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7

2016.12.14

사회

원주시의 수상한 건축허가 반려 교통 핑계로 종교의 자유 침해?

원주시청, 원주 하나님의 교회 건축허가 관련 위법 심의 의혹…반려 근거인 교통체증 무관

  •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l.com

    입력2016-12-09 17:4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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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님의 교회 건축허가….”

    “할 말 없어요!”

    11월 23일 해묵은 논란이 계속되는 강원 원주시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원주 하나님의 교회) 건축허가 신청 건과 관련한 ‘주간동아’의 방문 취재 요청에 원주시청 담당 과장의 반응은 짜증스럽다 못해 무례에 가까웠다. 취재 요청은커녕 단순한 대화조차 불가능한 상황.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응대 방식이나 태도를 바꿀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전화로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고 해서 “직접 찾아가겠다”고 하니 “출장 가고 없을 것”이란 답변이 돌아왔다.

    취재 날짜를 못 박지 않았는데 “자리에 없을 것”이란 말에서 적의가 느껴지기도 했다. 승강이 끝에 “내일 담당 주무관은 있을 것”이라고 해 그다음 날인 11월 24일 직접 원주시청 담당과를 방문했지만 담당 과장과 주무관 모두 외근을 나가 퇴근시간 무렵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이후 시정홍보실을 통해 공식 질의서를 보냈으나 응답이 없기는 마찬가지. 원주시 측은 ‘주간동아’의 어떤 질문에도 해명하지 않았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행정절차

    길어봐야 몇 개월이면 끝나야 할 건축허가가 1년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것일까. 원주 하나님의 교회 건축허가를 둘러싼 원주시와 하나님의 교회 간 갈등은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됐다. 사건 발단은 지난해 7월 원주 하나님의 교회가 세들어 살고 있던 원주향교의 임대기간 만료 통보였다. 원주향교 측이 ‘(향교의) 건립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하고 있다는 성균관과 원주시청의 질타성 지적이 있어 본 향교의 입장이 난처하다. 계약 만료일인 8월 31일을 기해 임대 연장이 곤란함을 통보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하나님의 교회 측에 보낸 것. 현재까지 하나님의 교회 본당으로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원주향교 건물의 본래 용도는 전통혼례를 비롯한 각종 행사를 수용하는 것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이용 빈도가 줄면서 재정난에 직면한 원주향교는 건물 임대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섰고 하나님의 교회와 임대계약을 맺어 시설물을 예배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원주향교 측으로부터 계약 만료 및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후 ‘입장이 난처하다’는 건물주의 의견을 ‘공공시설물 설립의 본래 취지를 되살리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하나님의 교회 측은 이전을 결정하고 원주시 무실로 129(원동 295-8) 일원의 옛 LH주택공사 건물을 매입해 지난해 11월 20일 관련법에 따라 건축신축허가와 관련한 건축위원회 심의를 신청했다. 그리고 나흘 뒤인 24일 건축위원회로부터 건축법과 건축조례에 근거해 건축위원회 심의 관련 ‘해당사항 없음’ 통보를 받았다. 별도 건축심의가 필요 없는 건물이므로 바로 건축허가 신청 단계를 진행하라는 내용이었다.

    열흘 뒤인 11월 30일 건축허가를 신청하고 이전 준비를 서두르던 하나님의 교회는 3개월이 지난 올해 3월 7일 원주시로부터 건축위원회의 전문적 자문을 요구하는 ‘민원서류 보완·보정 요구서’를 받게 된다. 이어 4월 8일에는 원창묵 원주시장이 직권으로 안건을 상정해 건축위원회 심의를 받도록 했고, 교회는 14일 ‘건축심의를 통해 자문을 구하겠다’는 공문을 원주시로부터 받았다. 심의 대상이 아니라던 건축물의 건축허가를 별다른 이유도 없이 차일피일 미루던 원주시가 시장 직권으로 건축위원회 심의를 열겠다고 태도를 바꾼 것. 건축물 허가 신청 이전에 마쳐야 하는 심의를 건축물 허가 신청 후 137일이나 지난 시점에 “심의절차를 거쳐라”고 번복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이는 건축위원회의 심의기준이 정한 기간에서 4배 이상 벗어난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원주시가 ‘건축위원회의 전문적 자문’을 요구하면서 그 근거로 내세운 것은 해당 건물이 ‘준다중이용 건축물’로 분류된다는 해석. 하지만 이는 3개월 전 건축위원회가 같은 건물을 이미 ‘미관지구 내 건축물’로 규정해 ‘심의가 필요 없다’고 결정 내린 것과 상반된 내용이었다. 심지어 원주시의 이런 주장에도 준다중이용 건축물은 건축법상 건축위원회 심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조례 무리한 소급 적용, 행정절차 무시

