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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명품 ‘K-2 전차’ 온다

佛 ‘르클레르’ 능가하는 정교한 성능과 화력 … 육군 기동범위 늘릴 대표 무기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똑똑한 명품 ‘K-2 전차’ 온다

똑똑한 명품 ‘K-2 전차’ 온다

달리는 도중에도 초정밀 사격이 가능한 차기 한국형 전차 K-2의 시제기인 XK-2.

천둥(Thunder)’이라는 별명을 가진 한국산 K-9 자주포는 미국제인 M-109A2 팔라딘 자주포를 능가하는 세계적 걸작이다.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하고 삼성테크윈이 제작하는 K-9은 플랜트 형태로 9억 달러어치가 터키에 수출돼, 독일제인 PzH2000과 더불어 세계 최고 자리를 다투는 자주포가 됐다. 한국군은 477대의 K-9을 보유할 예정인데, 유사시 이 포는 북한군의 방사포를 제압하는 핵심 기동화력이 된다.

3월 한국은 또 다른 ‘명품’을 내놓는다. 88올림픽을 앞두고 양산에 들어갔다고 하여 ‘88 전차’로 불리는 K-1 전차의 후속으로 K-2 전차를 내놓는 것이다. 아직은 개발 단계에 있어 XK-2로 불리는 이 전차의 별명은 ‘흑표(黑豹)’.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하고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인 ‘로템’에서 제작하는 흑표는 국내외에서 현존 전차 가운데 최고로 꼽히는 프랑스제 ‘르클레르’와 맞먹거나 그 이상일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K-2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육군의 기동 범위를 크게 늘릴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3월 말 시행에 들어가는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과 관련 시행령 등에 따르면, 육군은 54만8000여 명인 병력을 2020년까지 37만1000여 명으로 줄여야 한다. 무려 17만7000여 명을 감군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10개인 군단을 6개로, 47개인 사단을 23개 정도로 축소한다.

3월 출고식 갖고 실전에 본격 배치

부대 수가 줄어드니 남는 부대의 작전지역이 넓어진다. 현재 군단 작전지역은 30km(폭)×70km(깊이) = 2100㎢(면적) 정도이나, 2020년 이후엔 100km(폭)×150km(깊이) = 1만5000㎢(면적)가 돼야 한다. 1만5000㎢는 2100㎢의 7배가 넘으니, 2020년 이후의 군단은 지금보다 7배 이상 넓어진 면적을 감당해야 하는 셈이다. 대동소이한 병력으로 7배 이상 넓어진 무대를 장악하려면, 기동력과 화력을 보강해야 한다. 이러한 전력 증강을 대표하는 무기가 바로 K-2다.



‘밀리터리 리뷰’를 비롯한 군사 마니아 잡지들에 소개되고 있는 K-2 관련 정보를 요약하면 이렇다. 현재 육군은 K-1과 이를 개량한 K-1A1 전차를 갖고 있다. K-1 전차의 주포 지름은 105mm, K-1A1의 주포 지름은 120mm다. K-1을 개발할 당시 서방 전차의 주포 지름은 105mm였다. 그런데 소련이 T-64를 시작으로 125mm 주포 전차를 내놓기 시작하자 서방 국가들도 120mm 주포를 탑재한 전차 개발에 착수했다.

그 결과 미국의 M-1A2, 영국의 챌린저-Ⅱ, 독일의 레오파드-Ⅱ, 일본의 90식 전차 등이 등장했다. 서방 전차의 대세가 120mm로 변하자 한국도 K-1 개량에 들어가 K-1A1을 내놓았다. 그러나 차이가 있었다. 서방 선진국들은 새로 개발하듯이 120mm 주포 전차를 내놓았으나, 한국은 차체(車體)는 거의 그대로 둔 상태에서 주포만 120mm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K-1A1을 출시한 것이다. 따라서 K-1A1은 다른 나라의 120mm 주포 전차에 비해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갑이 얇은 탓’에 한국이 K-1A1 개발에 만족하고 있을 때, 전차 개량 경쟁에서 뒤처졌던 프랑스가 ‘르클레르’ 개발에 도전했다. M-1A2를 비롯한 그때까지의 전차는 기계식으로 움직였는데, 프랑스는 전자장비로 움직이는 새로운 개념의 전차 개발에 도전한 것이다. 전차는 목표물에 따라 다른 포탄을 사용해야 한다. 적 병사와 차량을 공격할 때는 수류탄처럼 작열(灼熱)하는 포탄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포탄은 30cm 넘게 장갑한 장갑전차를 공격하는 데는 무용지물이다. 적 전차를 공격할 때는 장갑을 찢고 들어가 안에서 폭발하는 특수 포탄을 사용해야 한다.

