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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시공 지적받고도 “밀어붙여”

경남기업·SK건설, 장항선 터널공사 배짱 강행 … 발주처도 묵인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부실시공 지적받고도 “밀어붙여”

부실시공 지적받고도 “밀어붙여”
부실공사는 영원히 추방할 수 없는 것인가. 국내 일부 대형 건설업체가 감사원으로부터 부실시공 사실을 지적받고도 이를 무시한 채 공사를 강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공사를 감독해야 할 발주처마저 이를 묵인한 것으로 드러나 발주처가 건설업체와 한통속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문제가 된 곳은 한국철도시설공단 충청지역본부(이하 충청지역본부)가 발주한 장항선 개량공사 현장의 터널공사. 경남기업㈜이 시공을 맡은 장항선 5공구의 화성1터널과 금암터널, SK건설이 시공 중인 장항선 1-1공구 신창터널 등 3곳이다. 장항선 개량사업은 총사업비 1조3948억원을 들여 올해 말까지 충남 온양온천~장항 간 126.6km 중 선형이 불량한 75.6km 구간을 직선화하고 장항~군산 간 17.1km를 철도로 연결하는 공사다.

이들 터널의 부실은 감사원이 2005년 3~6월 하도급 실태 및 부실 설계·시공 등 건설산업 전반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면서 드러났다. 당시 감사원 감사반은 현장 감사를 통해 이들 터널공사 현장에서 터널 벽면에 타설하는 숏크리트 강섬유 함량이 당초 설계에 비해 부족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감사원은 당시 이들 3곳의 터널 외에도 현대, 대우건설 등 국내 대형 건설업체들이 시공하는 11곳의 터널 현장에서도 똑같은 부실을 밝혀냈다. 감사원은 지난해 3월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해당 발주처에 이를 시정조치하라고 통고했다. 그러나 문제의 터널 3곳을 시공하는 두 업체는 이를 무시했고, 이 공사를 발주한 충청지역본부도 이를 묵인한 것.

숏크리트 강섬유 함량 설계에 못 미쳐



터널 공사는 원형의 터널 단면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발파작업 후 터널 면에 추가 공법들이 시행된다. 굴착 직후 터널 면을 안정시키기 위해 시멘트 모르타르를 뿌려 바르는 숏크리트 타설, 불안정한 터널 암반을 고정시키기 위한 록볼트 시공, 터널 규격에 맞게 제작된 철 지보재 시공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숏크리트는 터널 면의 초기 변이를 방지하는 구실을 한다. 감사원 감사에 자문단으로 참여했던 한 토목공학과 교수는 “숏크리트는 터널 구조상 가장 먼저 힘을 받쳐주기 때문에 터널 안전에 중요하다”면서 “이 때문에 시방서에는 숏크리트 1㎥당 40kg의 강섬유를 혼입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의 시정조치에 대해 대부분의 건설회사들은 보강공사를 실시하거나 실시 중이다. 당시 건설회사들은 감사원 감사 직후 해당 터널공사를 일시 중단한 뒤 대한토목학회에 의뢰해 안전진단을 실시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토대로 학회에서 권고한 보강공사를 시행했거나 시행 중이다.

그러나 SK건설과 경남기업이 시공한 3곳의 터널은 감사원의 시정조치를 받고도 이를 무시한 채 공사를 강행하는 배짱을 부렸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남기업은 감사원 간부 출신인 사장을 믿고 감사원 감사 결과를 무시했으며, SK건설은 경남기업을 따라서 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부실시공 지적받고도 “밀어붙여”
물론 두 업체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고 말한다. 경남기업 장항선 5공구 현장 관계자는 “공기를 맞추기 위해서뿐 아니라 숏크리트 타설 후 아무 조치 없이 장기간 방치할 경우 안전상 문제가 될 수 있어 할 수 없이 콘크리트 라이닝 시공을 했다”고 해명했다. SK건설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의 현장감사 당시 이미 숏크리트 타설 작업이 끝난 상황이어서 발주처인 한국철도시설공단 측과 협의해 추가 보강조치 없이 바로 콘크리트 라이닝 공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 관계자는 또 “현재 정해진 강섬유 혼입량은 배합할 때 지켜야 할 기준이고, 터널 벽면에 타설한 후의 기준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외부기관에 의뢰해 터널 안전성을 평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남기업의 한 관계자는 “터널 공사 중 자체적으로 실시한 계측에선 전혀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를 외부 기관에서 검증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 회사의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감사원 감사를 자문한 한 토목공학과 교수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으면 다른 터널공사 현장처럼 제3의 기관에 의뢰해서라도 감사원 감사 결과를 검증받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공기를 맞추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두 회사의 주장도 군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앞의 토목공학과 교수는 “설계도대로 시공하지 않는 책임은 시공사에 있으며, 이 경우 공기를 맞추지 못하면 시공사가 지체 보상금을 물도록 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공기를 핑계대면서 하자 보수를 하지 않은 것은 난센스라는 것.

숏크리트 타설 후 강섬유 혼입량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주장 또한 억지에 가깝다. 앞의 토목공학과 교수는 “한국도로공사의 경우 자체 발주한 도로공사의 품질관리를 확실히 한 결과 숏크리트 타설 후 강섬유 혼입량이 기준치보다 100% 이상으로 나온다”면서 “이는 국내 건설업체들도 다 아는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업체들 “공기 맞추기 위해 불가피했다”

더욱 이해하기 힘든 것은 SK건설의 태도. SK건설은 당시 감사원 감사에서 신창터널 외에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발주한 충남 부여~논산 간 17.35km 도로 확장 및 포장 사업에 포함된 염창터널도 강섬유 함량 부족을 지적받았다. 그러나 염창터널은 지난해 10월23일 보강공사를 완료했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 당시 염창터널은 숏크리트 타설이 거의 완료된 상황이었지만 대한토목학회의 안전진단 결과를 토대로 숏크리트를 5cm 더 타설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SK건설이 염창터널 외의 도로 구간에서 공기를 단축하는 등의 노력을 한 탓인지 전체 공기를 맞추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제가 된 3곳의 터널을 발주한 충청지역본부는 대전지방국토관리청과 대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충청지역본부의 한 관계자는 “절차상으로는 공사를 중지하고 안전진단을 한 다음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게 맞지만, 도로 개통 지연에 따른 클레임 제기 등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고 변명했다. 시공사의 공사 강행을 발주처가 묵인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숏크리트 강섬유 혼입량 확인 감사는 국내 건설산업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감사원이 관계 전문가 11명의 자문을 받아 국내 건설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실시한 것. 그러나 감사원 지적조차 무시하는 일부 건설업체의 ‘안전 불감증’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



주간동아 573호 (p48~49)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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