    건축법 시행령 제5조의5 1항과 건축위원회 심의기준(국토교통부 고시 제2015-333호) 제6조 2항에 따르면 ‘지방건축위원회는 다중이용 건축물과 특수구조 건축물의 구조안전에 관한 사항만 심의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다만 원주시 건축조례 제7조 7항에 ‘시장이 위원회의 자문이 필요하다고 인정해 회의에 부치는 사항에 대해서는 심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원주시는 바로 이 조항을 근거로 시장 직권으로 건축위원회에 심의 안건을 상정한 것. 하지만 조례의 해당 조항은 공교롭게도 원주 하나님의 교회 건축심의를 한 날짜인 4월 14일보다 하루 뒤인 15일 개정됐다. 하나님의 교회 측은 “원주시 측이 조례를 뒤늦게 개정해놓고 무리하게 소급 적용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그렇다면 원주시장이 조례까지 개정하며 해당 건물에 대한 건축위원회의 자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배경은 무엇일까. 6월 13일 한국경영혁신 중소기업협회 원주지회 월례회의에 참석한 원창묵 시장이 “‘하나님의 교회가 세워지면 가정파탄이 난다’ ‘죽어도 안 된다’며 반대하는 주민들 때문에 (건축허가를 내주는 것이) 많이 부담스럽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한 언론사의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과연 원창묵 시장이 언급한 대로 하나님의 교회가 가정파탄과 연관성이 있을까. 교회 측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이 교회의 관계자는 “이혼 등의 문제는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이다. 어떤 종교를 따르든 그것과는 별개로 가정 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인데, 이를 마치 우리 교회가 부추긴 것처럼 매도한다면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잘 살아가는 다수의 신도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잘라 말했다.

    하나님의 교회 측은 “실제로 하나님의 교회는 원주에 설립된 지 20년이 넘도록 민원, 교통체증 등의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 오히려 지역사회에 봉사한 공로로 2013년 원창묵 시장으로부터 표창을 받았고, 최문순 강원도지사로부터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연속 표창장을 받았다. 세계적으로도 올해는 영국 여왕상을 받고, 미국 대통령상을 그동안 5차례 받는 등 여러 나라에서 2000건 넘게 각종 상을 수상했다. 신앙의 관점이 다른 일부 사람이 교리 차이를 문제 삼아 하나님의 교회 건물 건축을 반대하는 것은 헌법상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결국 원주시는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해 해당 건에 반려처분을 내렸다. 건축위원회 심의기준 제8조 1항에는 위원회 개최 당일 건축주와 설계자가 참석해 안건을 설명하는 것을 의무로 하고 있지만 이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 “심의과정에 건축주를 참석시키지 않은 것은 물론, 안건을 설명하기 위해 시청을 방문한 교회 관계자들을 물리적으로 막았다”는 게 교회 측의 주장이다.

    원주시는 심의 개최 후 7일 이내 청구인에게 심의 결과를 통보하고 10일 이내 시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하는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교회 측 관계자는 “원주시청의 내부 공문서가 일반에 유출돼 교회 안티 카페에 게재되는 일까지 발생했지만 시청은 이에 대해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원주시가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건축허가를 반대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원주시가 보낸 건축허가신청 반려처분 통보서류에 명시된 반려 사유는 크게 두 가지로, 주변 교통 소통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과 민원이다. ‘진입도로인 무실로는 왕복 4차선 경사지형(기울기 약 6% 이상) 도로의 곡선구간에 접해 있는데 무실로는 평소 차량 통행이 빈번하고, 출퇴근시간과 주말 및 공휴일에 정체 현상을 보이는 곳’이라는 것이다. ‘집회장 800석, 구내식당 318석이 새로이 설치되고 종교시설의 특성상 집회 시작과 종료 후 차랑 진·출입 시간이 집중되는 점’ 등도 사유로 제시됐다. 이에 대해 교회 측은 원주시청의 반려 사유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건축허가신청 장소는 왕복 4차선 넓은 도로에 교통 소통이 무척 잘되는 환경이다. 원주 하나님의 교회를 이용하는 신도는 700~1000명으로 예배 날에는 오전, 오후, 저녁 등 3차례로 나눠 예배를 보고 있어 한번에 방문하는 신도 수는 400여 명 수준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가족과 청소년이 많아 교통혼잡을 초래할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것.



    실체 없는 교통정체, 황당한 주차시설 요구

    실제 교회가 건축되면 교통혼잡을 얼마나 초래하는지 알아보고자 현재 교회가 입주해 있는 원주시 향교길(명륜동) 원주향교 주변 도로의 사정을 먼저 살펴봤다. 현 상황을 먼저 봐야 이전할 곳의 교통 수요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주향교 부근은 대로변에서 조금 벗어난 소방도로 안쪽에 위치해 차량이 몰릴 경우 충분히 혼잡할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러나 인근 주민의 설명은 달랐다. 원주향교 바로 건너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교회 예배가 있는 날조차 신도들이 오는지 가는지 모를 정도로 차분해 교통혼잡 등의 불편을 느낀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면 교회 이전 예정지인 옛 LH주택공사 건물 인근 도로의 실제 교통상황은 어떨까. 직접 취재한 결과 원주시 측 주장과 달리 낮시간대는 물론, 퇴근시간인 오후 6시 이후에도 한산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도로도 원주향교 앞보다 넓은 4차선의 완만한 곡선 도로라 교회 이전으로 교통혼잡이 발생할 우려는 없어 보였다. 민원을 제기했다는 인근 아파트단지는 심지어 교회 진입로와는 정반대쪽 도로를 사용하고 있어 교회 이전으로 영향을 받을 이유 또한 없는 구조였다.

