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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그림 형제: 마르바덴 숲의 전설’

마법과 동화의 나라로 초대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마법과 동화의 나라로 초대

마법과 동화의 나라로 초대
‘그림 형제: 마르바덴 숲의 전설’에서, 테리 길리엄은 80년대 말 그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떠났던 세계로 돌아온다. 시대는 18세기 말, 주인공은 이성의 시대를 방황하는 환상가들이다. 이 영화에서 그 환상가들은 바로 그림 형제다.

테리 길리엄의 ‘그림 형제: 마르바덴 숲의 전설’은 전기 영화가 아니다. 그렇다고 조지 팔이 만든 그림 형제 영화처럼 특수효과를 동원해 팬터지를 극도로 단순하게 왜곡시키면서 전기적 ‘사실’에 끼워맞춘 영화도 아니다.

야코프와 빌헬름 그림(영어로 만들어진 이 영화에서는 제이크와 윌이다)은 이 영화에서 가짜 괴물들과 마녀들을 이용해 한밑천 잡아보려는 사기꾼 퇴마사다. 그러던 어느 날 사기 행각이 들통 난 그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어린 소녀들이 한 명씩 납치되어 사라지는 마르바덴 숲으로 보내진다. 원래 목적은 마법을 조작한 사기 행각의 정체를 벗기려는 것이지만 어쩌랴. 그 숲에는 진짜 마법이 깔려 있었고, 어린 소녀들의 정기를 빌려 젊음과 아름다움을 되찾으려는 사악한 숲의 여왕이 살고 있었으니.

테리 길리엄은 그림 형제의 동화들을 그대로 이용하는 대신, 동화의 개별 요소들을 분해하고 해체한 뒤 자기네들이 마음대로 만들어낸 모험담 안에 끼워넣고 있다. 빨강 모자는 실종된 소녀이고 헨젤과 그레텔은 소녀들을 찾기 위해 숲 속으로 들어간 아이들이며, 마녀는 라푼젤이고 소녀들은 잠자는 숲 속의 미녀들이다. 그림 형제 역시 동화의 일부다. 제이크는 사기꾼에게 속아 마술콩과 소를 바꾼 바로 그 순진한 소년이다.

마법과 동화의 나라로 초대
테리 길리엄의 전작 ‘바론의 대모험’이 그렇듯, 이 영화도 몽상가의 승리에 대한 이야기다. ‘X파일’의 사기꾼 버전 멀더와 스컬리와 같았던 그림 형제는 마르바덴 숲의 마법 속에서 냉소주의와 회의를 버리고 마법과 동화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얻는다. 그러는 동안 이성의 나라 프랑스에서 온 정복자들은 그 마법 속에서 처참한 최후를 맞는다.



‘바론의 대모험’에서는 훌륭하게 쓰였던 이 같은 공식은 ‘그림 형제’에서 전작보다 약한 느낌이다. 이전 영화의 주제는 살아 있지만 믿음과 열성은 부족하고 이야기는 충분한 절정에 도달하지 못한다. 전체적으로 스토리는 난장판이고 생기가 부족하다. 만드는 사람들 역시 자신의 이야기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건 주제를 위반한 것이나 다름없지 않을까?

그러나 특수효과들과 미술은 언제나처럼 훌륭하고, 길리엄은 이들을 통해 그 특유의 고답적이고 괴상한 세계를 창조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와 여러 영화들을 함께 한 연기 파트너인 조너선 프라이스가 프랑스인 장군으로 잠시 등장하고 모니카 벨루치가 아름다운 숲의 마녀로 나오는데, 아마 많은 관객들에게 벨루치의 아름다운 모습은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가 되고도 남을 것이다.





주간동아 2005.11.22 511호 (p78~78)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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