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0

2007.04.10

이유 있는 돌풍 ‘귀네슈 리더십’

순수성·사명감·인간중심 ‘3박자’… 화끈한 공격축구로 재미 ‘빵빵’

  • 노주환 스포츠조선 체육부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입력2007-04-09 1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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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 있는 돌풍 ‘귀네슈 리더십’
    국내 유명 선수 에이전트사의 한 대리인이 최근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시즌 초 연승으로 K-리그(한국 프로축구)에서 돌풍을 일으킨 세뇰 귀네슈(55·사진) 감독에 대해 그는 “자기 나라에서 용병을 데려오지 않은 걸 보면 사심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새로 부임하는 외국인 감독의 경우, 팀에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심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 그래야만 감독 스스로도 마음이 놓이고, 자기 색깔을 빨리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초 FC서울의 사령탑을 맡은 귀네슈 감독은 달랐다. 아직 단 한 명의 용병 선수도 영입하지 않았다. 지난 겨울 동안 라이벌 수원과 성남 등이 거금을 쏟아부으며 선수를 보강할 때 서울은 기존 전력으로 내실을 기했다.

    초반 돌풍이지만 귀네슈 감독을 영입한 서울이 확 달라졌다는 데 물음표를 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장수 감독이 중국으로 떠나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터키를 3위로 이끈 귀네슈 감독이 왔을 뿐인데, 서울은 팀 자체가 통째로 바뀌었다. 귀네슈 감독은 ‘공격 축구의 전도사’를 자처했고, 서울 구단 선수들은 팬들에게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를 한국 축구와 인연을 맺게 해준 터키인 시난과 서울 구단 과장 김태주 씨 등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귀네슈 감독의 리더십은 ‘순수성, 사명감, 인간중심’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귀네슈 감독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은 “그에게서 인기와 돈을 좇는 사이비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귀네슈 감독의 행동과 말은 항상 맞아떨어진다. 즉흥적이지 않으며 오랜 생각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그가 서울 구단에 온 이유는 사명감 때문이다. 2004년 그는 서울 구단과 감독 계약 직전까지 갔지만, 결국 터키 트라브존스포르의 사령탑을 맡았다. 터키 정치인의 부탁을 받은 터라 한국행을 접었던 것. 그 후 지난 겨울 다시 서울 구단의 러브콜을 받은 그는 주저하지 않고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다. 약속을 지킨 셈이다.

    귀네슈 감독은 최근 경기 도중 다쳐 병원으로 후송된 김은중 선수를 찾아가 밤늦도록 문병했다. 구단 관계자들이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귀네슈 감독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내 아들이 다쳤는데 어떻게 집에 있을 수 있느냐”였다.

    한국 축구는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오랜만에 세계적인 명장(귀네슈는 2002년 유럽축구연맹 선정 ‘올해의 감독’이다)을 품에 안았다. 그가 앞으로 보여줄 행보와 리더십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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