    교회 측은 “과거 LH주택공사 입주 당시에도 해당 건물은 1개 층 전체를 아파트 본보기집으로 활용해 분양시기만 되면 청약을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렸지만 교통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없는 곳이었다. 설령 혼잡이 발생한다 해도 현재보다 주차시설을 늘리고 자체적으로 교통흐름을 조절한다면 평소와 다름없는 수준의 교통량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교회 측은 “원주시민 3만 명의 동의서를 받아 제출함으로써 민원 발생 우려 문제까지 해소했다”고 주장했다.

    원주 하나님의 교회가 이전 예정 대지인 옛 LH주택공사 건물에 마련한 주차 대수는 60대 이상이다. 해당 건물의 법정 주차 대수는 32대로 교회 측은 이보다 2배에 가까운 규모의 주차시설을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원주시청은 반려처분 과정에서 교회 측에 법정 주차 대수의 30배가 넘는 1000대 규모의 주차시설을 확보하라고 요구했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지난해 5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새로운 건축위원회 심의기준을 고시했는데 ‘건축법령 및 관계법령상의 기준보다 과도한 기준을 건축심의에서 요구할 수 없도록’ 한 게 골자다. 국토부는 건축심의 과정에서 과도한 기준을 요구한 대표적 위반 사례로 ‘부설주차장을 법정 대수의 120% 이상 확보하라’고 요구한 내용을 들었다. 이로 볼 때 원주시청의 요구는 위법하거나 심히 부당한 행정처분임이 분명해 보인다.

    교회 측은 “우리는 법정 주차 대수인 32대의 2배에 가까운 60대 이상의 주차시설을 마련했는데 시청은 이를 무시하고 원주 하나님의 교회 등록 신도 수와 동일한 1000대의 주차시설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교회가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자 반려처분을 해버린 것이다. 이는 법령보다 과도한 기준을 적용해 반려처분을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국토부 고시 건축위원회 심의기준을 위반한 것”이라고 억울해했다. 교회 관계자는 “반면 원주시청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조건에서 건축허가를 신청한 다른 교회에 대해서는 규모가 훨씬 큰 데도 1000대 이상의 주차시설 요구나 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시정 요구 없이 일사천리로 건축허가를 내줬다. 법적으로는 물론이고 상식적으로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하나님의 교회 측은 “국토계획법 시행령 별표 1에 근거해 종교집회장은 기반시설을 유발하는 시설일 수는 있어도 기반시설은 아니므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56조에 의한 개발행위허가기준 별표 1의 2 마. 기반시설에 입각해 건축허가 신청을 반려한다’는 것은 명백한 행정 업무과실”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근거로 7월 29일 강원도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이 또한 기각됐다.

    강원도행정심판위원회는 결정문을 통해 ‘법정 주차 대수만으로 주차 문제 등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하나님의 교회 측)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이고 인근에 별다른 주차장 대지나 사설 주차장 등이 없는 점 등을 바탕으로 판단해보건대 교통혼잡 문제나 주차 문제 등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도로 상황과 교통여건에 비추어 교통체증이나 교통사고 같은 교통문제를 유발할 우려가 크고, 주변의 교통소통에 지장 초래가 충분히 예상된다’고 밝혔다.



    수상한 강원도 행정심판 기각

    하나님의 교회 측은 “법령이 요구하는 부설주차장 법정 대수의 2배 규모를 확보했음에도 강원도행정심판위원회는 비합리적이고 추정적인 근거를 들어 청구를 기각했다. 위원회의 재결에는 상당한 흠결 사항이 발견된다. 기각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지는 교회 측의 주장이다.

    “행정심판의 심판 대상은 위법한 처분뿐 아니라 부당한 처분도 해당된다. 행정심판법 제1조는 ‘이 법은 행정심판 절차를 통하여 행정청의 위법 또는 부당한 처분이나 부작위로 침해된 국민의 권리 또는 이익을 구제하고, 아울러 행정의 적정한 운영을 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재결 사례를 살펴보면 부당한 처분을 이유로 청구인 측의 주장을 인용한 예가 많다. 그런데 ‘원주시청이 하나님의 교회의 건축허가 신청을 반려처분하는 과정에서 건축법과 건축위원회 심의기준 등 법적 행정절차를 무시하고 부당한 처분을 했다’며 교회가 행정심판을 청구한 데 대해 강원도행정심판위원회는 행정처분 과정에서 절차상 부당함이 있었는지 여부는 전혀 판단하지 않았다. 원주시의 법 적용 오류 등 행정절차상 위법은 물론, 부당함이 존재함에도 이에 대해서는 전혀 판단하지 않아 행정심판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기각 이유로 내세운 주차와 교통문제도 교통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 원주시가 행정절차를 무시하고 반려처분에 이른 것은 명백히 부당한 행정심판으로 취소돼야 할 사항이다.”

    하나님의 교회 측은 “행정심판이 기각되면 3개월 이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면서 “행정소송 여부를 놓고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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