루니(잉글랜드) 등도 어린 시절 볼보이 위치에서 그라운드를 동경했고 이제는 전설이 된 지네딘 지단 역시 ‘유로 1984’(당시 명칭은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때 볼보이로 대선배 미셸 플라티니를 가까이서 지켜보았다. 2006년 독일월드컵의 영웅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선정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파비오 칸나바로(이탈리아)는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열린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의 4강전에서 볼보이를 했다.

    볼보이의 소임은 그라운드 밖으로 공이 나갔을 때 재빨리 여유분의 공을 선수에게 던져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따금 구설에 오르기도 한다.

    유로 2008 예선에서 프랑스의 도메네크 감독은 스코틀랜드에 분패한 뒤 “볼보이들이 사전에 뭔가 교육을 받고 의도적으로 경기 흐름을 지연시켰다”고 말했다가 비난을 샀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과 스페인의 8강전에서는 볼보이가 한국의 이영표에게 여유분의 공을 던져주지 않아 관중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터치라인 아웃된 공이 광고판을 맞고 라인 바깥의 잔디 위에 있었기에 그런 상황에서는 공을 던져주지 않아도 된다고 볼보이는 교육받았던 것이다.

    최근 K리그에서는 ‘볼걸’도 등장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경기장 분위기를 밝게 하고 더 많은 관중이 오도록’ 볼걸 12명을 경기장에 ‘투입’하고 있다. 성 상품화 논란도 없지 않지만 무엇보다 원정경기를 뛰는 상대편 선수와 팬들이 적군 진영의 미모의 볼걸들에게 불필요한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이래저래 볼걸 투입 작전은 절반쯤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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