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7

2007.01.02

뉴욕 동장군이 진짜 무서운 이유

  • 김종선 경원대 교수·경제학

    입력2006-12-27 18: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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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인 12월17일 새벽 전국에 걸쳐 큰 눈이 내렸다. 서울에서도 2006년 겨울 들어 사실상 처음으로 눈이 내렸다는데 대설경보까지 내려질 정도로 첫눈치고는 제법 양이 많았다. 일요일이었기에 망정이지 평일이었다면 출근길 혼잡으로 큰 소동이 벌어질 뻔했다. 그런데 같은 시각 뉴욕의 센트럴파크는 맑은 하늘에 섭씨 최고 10도, 최저 5도의 맨송맨송한 겨울날씨를 보였다.

    서울에서 첫눈을 보면서 굳이 뉴욕의 날씨를 언급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폭설로 충청권 서해안 지역이 하얗게 묻히고, 미시령 옛길의 통행이 차단된다는 뉴스보다 뉴욕에 동장군이 엄습했다는 뉴스가 한국 경제에 더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날씨에 민감한 미국 소매경기, 한국에 직·간접 영향

    세계 금융시장의 많은 전문가들은 요즘 미국의 연말 크리스마스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다. 기세등등하던 주택경기가 내려앉으면서 급격한 소비 위축을 우려하는 예측이 많았는데, 과연 어떤 모양으로 가시화할 것인지 조심스럽게 관찰하고 있는 것이다.

    연방준비은행이 아직까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버리지 않을 정도로 고용시장은 활황을 보이고 있다. 덕분에 아직까지는 급격한 소비 위축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주택경기 하락이 어떤 방식으로든 소비심리를 짓누르게 될 게 확실하다. 이럴 때 날씨라도 겨울날씨답게 아주 매서우면 그나마 괜찮다.



    날씨가 유난히 추우면 거리의 상가에 큰 겨울장이 선다. 이 안에는 미국산 제품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산, 일본산, 한국산도 있다. 다시 말하면 겨울답게 날씨가 추워지면 월동제품 구매를 위해 미국 소비자들이 돈을 쓰게 되고, 이에 따라 우리 수출도 덩달아 증가하니 미국도 좋고, 한국도 좋다는 것이다.

    요즘 텔레비전에서는 ‘뉴스가 뉴스다워야 뉴스지’라는 개그 코멘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계절도 마찬가지다. 겨울은 겨울다워야 겨울이다. 그래야 경제가 쌩쌩하게 잘 돌아간다. 그러나 세상 좋은 일에는 언제나 마가 끼는 법이다. 겨울이 겨울답다고 해서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낮은 수은주는 언제나 높은 난방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맨송맨송한 뉴욕의 겨울날씨 때문에 소매경기가 죽고 있지만 석유나 천연가스 가격은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수은주가 급강하하면 상황은 역전된다. 소매경기는 빠른 속도로 호전되겠지만 유가나 천연가스의 가격이 위험해진다. 실제로 원유와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월동용 난방 수요가 집중되는 미국 북동부 지역 기상예보에 따라 급변한다. 이런 사정 때문에 서울에서 원화로 한국 기업의 주식을 사거나 강북 뉴타운의 아파트를 매입해도 뉴욕의 날씨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날씨는 경제보다 더 변덕스럽다. 2006년 가을 카트리나와 같은 메가톤급 허리케인이 미국 걸프만으로 또 불어올 것인지를 두고 뉴욕의 석유선물시장에서 헤지펀드라 불리는 투기자본들이 격돌한 적이 있었다. 온 세상이 하얗게 눈으로 뒤덮이면 유가는 과연 어떻게 될까. 그리고 금리는? 주가는? 아파트 가격은 또 오를 것인가. 추워도 걱정, 더워도 걱정. 이것이 인생이고, 또 경제인가 보다.

    2007년 새해가 다가왔다. 부디 올해엔 뛰는 집값에 마음 졸이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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