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1

2005.11.22

비타민과 칼슘 ‘배추’로 총집합!

  • 이원종/ 강릉대 식품과학과 교수

    입력2005-11-21 08: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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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타민과 칼슘 ‘배추’로 총집합!
    최근 김치에 대해 말이 많다. 정부는 납 성분이 검출된 중국산 김치에 대해 안심하고 먹어도 좋다고 하더니, 며칠 후에는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발견되었다고 하니 소비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생각 같아서는 옛날처럼 배추를 직접 유기농으로 재배해서 김치를 담가먹고 싶지만 요즘처럼 바쁜 세상에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김장 배추는 보통 8월 중순에 모종을 심는다. 올해도 나는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배추 모종을 심은 뒤 벌레와의 전쟁을 치러야만 했다. 모종을 심은 뒤 며칠도 안 돼 배추벌레가 떡잎을 갉아먹어 버렸다. 농약을 뿌리지 않고 손으로 매일 아침저녁 벌레를 잡아주었지만 벌레의 번식을 막지는 못했다. 가끔씩 녹차 찌꺼기에 황설탕과 막걸리를 넣고 발효시켜 만든 발효액을 뿌려주었다. 이젠 모종이 살아나겠구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굼벵이가 뿌리를 갉아먹어 모종이 쓰러져버렸다. 부질없는 짓 그만 하라는 아내의 만류를 뿌리치고, 일부 죽은 모종 자리에 새로운 모종을 사다 심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그리고 날씨가 싸늘해져 더는 모종을 구할 수 없게 되면서 나의 배추 모종 심기도 끝이 났다. 듬성듬성 있는 배추밭을 바라보며 유기농으로 농산물을 재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됐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배추는 병원균이나 해충과의 싸움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만들어낸다. 생리활성 물질이라고 하는 이러한 물질은 식물체 자신도 보호하지만 사람 몸속에 들어오면 면역력을 증진시켜 질병에 잘 걸리지 않게 해주고, 또 몸 안의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제 작용을 해 암을 예방해주기도 한다. 따라서 비록 비료도 제대로 주지 않아 속이 꽉 차지 않고 잎이 옆으로 퍼져 볼품없으며 뻣뻣해도, 색이 진한 녹색 잎에는 엽록소 같은 여러 가지 생리활성 물질이 풍부하므로 겉잎도 버리지 말고 먹는 것이 좋다.

    김치 익으면 비타민 C 함량 더 늘어

    배추 100g에는 비타민 C가 40mg이나 들어 있는데, 겨울철에 과일과 채소를 먹기 힘들었던 시절에 배추김치는 훌륭한 비타민 C의 공급원이었다. 김치 속의 비타민 C 함량은 김치가 잘 익어 맛이 좋을 때 최대치가 되는데, 이때의 비타민 C 함량은 덜 익은 김치보다 두 배가량 많으며 김치가 시어지면 본래 양대로 줄어든다. 새우젓, 멸치젓 등을 넣어 발효시킨 김치는 겨울철에 섭취하기 어려운 필수아미노산 및 지방산을 보충하게 해주는 식품이다. 또 김치에 첨가되는 굴은 칼슘, 철분, 아연 등 무기질이 풍부해 식물성 식품의 섭취에서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보충해주기도 한다.



    김치에는 보통 200가지가 넘는 미생물이 들어 있어 인체에 필요한 각종 아미노산과 비타민을 만들어낸다. 특히 독특한 맛과 향기를 내는 유산균이 풍부하다. 유산균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장 속에서 유해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잡균 등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에 장수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유산균은 심장병의 유발과 관련 있는 콜레스테롤의 농도를 낮춰주고, 소화 과정에서 생긴 유해물질의 독성을 약화시켜 암 발생을 억제하는 데 기여한다.

    배추 100g에는 70mg 정도의 칼슘이 들어 있다. 칼슘은 뼈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무기질로 어린이, 임산부, 노약자 등 거의 모든 사람들이 건강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영양소다. 또 요즘 가공식품의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섬유소의 섭취량이 줄어들어 변비가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배추에는 섬유소가 많이 함유돼 현대인들에게 매우 좋은 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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