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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워드 신드롬’이 부끄러운 이유

  • 현택수 고려대 교수·사회학

‘워드 신드롬’이 부끄러운 이유

‘워드 신드롬’이 부끄러운 이유
미국 슈퍼볼 최우수선수에 하인스 워드가 선정되자 한국에 ‘워드 신드롬’이 일고 있다. 한국 국민과 언론은 워드와 그의 어머니를 극찬하고, 정부는 그에게 훈장 수여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슈퍼볼의 영웅이 한국의 영웅이 된 것은 워드에게 한국인 어머니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특히 워드가 어머니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로 어린 시절 가난과 어려움을 극복해 아메리칸드림을 이뤘다는 점은 국민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런 점에서 대중의 관심과 열광은 이해하지만, 한편으로는 워드 신드롬의 이면에 혹시 시대착오적인 자민족 중심주의가 작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혼혈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별문화를 볼 때 워드 신드롬은 우리 국민의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태도의 반영이라는 생각도 든다.

다인종, 다문화 사회인 미국에서 성공한 소수 인종의 혼혈 여부가 미국 국민을 놀라게 하거나 감동을 줄 만한 요소는 아닐 것이다. 워드의 몸에 흑인 피가 흐르고 있다고 해서 어디 흑인들만 열광했던가? 슈퍼 볼 영웅이 흑인계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이 미국 내에서도 어느 정도 사회적 의미를 갖기는 하겠지만, 그것은 우리 국민이 부여하는 것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다.

혜성처럼 등장한 슈퍼볼 영웅의 얼굴과 피부에 나타난 한민족의 특징을 무시하거나 외면하자는 말이 아니다. 워드의 인종적 특징만을 부각시켜 한민족의 자부심 내지 우월감을 느끼려고 하는 것은 왠지 떳떳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워드의 성공이 유대인처럼 자녀교육 방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이라면 몰라도, 오로지 핏줄 하나로 민족의 자긍심을 강조하는 것은 지나치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모친이 태국인이라고 해서 태국 국민들이 이처럼 티를 낼까? 선민의식이 강한 유대계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핏줄을 내세우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워드 신드롬은 한민족의 자부심이 아니라 오히려 열등감의 발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워드 신드롬의 이면에는 혼혈인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편견도 도사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혼혈인에 대한 우리 국민의 편견과 차별은 대단히 심하다. 흑인이나 동남아 인종과의 혼혈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경멸은 더욱 극심하다. 반면 사회적으로 성공한 혼혈인에 대해서는 관대하거나 찬사를 보내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워드에 대한 찬사도 그가 성공한 스포츠 스타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아닌가.

혼혈인 냉대와 편견 여전 … 국민들 현주소 반영

사실상 국내에서 인정받는 혼혈인들은 가수나 연예인 정도다. 절대 다수의 혼혈인들은 모진 차별과 냉대로 인권마저 침해받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혼혈인들은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교육과 고용 등에서 차별대우를 받고 사회적으로 소외돼 있다.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성장기의 혼혈아에게는 사소한 차별과 조롱도 큰 정신적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자식을 외국인학교에 보내려고 딸을 미국에서 낳은 가수 인순이 씨의 안타까운 마음을 우리는 얼마나 헤아릴 수 있는가.

우리 모두는 자신이 혹시 인종차별주의자는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외국어 학원가에서 흑인 강사는 학부모들의 반대로 강단에 설 자리가 없다고 한다. 학부모들이 강사의 능력보다는 피부색을 먼저 따지기 때문이다. 백인 강사를 선호하는 현상은 우리 스스로가 백인우월주의를 인정하는 인종 사대주의적 편견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개탄스러운 일이다. 세계화 시대에 민족 순혈주의에 젖어 있거나 특정 인종에 대한 노골적인 거부는 시대착오적이고 부끄러운 일이다. 워드 신드롬이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주간동아 2006.02.21 523호 (p96~96)

현택수 고려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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