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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 사회의 상관관계

  • 박진열 ㈜엘림에듀 상임연구원

과학기술과 사회의 상관관계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기술의 발달이 인간 생활에 미친 엄청난 영향력을 쉽게 알 수 있다. 근대 이후 급속도로 발달하기 시작한 과학기술의 영향력은 이전에 비해 매우 큰 폭으로 확대됐다. 오늘날 첨단 과학기술은 인간 생활의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예컨대 전 세계에 걸친 통신기술의 발달은 인도에 있는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LA에 있는 레스토랑의 저녁식사 예약을 가능하게 했다. 당연히 LA 콜센터의 직원 존은 해고되었으며,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인도에 사는 무하마드 씨는 일자리를 얻게 되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종이에 편지를 쓰기보다는 E메일을 이용한다. 이제 우체부 아저씨가 배달하는 것은 각종 고지서와 청구서, 의례적인 연하장 따위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과학기술의 영향력이 확대되어감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 우리 시대를 결정적으로 규정하는 요인으로 ‘과학기술의 발달’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과학기술의 영향력 및 중요성에 대한 인식에 비례하여 과학기술의 본질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2004년 3월 학력평가)

[가] 기술은 그 내부적인 발전 경로를 이미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어떤 특정한 기술(혹은 인공물)이 출현하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통념을 약간 다르게 표현하자면, 기술의 발전 경로는 이전의 인공물보다 ‘기술적으로 보다 우수한’ 인공물들이 차례차례 등장하는, 인공물들의 연쇄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술의 발전 경로가 ‘단일한’ 것으로 보고, 따라서 어떤 특정한 기능을 갖는 인공물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서 ‘유일하게 가장 좋은’ 설계방식이나 생산방식이 있을 수 있다고 가정한다. 이와 같은 생각을 종합하면 기술의 발전은 결코 사회적인 힘이 가로막을 수 없는 것일 뿐 아니라 단일한 경로를 따르는 것이므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정해져 있는 기술의 발전 경로를 열심히 추적해가는 것밖에 남지 않게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다양한 사례 연구에 의하면 어떤 특정 기술이나 인공물을 만들어낼 때, 그것이 특정한 형태가 되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그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엔지니어, 자본가, 소비자, 은행, 정부 등의 이해관계나 가치체계임이 밝혀졌다. 이렇게 보면 기술은 사회적으로 형성된 것이며, 이미 그 속에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고 있는 셈이 된다. 뿐만 아니라 복수의 기술이 서로 경쟁하여 그중 하나가 사회에서 주도권을 잡는 과정을 분석해본 결과,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기술적 우수성이나 사회적 유용성이 아닌, 관련된 사회집단들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결국 현재에 이르는 기술 발전의 궤적은 결코 필연적이고 단일한 것이 아니었으며, ‘다르게’ 될 수도 있었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나] 기술의 발전이 사회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기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통념은 기술이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는 정도를 넘어 그것이 사회의 형태와 변화 방향을 ‘결정’한다는 견해로까지 나아가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동력기술이 자본주의를 낳았다는 주장, 새로운 정보기술이 과거의 산업사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회를 낳는다는 주장 등이 그 사례가 될 것이다. 실제로 우리의 일상에서는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사회적 관계와 행동양식이 바뀌어 나가는 경우가 많기에 이러한 주장은 상당히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기술이 사회적인 영향력을 갖는다는 것과 기술이 사회를 결정한다는 주장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기술이 사회를 결정한다’는 주장의 근저에는 기술을 스스로 진화하는 실체로 여기는 사고가 놓여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이 기술은 결코 독자적으로 발전하는 실체가 아니며 ‘사회적인 영향력 속에서 구성되는’ 존재이다. 물론 특정한 기술의 발전 궤적을 들여다보면, 그것이 사회로부터 영향을 받기보다는 사회에 거의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들도 있다. 핵발전 기술처럼 이미 우리 사회 속에 깊숙이 자리잡은 거대 기술 시스템들은 사회 구성원들의 통제를 벗어난 자율적 실체로 보이지 않는가? 이러한 지적은 언뜻 보기에는 타당한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기술이 사회로부터 벗어나 완전히 자율적인 실체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거대 기술 시스템을 지탱하는 요소 역시 궁극적으로는 사회적인 이해관계의 총체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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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 사회의 상관관계
1. 이 글이 수업을 위한 원고의 일부라고 할 때, 아래 의 밑줄 친 부분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쪽수업의 개요와 목표 : 현대사회의 대중에게 널리 퍼져 있는 과학기술에 대한 통념들을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인식의 전환을 유도함으로써, 이를 바탕으로 실천을 위한 이론적 전제를 모색한다.

