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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로비’에 커피향 날리던 날 스타벅스 성공 신화 싹텄다

파격적 입점 방식·1호점 승부수·감성 자극 ‘적중’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빌딩 로비’에 커피향 날리던 날 스타벅스 성공 신화 싹텄다

‘빌딩 로비’에  커피향 날리던 날 스타벅스 성공 신화 싹텄다
한국 커피의 역사는 스타벅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1999년 7월 스타벅스 1호점이 이화여대 앞에 문을 연 이후 7년 반이 지난 2007년 4월5일 국내 200호점인 이태원입구점이 오픈했다. 200여 개 점포만으로 스타벅스는 서울 도심의 상권을 바꿔놓고 거리의 표정, 심지어 대중의 기호까지 변화시켰다.

‘스타벅스 연방’ 에서 매장 기준으로 한국은 미국(9400개), 캐나다(725), 일본(665), 영국(522), 중국(213)에 뒤이어 세계 6대 ‘강국’으로 꼽힌다. 한국시장을 바라보는 미국 본사의 기대도 남다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역시 200호점 오픈행사 자리에서 “2009년 국내 300호점을 열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발언해 공격적인 점포 확장을 예고했다.

스타벅스의 성공 신화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차별화된 맛과 향, 독특한 브랜드 전략과 함께 미국이라는 강력한 문화적 배경까지 거론된다. 그런데 과연 이것만으로 한국에서의 성공을 필연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수많은 미국계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실패를 떠올리면, 무엇보다 스타벅스 점포개발팀의 공헌을 빼놓을 수 없다.

리테일(소매) 산업, 특히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점포개발팀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이들은 지역별로 매장의 가능성과 규모를 검토하고, 해당 건물주와 조건을 협의해 계약하는 단계를 거쳐 매장 인테리어까지 결정한다. 즉, 커피의 맛과 향을 제외하고 영업 직전까지 매장의 밑그림을 전반적으로 설계한다.



백영호(42) 스타벅스코리아 개발팀장은 스타벅스 신화의 산증인이다. 1999년 스타벅스 1호점 개척을 시작으로 가장 최근에 생긴 203번째 현대미아점까지 모든 스타벅스 매장이 그의 손을 거쳤다. 99년 단 두 명으로 시작한 점포개발팀은 현재 14명으로 늘어났다.

“상가에서 목(위치)이 중요하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얘깁니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생각은 조금 달랐어요. 스타벅스 특유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너무 젊지도 나이 들지도 않은 개성 강한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입지를 새로 만들어내자는 전략이었지요.”

스타벅스 점포개발팀이 주목한 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스타벅스의 성공 방정식을 복기해보자.

1_ 첫수가 판 전체를 결정짓는다

“스타벅스 1호에서 10호점까지 1년 반 동안의 선택이 성공의 밑바탕이 됐습니다.”

스타벅스는 광고를 하지 않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매장 자체가 거대한 광고판이라는 철학 때문인데, 이는 진입 초기 문을 연 매장의 성공 여부가 관건이다. 때문에 97년 스타벅스 도입을 결정한 신세계는 입지 선정에 거듭 신중을 기했다. 1호점을 내는 데 무려 2년을 준비했고, 이후 10호점을 내기까지 1년 반의 시간이 걸렸다.

첫 매장인 이대점에 승부를 걸었다. 젊은 여성 소비자들이 대다수인 만큼 새 브랜드에 거부감이 적고 입소문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결과는 대성공. 당시 어학연수를 다녀온 여대생들은 미국에서 경험한 커피를 한국에서 맛볼 수 있다는 사실에 환호했고, 매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다음 행보는 최고급 상권인 강남과 명동에 대한 집중공략 단계. 국내 4호인 명동점은

4층 빌딩 전체가 스타벅스 매장으로 채워진 세계 최대 커피전문 매장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당시 명동매장이 던진 충격파는 대단했다. 모든 언론이 자발적으로 스타벅스를 홍보해준 것은 물론, 명소로 탈바꿈한 그 빌딩은 공시지가 1위 지역이 되었다. 스타벅스는 이어 대학가와 여의도 등 여론 주도지역을 공략하며 초기 진입전략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빌딩 로비’에  커피향 날리던 날 스타벅스 성공 신화 싹텄다

스타벅스 장성규 대표가 200호점인 서울 이태원 입구점에서 무료 커피를 나눠주고 있다.

