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6

2005.08.02

다시 살아나는 돌부처 명성

이창호 9단(흑) : 옥득진 2단(백)

  • 정용진/ 바둑평론가

    입력2005-07-29 09: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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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살아나는 돌부처 명성
    올 들어 극심한 부진을 보였던 이창호 9단이 최근 7연승을 올리며 빠른 속도로 되살아나고 있다. 1986년 입단한 이래 그가 기록한 통산 승률은 77.5%(1259승 361패). 실로 엄청난 기록이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승률이 61%(19승 12패)에 그치면서 이창호 시대의 종언을 논하게 했다. 하지만 최철한 9단을 2대 0으로 꺾으며 전자랜드배를 차지한 데 이어, 무명 도전자 옥득진 2단에게 서전을 빼앗기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던 왕위 도전기도 3대 1로 마무리지으면서 건재를 과시했다. 특히 왕위전은 “꼭 지키고 싶었던 타이틀”이라고 말할 만큼 애착이 컸다. 결국 이번에 방어함으로써 그는 10연패 기록을 세웠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창호 9단은 여전히 태산 같은 위용으로 서 있다.

    도전자로 나선 옥득진 2단. 내친김에 ‘옥황’의 권좌에까지 오르려 했으나 상대는 역시 천하의 이창호였다. ‘장면도’ 백1·3으로 나가 끊는 수에서 도전자의 넘치는 패기를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흑4로 젖힌 다음 6으로 슬쩍 끊은 수가 노련한 투우사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가령 ‘참고도1’ 흑1·3으로 젖혀 이을 경우 백4 때 다음 A와 B의 공격이 눈에 보인다. ‘참고도2’ 흑▲의 끊음이 절묘한 이유는, 만약 백1에는 흑2·4로 돌려친 뒤 6으로 파고드는 수가 있고 ‘참고도3’처럼 백1로 물러선다면 흑2를 선수한 뒤 4로 살아버리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완전하게 살아두면 흑▲석 점의 타개는 어렵지 않다. 결국 백은 ‘장면도’ 7 이하로 변화를 구했으나 흑10에 붙이며 하변을 타개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244수끝, 흑 2집 반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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