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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병에 李-朴 야합 치료, 그래서 욕먹는 겁니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 “부패 수술 없이 오만과 독선 여전”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중병에 李-朴 야합 치료, 그래서 욕먹는 겁니다”

“중병에 李-朴 야합 치료, 그래서 욕먹는 겁니다”
책임져야 할 때 책임져야 지도자다.”

한나라당 4·25 재보선에서 참패한 다음 날 아침, 전여옥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도발적인 글이다. 그리고 최고위원직을 내던졌다. 전사로 나서기 위해 말(言)과 행동(行)을 일치시킨 것.

그날 오후, 전 의원은 강재섭 대표에게 독설을 퍼부었다.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한솥밥을 먹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지지율 1위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도 사정을 봐주지 않고 매를 들었다.

초선이지만 그는 자신의 말이 몰고 올 부메랑이 무엇인지 안다. 잘못하면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못 받을 수도 있다. 주변에서는 ‘가만히 있으라, 그러면 중간은 간다’는 말로 그를 충고했다.

그러나 어중간함은 죽기보다 싫은 눈치다. 그래서 목소리를 더 높인다. ‘봉합은 두 후보와 당 대표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야합’이라는 주장이다. 그 얘기를 접한 당지도부와 두 후보 진영은 다시 날선 칼을 전 의원에게 들이댔다. 5월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그를 만났다.



-곪은 상처가 커 보이던데, 봉합이 된 건가요.

“그런가요? 국민은 중증 병세라며 빨리 손쓰라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당은 ‘내 나름대로 민간요법을 쓰겠다’며 아무렇지도 않게 가고 있는 거 아닌가요?”

-수술이 필요하다는 얘기군요. 어디를 어떻게 수술해야 하나요.

“국민이 화나고 용서하지 못하는 건 한나라당의 부패입니다. 법무부 장관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80여 건의 공천비리에 대해 보고했어요. 노 대통령은 이를 국민 앞에 공개하라고 했습니다. 이거, 간단한 일 아니에요.”

“이번 선거는 참패, 지도력에 문제 있어”

-‘차떼기’의 기억이 새롭습니다. 한나라당이 유독 돈에 약해 보이는데….

“저도 그 점이 의문이에요. 열린우리당에는 가난한 의원이 많아요. 그러나 나를 비롯해 한나라당엔 가난한 의원이 거의 없어요. 모두 먹고살 만해요. 그런데 왜 매사 돈으로 해결하려는지…. 자다가 벌떡 일어나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켤 일입니다. 왜 그렇게 돈이 필요합니까? 계보정치를 하는 것도 아니고. 설사 지금 돈이 없더라도 그들은 어딜 가도 먹고살 수 있어요. 평생 운동을 하다 정치판에 투신한 것도 아니고, 모두 직업을 가지고 있던 분들 아닙니까?”

-하지만 당에 대한 지지도는 높습니다. 이명박 전 시장이나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지지도도 높고….

“다들 우리가 잘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큰 오산입니다. 여당이나 청와대가 자기들끼리 패스하다 자살골을 넣은 겁니다. 우파 지식인이나 뉴라이트 등이 용병처럼 옆에서 싸워줬을 뿐, 한나라당은 상대 골문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어요.”

“중병에 李-朴 야합 치료, 그래서 욕먹는 겁니다”
-4·25 선거에는 용병과 우파 지식인들이 지원을 하지 않았나 보군요.

“모든 선거를 다 이길 수는 없죠.”

-선거 패배도 문제지만 이번 패배의 내용이 더 심각해 보입니다.

“그래요. 4·25 선거의 공통된 현상은 전국적으로 무소속이 선전했다는 점입니다. 우리당은 관전만 했고, 한나라당은 전국에서 골고루 졌어요. 패배도 아슬아슬한 패배가 아니라 참패입니다. 압도적 패배죠. 국민이 당에 준엄한 메시지를 보낸 거죠. 그걸 읽어야 해요.”

-그래서 당 지도부가 사퇴해야 하는 것이군요.

“강재섭 대표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분은 이제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줬어요.”

-무엇이 문제인가요.

“지도력이죠. 최고위원들이 강 대표에게 개혁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강 대표가 뭐라고 한 줄 아세요? 할 수 없다고 했어요. 그 이유가 더 절망스러워요. ‘이렇게 하면 박 전 대표가, 저렇게 하면 이 전 시장이 걸리는데 내가 어떻게 하느냐’는 거죠. (혁신과 개혁을 하자고) 몰아붙이니 경선 뒤에 하자고 합디다.”

-강 대표가 사퇴를 거부했는데요.

“나는 최고위원 선거 때 사무실 직원과 누리꾼 몇 명으로 선거를 했습니다. 다른 판을 벌이지 않았어요. 그러나 강 대표는 달라요. 정치를 오래 했고 진 빚이 많아요. 주변에 챙겨야 할 식솔도 많고요. 그러니 쉽게 그만둘 수 있겠어요?”

-강 대표가 사퇴하면 분당된다는데요.

“그건 분당에 욕심이 있는 사람들의 생각입니다. 분당하면 국민이 던지는 돌을 피할 수 없어요. 두 후보가 탈당하면 따라갈 국회의원이 몇 명이나 되겠어요?”