2_ 블루오션을 개척하라!

“빌딩 로비에 커피전문점을 들인다는 것은 당시만 해도 파격이었죠.”

2002년 이후 서울 시내 주요 오피스 빌딩에 공통점이 생겼다. 1층 로비에 커피 매장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스타벅스가 들어서면 건물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느낀다. 유동인구가 늘면서 인근 상권을 발달시키고 자연스레 빌딩 가치를 높여주기 때문.

스타벅스는 강남과 여의도의 유휴 사무실과 1층 로비를 커피 매장으로 바꿔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30호점 이전까지는 괜찮은 빌딩의 로비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빌딩주는 커피를 팔고 싶다면 지하로 내려가라고 요구했다. 때문에 점포개발팀은 해외 사례를 사진으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건물주 설득작업을 폈다. ‘저녁 6시 이후 불 꺼진 오피스는 빌딩 가치를 떨어뜨린다’ ‘커피 매장이 들어오면 인근 상권이 따라올 것’이라는 장밋빛 예측과 함께.

때로는 건물주의 자제들이 원군이 돼주기도 했다. 유학 시절 스타벅스를 접한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를 적극 설득했다. 결국 스타벅스는 권리금을 주고 기존 상가를 빌리는 전통적 진입방식이 아닌 오피스 빌딩이라는 블루오션을 통해 염가에 신규 매장을 대규모로 오픈할 수 있었다.

3_ 건물주의 과도한 요구는 회피한다“

스타벅스는 땅을 소유하지 않고, 높은 임대료를 피해갑니다.”

스타벅스가 땅을 소유하지 않는 이유는 ‘문화를 파는 커피 매장’이라는 당초 목표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비싼 임대료가 필요한 매장이라면 누구라도 따라올 수 있는 전략이다. 상권을 따라가지 말고 스타벅스만의 방식으로 이끌어야 진정한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실패한 스타벅스 매장은 없지만, 기존 위치를 포기한 매장은 꽤 있다. 코엑스 아셈타워점이나 4층 명동점이 대표적이다. 이유는 스타벅스 등장 이후 본격화된 커피 전쟁 때문. 초기에 값싼 장소를 개척하며 시장을 선점한 스타벅스였지만 후발 업체들의 공격적 확장 전략에는 뒤로 물러서야 했다.

매출액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무리한 임대료 인상 요구를 수용해선 곤란하다. 값비싼 점포는 곧장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명분 대신 실리를 챙기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빌딩 로비’에  커피향 날리던 날 스타벅스 성공 신화 싹텄다
4_ 고객의 감수성을 이끌어라

“유동인구가 문제가 아니라 감성적 접근이 관건입니다.”

유동인구에 구애받지 않고도 매장을 성공시킬 수 있다니 일종의 패러독스(역설)로 들린다. 그러나 오가는 사람이 많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지향하는 목표가 같고 필요로 하는 사람의 가까이에 자리하되 그들과 어떤 방식으로 교감하느냐가 관건이다. 소수라도 그들이 트렌드세터라면 자연스레 고객은 그들을 따라 움직이게 마련이다. 때문에 매장 위치만큼이나 인테리어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언뜻 똑같아 보이는 스타벅스 매장이지만 지역에 따라 네 가지 인테리어로 구분된다. 커피와 관련된 네 가지 컨셉트, 즉 그로(Grow), 로스트(Roast), 브루(Brew), 아로마(Aroma)가 그것인데 이는 각각 커피의 재배, 배전, 추출, 향을 의미한다. 젊은 사람이 많은 장소는 붉은색 계열로 내부를 꾸민다. 오피스 밀집지역은 파란색의 ‘브루’, 문화 중심지역은 풀색의 ‘그로’ 등으로 짙은 뉴욕 감성을 표현한다.

매장 분위기는 고객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사람을 통한 입소문은 어떤 광고보다 강력하고 결국 상권을 움직인다. 스타벅스가 ‘살아 있는 마케팅’ 신화로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주간동아 2007.04.24 582호 (p36~37)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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