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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교수’ 이원종의 거친 음식 이야기⑨

모과 “못생겼지만 몸엔 좋아요”

  • 이원종/ 강릉대 식품과학과 교수

모과 “못생겼지만 몸엔 좋아요”

모과 “못생겼지만 몸엔 좋아요”
우리 집 앞마당에는 오래된 모과나무가 한 그루 있다. 모과나무는 원래 건조한 토양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집 모과나무도 비가 오면 물이 흘러 내려가는 도랑 옆에 심어져 있다.

나는 이곳 농가 주택으로 이사 온 지 15년이 지났지만 모과나무에 대해서는 한 번도 신경 써본 적이 없다. 가을에 낙엽 질 때쯤 모과 열매가 떨어져 마당에 굴러다녀도 주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워낙 못생긴 데다 맛까지 없으니 주인의 시선을 끌 리 만무했다. 또 땅에 떨어진 모과는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에 차이기도 하고 으깨지기도 했다.

처음 몇 년 동안은 모과나무 잎에 진딧물이 끼여 나무 전체가 하얗게 돼버렸다. 간혹 모과나무 밑에 자동차를 세워두면 자동차까지 하얗게 돼 세차를 해도 진딧물이 좀처럼 제거되지 않아 당황한 적도 있었다. 진딧물로 인해 모과나무가 고생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긴 하지만, 그렇다고 달갑지도 않은 모과나무에 농약까지 뿌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런데 진딧물에 시달리던 모과나무가 어느 해부터는 자생력이 생겼는지 더 이상 진딧물이 끼지 않았다. 모과나무도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한 모양이다.

그런 수난 속에서도 모과나무는 해마다 적지 않은 열매를 맺었다. 못생긴 데다 벌레까지 먹어 볼품이 없는 탓에 방치하다 보니, 때로는 지나가던 사람들이 따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그냥 달라고 하기 미안했던지 한두 개만 팔면 안 되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럴 때면 나는 모과를 그냥 주곤 했다.

신진대사 돕고 피로 회복에도 효과



모과를 보면 네 번 놀란다는 말이 있다. 울퉁불퉁하게 못생긴 모습을 보고 놀라고, 자동차 뒤쪽이나 집 안의 장식장 위에 올려두면 향기로운 냄새 때문에 놀라고, 맛을 보면 시큼하고 떫은 맛에 놀라고, 얇게 썬 모과를 설탕이나 소주에 재어 차나 술로 만들어 먹으면 그 효능이 좋아서 놀란다는 것이다. 이는 모과가 사과·복숭아·배 등과 비교해보면 볼품이 없고 맛도 없지만, 효능이 좋은 과일이라는 뜻이다. 모과는 우리 인간들에게 ‘사람도 외모로만 평가하지 말고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더 아름다운 모습을 많이 찾을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과일이라고나 할까?

모과는 신맛과 떫은맛을 동시에 낸다. 신맛을 내는 성분은 유기산으로 2~3% 정도 들어 있는데 신진대사를 돕고 소화효소의 분비를 촉진시키며, 피로 회복에도 좋다. 떫은맛은 타닌 성분 때문인데, 타닌은 설사를 멎게 하고 갈증을 해소시켜 준다. 특히 설사를 할 때 모과를 먹으면 속도 편해지고 숙취도 풀어준다. 중국 명나라의 이시진이 지은 ‘본초강목’에 따르면, 모과는 주독을 풀어주고 가래를 제거하며 속을 편하게 해준다고 기술돼 있다.

모과에는 철분·칼슘 같은 무기질이 풍부해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해주며, 사포닌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간을 보호하고 술독도 풀어준다. 모과에는 비타민 C, 플라보노이드, 타닌 성분이 풍부해 감기 증상이나 기침, 가래에 효과가 있다. 또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춰주어 혈관을 튼튼하게 해주는 구실도 한다.

모과는 그냥 먹기에는 맛이 없으므로 가공해서 먹는다. 얇게 썬 모과에 설탕을 적당히 넣고, 소주를 부어 서늘한 곳에서 2~3개월 숙성시키면 모과주가 된다. 또 모과와 설탕의 비율을 5대 5로 해 재워두면 모과차가 된다. 모과차를 따뜻하게 해서 마시면 편도선염과 기침, 천식에 좋다. 특히 환절기에 목감기로 고생할 때 모과차를 마시면 효과가 있다.





주간동아 2005.11.08 509호 (p82~82)

이원종/ 강릉대 식품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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