전차 안에는 포수가 원하는 대로 포탄을 골라 장전해주는 ‘탄약수’가 탑승한다. 그러나 좁고 덥고 시끄러우며 컴컴한 공간에서 무거운 포탄을 찾아내 장전하는 탄약수의 일은 매우 힘들 수밖에 없다. 프랑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수가 원하는 포탄을 찾아내 신속히 장전까지 해주는 ‘자동장전장치’를 개발해냈다. 이에 따라 탄약수를 태울 필요가 없어졌을 뿐 아니라 장전 속도가 빨라졌고, 탄약수가 탑승하던 공간은 탄약고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기계식 전차는 멈춰 선 다음에 사격을 해야 한다. 달리는 도중에는 차체와 포신이 크게 흔들려 정확한 사격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자산업의 발전으로 달리는 와중에도 목표물을 놓치지 않는 전자식 사격통제장치가 개발됐다. 프랑스는 이 장비를 새 전차에 탑재하기로 했다. 스텔스 기술이 발전하자 프랑스는 스텔스 기능도 갖춘 전차를 개발하려 했다.

전차전(戰車戰)은 넓은 지역에서 벌어지는 것이라, 아군을 공격하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다. 오인사격을 없애려면 각 전차에서 나오는 전파를 분석해 순식간에 피아를 구분해내는 ‘적아(敵我)식별장치’가 있어야 한다. 같은 상대에 대해 아군 전차 여러 대가 동시에 공격하는 중복사격도 없애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전투 지휘부가 아군 전차 전체를 통제하고 지휘하는 C4I 체계가 있어야 한다.

3m 물속 통과 등 다양한 능력 보유

정확한 사격을 하려면 조준경의 성능이 좋아야 하는데, 이 조준경은 야간에도 작동되고 목표물까지의 거리도 순식간에 계산해줘야 한다. 최신 디지털카메라는 한밤중에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아도 순식간에 피사체까지의 거리를 측정해 선명한 촬영을 한다. 프랑스는 이러한 기능을 갖춘 전자조준경을 채택했다. 그리고 여러 전자장비를 통합 조작할 수 있는 종합 전자장비 개발을 시도했다.

이러한 때 이미 120mm 주포 전차를 개발한 미국, 영국, 독일 등은 이 전차에 각종 전자장비를 탑재한 개량형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전차는 기계식에 전자장비를 결합한 것이라 프랑스가 개발하려는 전자식 전차와는 개념이 달랐다. 1992년 프랑스는 이러한 개념으로 설계한 ‘르클레르’를 내놓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완벽한 4세대 전차는 포탑에 포수가 없는 ‘무인(無人) 포탑’ 체제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르클레르는 무인 포탑 시스템까지는 갖추지 못해 3.5세대 전차로 분류됐다. 르클레르에 이어 두 번째로 나온 3.5세대 전차가 바로 K-2다.

K-2에는 르클레르도 갖지 못한 장점이 있다. 르클레르는 달리는 도중에도 사격할 수 있지만, 원체 크게 흔들릴 때는 정확한 사격을 하지 못한다. 전차포는 포탑에서 길게 뻗어나와 있기 때문에 전차가 크게 흔들리면, 전차포도 미세하긴 하지만 순간적으로 ‘출렁’할 수 있다. 이러한 때 발사되는 포탄은 목표물을 ‘살짝’ 벗어날 수밖에 없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이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전차포구에 작은 거울을, 전차포 뿌리에 이 거울을 향해 레이저를 쏘는 장비를 장착했다. 포수가 방아쇠를 당기면 K-2의 포신은 바로 불을 뿜지 않고 레이저가 거울을 맞히는 순간을 기다린다. 포신이 약간이라도 출렁인다면, 전차포 뿌리에서 발사된 레이저는 포구의 거울을 맞히지 못한다. 그러다가 레이저가 거울을 맞히는 순간 자동으로 포탄을 발사하니 K-2의 명중도는 르클레르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이 밖에도 K-2는 3m 이상의 물속을 통과하는 등 다양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방산업계에서는 K-9 자주포 이후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무기를 만들게 된 것이 아니냐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성공을 자신하는 만큼 국방과학연구소와 로템은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K-2 출고식을 가질 계획이다.



주간동아 573호 (p16~17)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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