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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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후보 ‘영순위’ … 검증 안 된 가능성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7-01-08 13: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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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권 후보 ‘영순위’ … 검증 안 된 가능성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정치를 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 “대선에 출마할 것이냐”고 물으면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내 이름을 빼달라”는 식이다. 나중에 입장을 바꾸더라도 “그때 이런 말을 했는데…”라고 공격당할 여지를 남기지 않는 화법이다.

    정치 입문을 거부하지만 그의 말과 행동은 매우 정치적으로 해석된다.

    “나는 디사이시브(decisive·과단성 있는)한 사람이다. 승산 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가 하면, “충청도는 나라의 중심이다”라는 말도 서슴없이 한다. 기성 정치인들마저 부담스러워하는 예민한 정치용어 도 스스럼없이 입에 올리는 편이다. 정계와 학계의 경계선에 선 그의 모습은 신비주의를 자극하기에 충분하고, 결국 오피니언 리더들은 그를 범여권의 잠재적 대선후보 ‘영순위’로 꼽았다.

    말 서너 마디로 고건 전 총리의 아성을 간단히 뛰어넘은 그는 정치적 승부처가 어디인지, 대중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여론을 형성하고 이를 리드하는 정치력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정 전 총장은 타고난, 또는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정치적 장점들을 많이 갖고 있다. 정 전 총장의 고향은 충남 공주다. 대선에서 충청권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는 여당 후보 누구도 갖지 못한 경제적 식견도 갖고 있다. 정 전 총장은 진보적인 경제학자다.



    최근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과 관련해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여권 내에서 유일하게 노무현 대통령과 차별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가 가진 것은 대부분 가능성일 뿐 검증된 것이 없다. 정 전 총장의 정치 경력은 일천하다.

    야당은 그가 정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죽이려고’ 나설 것이다. 여당 또한 영원한 우군이라고 장담하기 힘들다. 약육강식의 논리에 따라 그를 영입한 만큼 언제든지 다시 버릴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사석’으로 쓸 수도 있다. 돈도 조직도 없는 그로서는 자신의 정치생명을 스스로 지켜나가야 한다.

    정치, 특히 선거는 ‘더티 게임’이다. 이기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이런 더티 게임에 능하다. 그러나 학자 출신은 이런 환경이 낯설 수밖에 없다. 이수성, 이홍구 전 총리 등 학자 출신 정치인들이 뜻을 이루지 못한 것도 이런 게임의 룰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적응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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