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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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가톨릭의 빛과 그림자

  • 이명재 자유기고가

    입력2007-05-09 19: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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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미 가톨릭의 빛과 그림자

    ‘미션’

    영화 역사에서 가장 고결한 성직자의 모습을 보여준 이를 꼽으라면 ‘미션’의 두 신부일 것이다. 남아메리카 밀림에서 선교활동을 펼치는 예수회 선교사들의 모습을 그린 이 영화의 주인공 가브리엘 신부와 로드리고 신부다.

    이들의 헌신적인 모습은 역사적으로 실재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들 신부가 소속된 예수회(Jesuit)는 가톨릭 교회 내부에서 일어난 교회 쇄신운동의 산물이었다. 예수회가 타락한 가톨릭을 자정하겠다며 나선 단체인 만큼 이들의 선교활동도 자기희생적이었다. 이들이 많이 파견된 남아메리카에서는 순교자도 다수 나왔다.

    이들의 선교는 원주민을 짐승처럼 보거나 대상화한 것이 아니라 친원주민적이었다. 가브리엘 신부가 호전적인 과라니족을 처음 만날 때 오보에 연주로 그들의 마음을 사는 장면이 나오는데, 예수회 신부들은 원주민에게 다가가기 위해 다방면의 준비를 했다. 원주민의 언어를 배우고 그들의 문화와 종교, 관습을 이해하려 애썼다. 예수회 신부들에게 원주민은 짐승이 아니라 서구 백인들처럼 때묻지 않은 순수한 영혼들, 가장 하느님의 나라에 가까운 이들이었다.

    그러나 신부들과 원주민이 함께 이룬 믿음의 공동체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정치적 영토 놀음의 말발굽 아래 유린되고 만다. 그리고 이 학살극의 배후에는 식민지 정치권력과 결탁한 교회 권력이 있었다.

    300년 전의 일이지만 이것은 남미 가톨릭의 역사와 지금의 현실을 보여주는 두 얼굴이다.



    오늘날 남미에서 가톨릭의 융성은 한편으론 교회와 세속 정치의 불순한 유착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럼에도 남미의 가톨릭이 가난한 민중 속에 뿌리박았던 데는 가브리엘 같은 헌신적인 성직자가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미션’에서 예수회 신부들을 설득하기 위해 교황청에서 파견됐던 주교의 다음과 같은 보고서처럼.

    “표면적으로는 신부 몇몇과 과라니족의 멸종으로 끝났습니다만, 죽은 것은 저 자신이고 저들은 영원히 살아남을 것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남미에서 이 오랜 가톨릭의 아성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고 한다. 20세기 초 남미는 전 인구의 대부분이 가톨릭 교인이었다. 그러나 지난 100년 동안 남미에서는 복음주의 개신교회가 급성장해 지금은 남미 전체 인구의 15%를 웃돌 정도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위에서 말한 남미 가톨릭의 두 얼굴 중 가브리엘 신부의 반대 측면의 부작용이 더 심해진 데 따른 결과가 아닐까.

    ‘미션’은 가브리엘 신부의 좌절을 통해 오늘날 남미 가톨릭의 위기를 예고하는지 모른다. 진정한 신앙과 믿음의 공동체는 교회가 커져서는 이루기 힘들다고. 그게 남미만의 사정은 아닐 것이다.



    영화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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