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9

2005.11.08

스윙보다 마음을 점검하라

  • 이종현/ 골프칼럼니스트 huskylee1226@yahoo.co.kr

    입력2005-11-02 15: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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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리는 10월7일 귀국하면서 골프 클럽을 아예 가져오지 않았다. 지긋지긋한 슬럼프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클럽을 미국에 두고 온 것이다. 처음 있는 일이다. 군인이 훈련장에 총을 갖고 가지 않는 것과 같다. 그리고 해설자로 나섰다. 박세리는 골프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했다.

    신한동해오픈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대표하는 남자 프로골퍼 삼총사가 귀국했다. 미 PGA(남자프로골프협회) 크라이슬러클래식에서 우승하고 귀국한 최경주, 일본 상금랭킹 2위 허석호, 미국 무대서 활동하는 나상욱을 만나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을 들어봤다. 아마추어들도 새겨들을 만한 삼총사의 슬럼프 탈출 방법을 소개한다.

    나상욱

    슬럼프에 빠지면 진짜 화가 난다. 그리고 조급해진다. 그러나 기다리면서 해결해나가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본다. 슬럼프에 빠지지 않으려면 늘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스코어보다는 멋진 샷을 생각하고, 잘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이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다릴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하다. 적당한 시간을 두고 내 스윙 방법과 마음을 뒤돌아보면 반드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결국 슬럼프의 가장 큰 원인은 가슴, 즉 마음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슬럼프 때는 스윙을 점검하기보다 자신의 심리 상태를 먼저 체크하는 것이 좋다.

    최경주



    올 상반기부터 최근까지 긴 슬럼프에 시달렸다. 스폰서를 바꾼 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던 것 같다. 여기에 퍼팅까지 난조를 보여 힘든 한 해였다. 그런데 얼마 전 위창수 프로에게 퍼팅을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그는 손목을 쓰지 않고 가슴으로 한다고 했다.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진리지만 그동안 가슴으로 퍼팅해야 한다는 걸 잊고 있었다. 이후 퍼팅이 좋아졌다. 결국 슬럼프를 벗어나는 길은 자신이 잊고 있었던 기본을 되찾아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리듬이라는 생각이 든다. 리듬은 매일 다르다. 늘 같은 시간에 골프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몇 시에 잤느냐, 몇 시에 일어났느냐 등의 환경 요소가 크게 좌우한다. 따라서 골프는 최상의 컨디션, 즉 최상의 리듬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마음을 다잡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일본투어에서 상반기 상금랭킹 1위를 달리다가 하반기에 상금랭킹이 급격하게 내려앉은 적이 있다. 체력이 소진했고 이는 슬럼프로 이어졌다. 처음엔 슬럼프에 대해 화가 났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그것은 성적으로 나타났다.

    슬럼프를 탈출하기 위해선 체력과 여유가 있어야 한다. 골프는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제 스윙이 나오지 않는다. 체력을 충전하면서 여유를 가진다면 좀더 빨리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여기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많이 생각하며, 긍정적인 사고를 가질 때 다시 전성기의 스윙이 찾아온다. 골프를 철저하게 즐길 수 있다면 아마도 고민하던 슬럼프는 아마추어일수록 더욱 쉽게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달라진 것이 있다면, 컨디션이 나쁠 경우 어떤 대회든 간에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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