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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前 주간동아

불법 정치자금 때문에 ‘명예 실추’

이건희 회장, IOC 위원 도전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불법 정치자금 때문에 ‘명예 실추’

불법 정치자금 때문에 ‘명예 실추’
“돈을 벌면 명예가 따르고, 명예를 얻으면 돈은 자연적으로 굴러 들어온다.”

예로부터 성공한 이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돈이면 돈, 명예면 명예 한 가지만 좇으라는 이야기다. ‘토끼 둘을 잡으려다가 하나도 못 잡는다’는 속담의 역설적 표현이기도 하다. 과욕은 삼가라는 이야기와도 통한다.

최근 5개월간의 외유를 접고 귀국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80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해 화제를 불러모았다. 이 회장이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내놓은 것은 아니다. 이 회장은 그동안 안기부 X파일로 불거진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과 함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의혹 등 각종 의혹에 휘말려왔다.

이런 의혹들은 모두 돈과 관련이 깊다. 돈으로 권력을 사려다가, 때로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경영상 효과를 얻으려다 벌어진 일들인 것. 이처럼 돈 때문에 실추된 명예와 신뢰를 돈으로 회복하겠다는 것인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

최소한 이 회장의 처남 홍석현 전 주미대사의 사라진 꿈은 되살리기 어려울 듯하다. 홍 전 대사는 한국 최초로 유엔 사무총장이 되기 위해 오랜 기간 노력해왔고 주변 여건도 성숙돼 그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하지만 X파일로 불거진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 사건은 그 꿈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아이로니컬한 건 10년 전 이 회장 자신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것. 1996년 2월15일자 주간동아에 이런 제목의 기사가 보도된 바 있다.

‘이건희 IOC 위원’ 다 된 밥에 재.

당시 대한아마추어레슬링협회 회장을 맡고 있던 이 회장은 전 세계 체육계 실세들과 교분을 쌓기 위해 자금과 시간을 쏟아부었고, 삼성그룹은 각국 IOC 위원들을 대상으로 전사적인 로비를 펼쳤다. 덕분에 이 회장의 IOC 위원 선임은 시간문제인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노태우 비자금 사건에 발목이 잡혀 이 회장의 도전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이 회장과 홍 전 대사, 두 사람 모두 ‘불법 정치자금’이라는 이름의 돈 때문에 꿈을 접어야 했던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모양이다.



주간동아 2006.02.21 523호 (p6~6)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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