① 과학기술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② 과학기술을 사회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가능하다.

③ 과학기술은 과학과 기술로 구분되어야 하는 개념이다.

④ 과학기술의 발전이 항상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는 없다.

⑤ 과학기술은 사회 현실과 중립적인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2. (가)에 나타난 글쓴이의 주장을 비판하기 위한 탐구활동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논거가 되는 연구 결과를 반박할 수 있는 다른 연구 자료를 조사한다.

② 사회 변화에 따라 가치체계의 변동이 일어나게 되는 원인을 분석한다.

③ 기술 개발에 관계자들의 이해관계나 가치가 작용한 실제 사례를 조사한다.

④ 글쓴이가 문제삼고 있는 통념에 변화가 생기게 된 계기를 분석한다.

⑤ 글쓴이가 통념을 종합하여 이끌어낸 결론의 타당성을 검토한다.

3. ‘거대 기술 시스템’을 검색하여 아래의 와 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 자료를 활용하여 (나)를 설명한다고 할 때, 적절하지 않은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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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미국의 기술사가인 토머스 휴즈가 사용한 용어로, 이 말에는 기술을 기계와 같은 인공물과 동일시해서는 안 되며 정치, 경제, 문화적 요소까지 합쳐진, 일종의 사회적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담겨 있다.

[B] 전기 시스템은 전기를 공급하는 전력회사, 각종 전기기기들을 생산해내는 가전업체, 발전에 필요한 연료를 운반하는 선박회사, 원유를 정제하는 정유공장 등 여러 하위 시스템들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움직인다.

[C] 시스템들 간의 상호 연관을 특징으로 하는 거대 기술 시스템은 사람들의 생활 리듬이나 삶의 양식, 노동방식 등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① [A] : 기술이 궁극적으로 사회적 이해관계의 총체임을 주장하는 논거로 활용한다.

② [B] : 기술이 자율적 실체인 것처럼 여겨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로 활용한다.

③ [C] : 기술의 사회적인 영향력을 설명하는 보충 자료로 활용한다.

④ [A], [C] : 기술이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독자적 실체로서 사회를 결정할 수는 없음을 설명하는 자료로 활용한다.

⑤ [B], [C] : 기술이 부분적으로 사회를 결정하고 있음을 설명하는 자료로 활용한다.

논술로 접근하기

4. 제시문 (가)와 (나)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견해의 공통점을 200자 내외로 설명하시오.

제시문 이해하기

(가) 많은 사람들은, 기술은 그 내부적인 발전 경로를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특정한 기술이 출현하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통념에 따르면 과학의 발전은 단일한 경로를 따르는 것으로, 사람들은 이미 정해져 있는 기술의 발전 경로를 열심히 따르면 된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엔지니어, 자본가, 소비자, 은행, 정부 등의 이해관계나 가치체계이다. 기술은 사회적으로 형성된 것이며, 이미 그 속에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는 ‘기술이 내적인 발전 경로를 이미 가지고 있다’는 통념을 비판하고 있다.

(나) 기술의 발전이 사회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의 일상에서는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사회적 관계와 행동양식이 바뀌어 나가는 경우가 많기에 이러한 주장은 상당히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기술이 사회적인 영향력을 갖는다는 것과 기술이 사회를 결정한다는 주장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술은 결코 독자적으로 발전하는 실체가 아니며 ‘사회적인 영향력 속에서 구성되는’ 존재이다. 거대 기술 시스템을 지탱하는 요소는 궁극적으로 사회적인 이해관계의 총체이다. (나)에서는 ‘기술이 사회를 결정한다’는 주장을 비판하고 있다.

정답 및 예시답안

1. ② 2. ① 3. ⑤

4. (가)의 글쓴이는 ‘기술이 내적인 발전 경로를 가지고 있다’는 통념을 비판하고 있다. (나)의 글쓴이는 ‘기술이 사회를 결정한다’는 주장을 비판하고 있는데, 그 근저에는 ‘기술을 스스로 진화하는 실체’로 여기는 사고가 놓여 있다고 했다. 그러므로 두 글은 기술을 인간 사회와 독립된 자율적 실체로 여기는 통념을 비판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간동아 2007.01.02 567호 (p99~101)

박진열 ㈜엘림에듀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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