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2

2007.02.06

엄격한 선후배 위계질서 파벌문화의 상징

  • 김성규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kimsk@donga.com

    입력2007-02-05 1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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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안재형(대한항공 감독)-자오즈민 이후 ‘제2의 한중 탁구커플’로 화제를 모았던 홍콩 대표 출신 곽방방(27·KRA), 중국교포 3세로 2년 전부터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 조선족 출신 탁구 기대주 정상은(17·동인천고 2년).

    한국과는 다른 문화권에서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한 두 사람이 한국 생활의 어려움에 대해 공통적으로 한 말이 있다. 기자에겐 상당히 의외였는데, 선후배 간 위계질서가 지나치게 엄격해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듣고 속으로 막연히 ‘그런가’ 했는데, 최근 농구 관계자 A씨에게서 여자 농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합숙훈련할 때 숙소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듣고는 한국의 ‘선후배 위계’가 얼마나 심한지 실감할 수 있었다.

    숙소에선 보통 2인 1실로 방을 쓴다. 선배와 후배가 한방을 쓰게 될 경우 두 사람의 생활은 극단적으로 다르다. 예컨대 하루 동안 휴식이 주어지면 선배는 그날 종일 푹 쉴 수 있다. 하지만 후배는 혼자 방청소하고 선배 빨래까지 하느라 고단한 하루를 보내야 한다.

    또 후배는 아무리 피곤해도 선배보다 먼저 자서는 안 된다. 선배가 자려고 할 때 방의 전등을 꺼줘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선배가 피곤해서 먼저 잔다고 하면 후배는 책을 읽거나 TV를 보고 싶어도 전등을 꺼야 한다. 한국의 엘리트 스포츠 집단에서 이런 엄격한 선후배 간 상하관계는 초중고 운동부부터 국가대표까지 아우르는 뿌리 깊은 문화인 듯하다.



    그렇다면 중국이나 홍콩은 어떨까. 탁구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 현재 대한항공 스포츠단에 있는 김분식(33) 씨는 “중국 선수들은 대회에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코치나 감독 앞에서도 개의치 않고 감정을 드러낸다. 심지어 라켓을 집어던지기도 해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감독이나 코치 앞에서도 그렇게 행동하는데 선후배 사이에 위계질서가 있을 리 없다.

    군대를 연상케 하는 스포츠계의 선후배 간 위계질서가 어떻게 유래됐는지 논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스포츠계의 뿌리 깊은 학연 및 지연 문화, 대부분 스포츠 단체가 갖고 있는 파벌 문화와 연속선상에 있다는 사실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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