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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기형아 … 백혈병 … 허튼소리 말라”

“중·저준위 방폐장 자연 방사선 수준 … 20년에 걸친 안전성 논쟁 이젠 끝내야”

  • 송명재/ 원자력환경기술원 원장·보건물리학 박사

“기형아 … 백혈병 … 허튼소리 말라”

“기형아 … 백혈병 … 허튼소리 말라”

1986년 대형화재 사고를 일으킨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후 모습. 방폐장은 원전과 달리 화재사고가 날 수 없다.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방폐장)에 대한 안전성 논란으로 전국이 떠들썩할 때, 우리나라가 낳은 세계적인 과학자 황우석 교수가 동료 교수들과 함께 방폐장을 관악산에 유치할 수도 있다고 주장해 반향을 일으켰다. 과학자로서 방폐장의 안전성을 확신한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이처럼 대다수 과학기술자들은 중·저준위 방폐장에 대해서만큼은 안전성을 확신하지만, 일부 환경단체 등은 여전히 “핵은 죽음이고, 방사선에 조금만 노출돼도 기형아를 낳는다”며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면서 과거 발생한 원전 종사자 아내의 무뇌아 사산 사건과 체르노빌 사고를 들먹인다.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

영광 원전 1호기가 가동에 들어간 지 채 3년이 안 되던 1989년 7월28일, 이 원전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한 젊은이의 아내가 무뇌아를 사산했다는 보도가 터져나왔다. 무뇌아 사산의 원인이 아버지가 원전에서 받은 방사선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정밀조사 결과 아버지는 원전에서 방사선을 전혀 받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원전 종사자 체르노빌 사건 환경단체 주장 “사실무근”

의학적으로도 방사선 때문에 무뇌아가 발생했다는 기록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무뇌아 출산은 보통 양수과다증 산모한테서 발생하는데,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신생아 1000명당 한두 건 정도로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무뇌아 사산 보도가 나온 지 일주일 뒤쯤인 8월4일 원전에서 일주일간 방사선 작업을 한 사람의 아내가 기형아를 출산하자 또다시 방사선이 원인일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사실을 밝히기 위해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정밀검사에 들어갔다. 그 결과 기형아 출산의 원인은 방사선이 아닌 경증의 뇌성마비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임신한 시점이, 남편이 원전에서 방사선 작업을 한 때보다 8개월 앞선 사실도 밝혀졌다. 따라서 남편이 받은 방사선이 태아에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은 인정될 수 없었다.

이보다 앞선 1986년 4월 옛 소련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사고도 방폐장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러나 체르노빌 사고로 나온 방사선 양은 방폐장이나 원전에서 나올 수 있는 방사선의 몇천 배에서 몇만 배가 넘는다. 어찌 됐든 초대형 사고인 것이다.

9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전문가들은 체르노빌 사고 결과를 종합해 ‘체르노빌, 그 후 20년’이라는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방사선으로 인한 선천성 기형아 발생은 단 한 건도 없고, 인근 주민들의 백혈병 발병률도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 환경단체 등이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결과라며 제시한 기형아 사진은 사실무근임이 밝혀진 것이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은 역사상 ‘최악의 방사선 피폭’이라 할 수 있다. 그때 원폭 피해자를 대상으로 방사선 영향 조사를 한 미 국립위원회(BEIR)도 최종 보고서에서 ‘원폭 피해의 생존자들을 정밀 조사한 결과 방사선으로 인해 선천성 기형아가 발생했다는 명확한 근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중·저준위 방폐장에서는 원폭이나 체르노빌 원전사고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자연 방사선 수준의 방사선이 나올 뿐이다. 따라서 이것으로 인해 기형아가 태어나거나 백혈병이 발생한다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방사선 안전성 문제는 세계적인 보건물리학자들이 설정한 일정한 제한치에 의해 해결하고 있다. 방사선 제한치는 방사선의 영향을 측정하는 단위인 mSv(밀리시버트)로 표시된다. 지구상에 사는 모든 사람은 싫든 좋든 연간 자연으로부터 오는 2∼3mSv의 방사선을 받는다.

보건물리학자들은 X-레이 사진을 한 번 찍으면 보통 0.1mSv의 방사선을 받는다고 본다. 중증 환자의 경우 정밀검사를 받을 때 여러 장에서 수십 장의 X-레이 사진을 찍는데, 그렇다고 그 환자의 상태가 더 나빠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전 강국 한국 … 방사선 전문가 말 믿는 것이 합리적

보건물리학자들은, 일반인들은 여기에 연간 1mSv의 방사선을 더 받아도 된다는 개념으로 방사선 제한치를 설정해놓았다. 의학적으로 1년에 이 정도의 방사선을 받아도 인체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1년에 X-레이 사진을 스무 번 정도 더 찍어도 건강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IAEA는 중·저준위 방폐장에서 나오는 방사선의 영향을 연간 0.3mSv 이하가 되도록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운영하고 있는 중·저준위 방폐장에서 나오는 방사선은 IAEA의 규정보다 훨씬 낮은 연간 0.01mSv 이하인 것으로 확인됐다. 제한치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런 까닭에 방폐장 때문에 기형아가 나온다는 주장은 의학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 방폐장 때문에 백혈병 환자가 늘었다는 주장 역시 전혀 근거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제 ‘도마뱀 알이 방사선을 쪼여 고릴라 같은 괴물이 되었다’든지, ‘체르노빌 사고로 임산부가 밤에 빛을 내는 야광 아기를 낳았다’든지 하는 혹세무민(惑世誣民)은 없어져야 한다.

한국은 30년간 원전을 다뤄온 원전 강국이다. 현재 전국의 4개 원전 단지에서 수천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고, 이 단지에는 중·저준위 방폐물이 임시 저장돼 있다. 이제 19년을 끌어온 중·저준위 방폐장에 대한 소모적인 안전성 논쟁은 끝내야 한다.

병에 대해서는 의사의 말을 믿어야 하듯, 방사선에 대해서는 방사선 전문가의 말을 믿는 것이 합리적이며 올바른 생각이다.



주간동아 2005.11.08 509호 (p30~31)

송명재/ 원자력환경기술원 원장·보건물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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