-강 대표만 사퇴하면 문제가 해결되나요.

“이번 선거에서 국민은 한나라당에 분명하게 ‘NO’라고 말했어요. 변화하고 혁신하라며 채찍질을 한 겁니다. 그런데 당 지도부와 두 후보(이명박·박근혜)가 이를 외면했어요.이대로가 좋다고 ‘OK’한 거지요. 선두를 유지하고 지분을 챙기려는 두 후보와 대표의 사심이 공통분모를 찾은 겁니다. 두 후보의 책임도 당연히 물어야지요.”

-친정집(박 전 대표 캠프)에 모진 돌을 던졌는데…. 무엇이 종교집단 같던가요.

“박 전 대표는 당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이 전 시장도 마찬가지고요. 참모들은 후보가 다치지 않게 각별히 보좌해야 합니다. 후보가 올바른 길을 가도록, 유권자들에게 좋은 이미지가 남도록 몸을 던져야 해요.”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군요.

“선거, 특히 대선은 비인간적인 과정이 참 많아요. 후보 개개인은 수시로 스트레스를 받고 고독한 상황에 빠집니다. 하루 종일 바쁜 박 전 대표도 늘 이런 문제에 부딪혀요. 언젠가 가수 비가 인터뷰한 것을 보니 스트레스가 쌓이면 매니저와 얘기를 나눈다고 하더군요. 매니저가 멘토 역을 수행하는 거죠. 대선 후보들의 참모는 그런 임무까지 수행해야 합니다.”

-박 전 대표 캠프는 그렇지 못한가요.

“박 캠프는 거꾸로 가요. 박 전 대표를 후보로 만드는 일보다 자신의 효용가치를 어떻게 각인시키느냐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검증만 해도 그래요. 박 전 대표가 직접 검증 얘기를 하고 있어요. 왜 그럴까요?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언론이 검증하지 않겠어요? 굳이 박 전 대표가 나설 이유가 없지요. 공동유세 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접 만나서도 얘기하고, 전화로도 공동유세를 요청했어요. 두 사람이 화합하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했어요. 그런데 이 말이 통하지 않아요.”

-박 전 대표에게도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요.

“박 전 대표의 진정성이 빛을 바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얼굴을 붉히면서 토론도 하고 ‘이렇게 가자’는 지도자 나름의 생각과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참모들은 달리 생각하는 것 같던데….

“그분들이 최선을 다했다면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왜 답보상태에 있겠어요? 그분들은 4·25 선거가 끝나면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지지율이 올랐나요? 지금도 박 전 대표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만, 고칠 것은 고쳐야지요.”

“나 혼자 바락바락 내 팔자가 서글퍼요”

-이 전 시장 측도 줄세우기를 하지 않나요.

“그쪽이라고 다르겠어요? 둘 다 똑같죠. 이재오 최고위원은 노골적으로 이 전 시장 운동한다고 그러고 다녀요.”



“저는 경선 룰에 관심이 없어요. 룰과 관계없이 뽑힐 사람은 뽑혀요. 당원들은 지난 10년간 정권교체에 목말라 있습니다. 경선 룰보다 본선에서 이길 사람을 선택할 겁니다. 국민이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에 채찍질을 한 것은 오픈프라이머리를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당의 오만과 독선에 화가 났고, 그래서 심판을 한 것입니다.”

-전 의원은 목소리가 크니 욕을 많이 먹을 것 같습니다.

“한나라당에 혁신과 개혁의 목소리를 낼 만한 사람이 없어요. 소장파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처지고, 당의 중심을 잡겠다는 사람들은 허약합니다. 그러니 나라도 링 위에 올라가 코피 터지게 싸우는 거지요. 참 서글퍼요, 내 팔자가. 스스로 불행한 정치인이 아닌가 생각해요.”

-정치를 해보니 어떤가요. 적성에 맞나요.

“정치라는 게 참 타락하기 쉬워요. 유혹도 많고…. 배고픈, 정권에서 소외된 야당인데도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만 왜 정치를 하느냐, 하루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자, 이런 각오로 견디고 있어요. 나라고 왜 두려움이 없겠어요? 그럴 때는 중간으로 가고 싶은 생각도 들죠. 그러나 내 갈 길을 가겠어요.”

-유혹이란 어떤 것을 말하나요.

“정치권에는 정치권에만 통용되는 암호, 묵계 같은 일종의 법칙이 있어요. 처음에는 갈등이 많았어요. 그 암호와 묵계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누굴 찾아가 권력으로 들어가는 ‘패스워드’를 받아야 쉽지 않을까, 최고위원 선거 때 이런저런 유혹이 엄청나게 많았어요. 그러나 생각을 고쳐먹었어요. 맹종하지 않기로 한 거죠.”

-앞으로는 힘이 더 들겠네요.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을 동시에 공격했으니 내년 공천도 쉽지 않을 테고….

“그렇죠. 공천이 쉽지 않겠죠. 어차피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패배하면 정치를 그만둘 생각이에요. 들어올 때 밑천 없이 들어왔으니 떠날 때도 홀연히 떠날 수 있어요. 그러나 이기면 꿈이 있어요. 우리가 살았던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을 자식들에게, 후손들에게 물려주자. 그 꿈을 이루고 싶어요.”



주간동아 585호 (p14~16)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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