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8

2007.01.09

청어 통말이 과메기 맛 진짜 궁금

  •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발해농원 대표 ceo@bohaifarm.com

    입력2007-01-08 09: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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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어 통말이 과메기 맛 진짜 궁금

    과메기

    과메기철이 돌아왔다. 해산물 음식을 파는 식당들은 이제 겨울이면 으레 과메기를 낸다. 20년 전만 해도 포항에나 가야 먹을 수 있었던 음식인데 짧은 시간에 참 많이도 퍼졌다. 게다가 굽거나 찌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생선이라며 먹기 거북해하던 사람들이 다수였는데, 요즘 보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과메기가 이렇게 크게 확산된 데는 ‘짜배기’가 한몫했다. 꽁치를 반으로 갈라 내장을 발라낸 뒤 말린 것을 짜배기라고 한다. 꽁치를 통으로 말린 것은 ‘통말이’라고 부른다. 예전에는 통말이밖에 없었다. 통말이를 먹기 위해서는 머리를 떼고 내장과 껍질을 제거해야 하는데, 이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질려버리고 만다. 축축하고 미끈거리는 촉감에다 손에 남는 비릿한 냄새까지, 바닷가 출신인 나조차 처음에는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 이에 비해 짜배기는 그냥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기만 하면 된다.

    요즘은 전부 꽁치 짜배기 … 구룡포 덕장 장관

    짜배기가 시각적으로 거북하지 않고 먹기 편하기는 한데, 맛 차이는 크다. 통말이에 맛들인 사람들은 짜배기를 ‘가짜’ 취급한다. 그런데 서울에서 통말이를 먹을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예전 조흥은행 본사 바로 옆 뒷골목에 있던 포항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조그만 식당에서는 통말이만 고집했는데, 요즘도 장사를 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근처에서 밥벌이하는 분들은 한번 찾아가 보시길….

    그렇다면 과메기의 고장 포항에서는 통말이를 쉽게 찾을 수 있을까. 꼭 그렇지도 않다. 포항에서도 온통 짜배기다. 과메기 제조자 처지에서는 말리는 시간이 열흘 정도 단축되니 그렇게 하는 것이다. 짜배기는 네댓새면 마르고 통말이는 보름은 걸린다.



    과메기 맛을 좀더 알고 싶다면 포항 바닷가 덕장을 찾는 게 좋다. 겨울이면 포항은 온통 과메기 말리는 덕장으로 가득한데, 제대로 맛을 내는 덕장은 바닷가 바로 옆에 있다. 바닷바람을 직접 맞으면서 말려지는 과메기가 진짜다. 그 맛 차이에 대한 설명은 포항 사람들이 더 잘 알므로 현지에서 듣는 게 더 실감나고 나을 듯싶다.

    그런데 일부 포항 토박이들은 꽁치로 만든 과메기를 가짜라 한다. 진짜는 청어로 말린 음식이란 것이다. 청어로 말린 게 과메기인 것은 맞다. 과메기의 어원은 관목(貫目)인데, 사전에도 말린 청어를 관목이라고 적고 있다.

    겨울철 농가에서는 부엌 살창에 청어를 걸어 말렸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굴뚝으로 빠져나가지 않은 연기가 살창으로 나가는데, 여기에 청어를 걸어두고 훈제했던 것이다. 특히 솔가지로 불을 때면 솔향이 청어에 배어 향긋한 맛이 일품이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이 훈제법을 이용한 과메기를 연관목(烟貫目)이라 불렀다.

    과메기가 말린 청어였던 시절이 끝난 것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조선시대까지만 하더라도 청어 과메기는 흔했고, 포항 과메기가 맛이 있다 하여 임금에게 진상되었다. 청어가 근해에서 거의 잡히지 않게 된 것은 광복 즈음부터라고 한다. 1971년 다시 풍어를 보이는가 했지만 이도 잠시. 포항에서 청어 과메기 찾기란 장생포에서 고래고기 찾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그리고 상인들 말로는 포항 사람들도 더 이상 청어 과메기를 찾지 않는다고 한다. 맛이 꽁치 과메기만 못하다는 것이다. 진상까지 되었다는 청어 과메기가 꽁치 과메기보다 맛이 없다니,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언제부터 꽁치가 청어 흉내를 내며 과메기란 이름을 갖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구룡포 사람들은 40여 년 전부터 꽁치 과메기를 먹었다고 하고, 죽도시장 사람들도 그즈음이라고만 할 뿐 정확하게 고증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겨우내 먹을 음식으로 청어를 소금에 절여둔다. 우리나라 김장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초겨울 인사로 이웃들에게 “김장 얼마나 했니” 하듯 이들은 “올해는 청어 몇 동이나 절였니” 하고 인사할 정도다. 이 청어를 양파나 절임채소와 함께 날로 먹는데, 비릿하고 물컹한 느낌이 꽁치 과메기보다 한참 심하다. 그런데 이 청어절임에 한번 입맛을 들이면 환장하게 된다고 한다. 나도 여행 중에 서너 차례 청어절임을 맛본 적이 있는데, 가끔 그 맛이 그리울 때가 있다. 꽁치에 밀려 사라져간 청어 과메기 맛은 또 어떨지 사뭇 궁금하다. 어디 파는 데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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