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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영향평가 ‘엿장수 맘대로’

정부, 11곳 분석 결과 중 유리한 것만 합산 … 서비스 분야 고용창출 짜맞추기 의혹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한미 FTA 영향평가 ‘엿장수 맘대로’

여론조사 결과 특정 후보의 지지율이 낮게 나왔다. 이때 다른 설문조사 결과를 섞어 그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면 어떻게 될까. 한마디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가 4월30일 발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경제적 효과분석’이 바로 그런 경우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한미 FTA 이행 10년 후의 모습은 장밋빛 그 자체다. 한미 FTA를 이행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0.6%씩 10년간 6%포인트 증가하고, 소비자 후생 수준은 GDP 대비 2.9%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GDP 6%는 80조원에 달하고, 이중 2.9%는 약 20조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 향후 10년간 34만명의 추가 고용효과가 나타나고, 대미 무역수지는 46억 달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만 된다면 국회가 한미 FTA에 대한 비준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과연 정부의 전망처럼 밝은 미래가 펼쳐질 수 있을까. 정부가 내놓은 이번 평가에 대해 한미 FTA를 부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 찬성하는 전문가들까지도 고개를 내젓는다. 정부가 경제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활용한 모형부터 잘못됐다는 것이다.

평가 위해 활용한 모형부터 잘못

정부는 한미 FTA의 경제효과를 거시경제 효과와 산업별 효과로 나눠 분석했다. 이번 분석을 총괄한 곳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KIEP는 아울러 총론에 해당하는 거시경제 효과 분석도 맡았다. 거시경제 부문은 GDP와 후생 수준, 수출입, 무역수지 등을 말한다.



KIEP에서 분석방법으로 사용한 것은 일반연산균형시뮬레이션(CGE) 모형이다. 정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이 모형은 생산과 소비, 투자, 정부지출 등 경제 내부의 상호의존적 개별 부문과 수출입 등 대외부문을 통합한 것으로, 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을 위해 범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로선 CGE 모형이 객관적인 분석방법으로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정부가 이 모형을 정상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근거가 불분명한 변수를 추가해 결과를 산출했다는 점. 정부가 제시한 모형은 세 가지다. ‘정태모형’, ‘생산성 증대를 고려하지 않은 자본축적모형’, ‘생산성 증대를 고려한 자본축적모형’이 그것이다.

이중 가장 일반적인 모형이 정태모형이다. 이 모형에 따르면, 한미 FTA를 통해 거시경제 측면에서 예상되는 효과는 향후 10년간 GDP가 0.32% 추가 증가하고 후생 수준도 17억 달러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간 GDP 0.03% 상승, 후생 수준 1억7000만 달러 정도의 수치로 한미 FTA 효과가 미미하다는 얘기가 된다.

생산성 증대를 고려하지 않은 자본축적모형은 쌀처럼 개방에서 빠진 품목을 제외한 모든 품목의 관세 철폐를 가정해 대입한 모형이다. 정태모형보다 우리 정부에 좀더 유리한 모형이지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모형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이 모형을 대입해도 한미 FTA의 효과는 10년간 GDP 1.28%, 후생 수준은 40억 달러 증가하는 것에 그쳤다.

그러자 정부가 내세운 안이 세 번째 ‘생산성 증대를 고려한 자본축적모형’이다. 한미 FTA가 이행되면 제조업 부문에서 1.2%, 서비스 부문에서 1%의 생산성이 증대된다는 조건을 추가한 것. 정부가 발표한 장밋빛 전망이 바로 이 모형의 결과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측은 이에 대해 “정부가 발표한 모형 중 정태모형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것”이라면서 “그 결과를 뻥튀기하기 위해 아무 근거도 없는 가정을 포함시켜 자본축적모형이라는 것을 만들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신대 이해영 교수(국제관계학)는 “CGE 모형에는 정태모형과 동태모형이 있는데, 정부가 제시한 자본축적모형은 동태모형에 해당한다”면서 “동태모형은 그 자체가 생산성이 고려된 것인데, 생산성 증대를 고려한 자본축적모형은 생산성을 이중으로 고려한 황당한 결과”라고 말했다.

인하대 정인교 교수는 “일반 균형 무역을 동태모형으로 분석하기는 어렵다.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이런 식(이번 정부가 적용한 방식)으로 모형을 쓴 예를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미국 미시건주립대에서 바로 CGE 모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1996년부터 2004년까지 KIEP에서 연구위원을 지낸 전문가. 사실상 국내에 CGE 모형을 도입한 장본인이다.

정 교수는 “최근 미시건대학에서 발표한 수치는 한미 FTA를 통한 GDP 상승효과 예상치가 1.36%밖에 안 되는데, 한국 정부가 6%로 발표하려면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정부의 이번 발표 결과를 보면 실제보다 숫자가 불려서 나왔고, 그에 대한 설명이 크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의 발표 내용은 허점투성이다. 거시경제 효과 부문에서 CGE 모형에 의한 분석 결과 중 수출입과 무역수지에 대한 부분이 빠져 있다. 정부는 대신 11개 산업별 해당 연구원의 자체 분석결과를 합산해 전체적인 수출입 및 무역수지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원에서 사용한 분석방법은 모두 다르다. 그 결과가 대미 무역수지가 10년간 46억 달러 늘어난다는 것이다.

심상정 의원 측의 이야기다. “KIEP에서 그동안 여러 차례 CGE 모형을 통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대미 무역수지는 최소 45억 달러에서 최대 90억 달러까지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아마 이번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정부는 이를 덮기 위해서 11개 연구기관에서 각각 계산한 결과를 합산하는 방식을 동원했다. 연구상식상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정부 측은 이에 대해 “한미 FTA협상 전과 후의 차이”라고 해명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은 아직 내놓지 않았다.

한미 FTA 영향평가 ‘엿장수 맘대로’
1.36% vs 6% 엄청난 괴리감

또 한미 FTA 이행으로 10년간 34만명의 추가 고용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도 근거가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향후 10년간 농림어업 부문에서는 1만명 정도 줄어드는 반면 제조업 부문에서 7만9000명, 서비스 부문에서 26만6000명 등 전체적으로 33만6000명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해영 교수는 “정부가 이처럼 무리수를 둔 것은 그동안 한미 FTA가 서비스업 분야의 고용 창출과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억지로 짜맞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고 지적했다. “서비스업 분야에서 그나마 생존 가능성이 있는 분야는 법률과 의료 등 전문분야인데, 그렇다면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인력이 20만명이나 늘어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게 이 교수의 반문이다.

정 교수의 분석도 비슷하다. “제조업에서 설명이 안 되니까 서비스업에서 많이 증가할 것이라고 한 것 같다. 그런데 서비스업을 보면 (한미 FTA의) 영향을 받을 것이 별로 없다. 통신, 문화, 예술 분야에 대한 투자가 조금 늘어나는 정도다. 그렇다면 정부의 전망은 설명이 안 되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해 발표한 이유는 국회 비준을 위한 것이다. 정 교수는 “한미 FTA 협상 결과만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굳이 설명되지 않는 낙관적인 수치로 부풀린 것은 오히려 국회 비준 과정에서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한편 이 같은 지적에 대한 KIEP 측 견해를 듣기 위해 5월3일 연락을 취했지만, 담당 팀장은 이날 하루 종일 ‘회의 중’이었다.

김종훈 미FTA 수석대표(앞줄 왼쪽)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4월30일 국회에서 열린 한미 FTA의 경제적 영향분석 보고회의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주간동아 585호 (p18~19)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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