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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광장|이부록 개인전-2005 탐구생활 부록 1/2

단순한 기호 픽토, 유쾌한 상상

  • 김최은영/ 독립전시기획자

단순한 기호 픽토, 유쾌한 상상

  • 작가 이부록이 작품에 차용하는 이미지는 픽토그래픽들이다.
  • 더 이상 쪼개질 것이 없을 만큼 픽토는 단순화된 기호지만, 머리가 핵으로 표시된 이 픽토 속에 드러난 사회의 모습은 난(亂)하기만 하다.
단순한 기호 픽토, 유쾌한 상상

존립평면.

이미지와 기호에 대한 학습이 잘된 현대인은 화장실 문 앞에서 주저하지 않는다. 남자는 남자 그림 찾아 들어가고 여자는 여자, 주로 치마 입은 사람 그림을 따라 들어간다. 외국에서도 남녀 화장실만큼은 쉽게 구분한다.

사회생활을 통해 의사소통 방법을 학습한 인간은 표지 모양으로 대표되는 ‘픽토그래픽’(이하 픽토)이 전달해주는 의미를 빠르게 이해하고 있으며, 픽토의 명령어에 쉽게 동의하기 때문이다.

작가 이부록이 작품에 차용하는 이미지는 바로 이 같은 픽토들이다. 여기에 렌티큘러(빛의 굴절과 두 눈의 시각 차이를 이용해 보이는 각도에 따라 다른 이미지의 효과를 얻는 것)를 더해 사용한다. 따라서 그의 픽토는 고개와 눈을 움직일 때마다 새로운 사실을 보여준다. 인간의 욕망과 사회가 작은 각도의 움직임 하나로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내듯 말이다.

마치 도로로 바뀐 듯한 전시장 입구부터 이 익숙한 기호는 우리의 뒤통수를 치듯 거꾸로 매달려 있다. 더구나 사람으로 치면 머리가 있어야 할 부분에 느닷없이 중앙선에 선 다른 픽토가 보였다 안 보였다 한다. 고개를 갸우뚱가우뚱하며 보였다 안 보였다를 반복하는 픽토를 찾아내다 보면 드디어 뇌가 움직인다. ‘왜?’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인간은 진화의 마지막 모습으로 직립보행을 획득했다. 그 이후의 진화는 어떻게 가능할까?



핸들을 잡고 있는 인간의 모습이 자동차의 가속 페달을 밟으며 내달린다. 이 무서운 속도는 결국 픽토의 다리를 비정상적으로 변이시켜 버린다. 동족인 다른 픽토들의 저항도 피할 수 없다. 저항과 변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인간이 얻으려 한 것은 무엇인가. 작가는 ‘탈출’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무엇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서 필요한 속도인가.

인간 신체를 자동차의 기관으로 대치시켜 작가 이부록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욕망’과 ‘이기심’. 그리고 ‘관계’의 문제다. 중앙선을 사이에 두고 나뉘는 도로처럼 그것은 언제나 분리될 수 없는 관계를 이루고 있다.

더 이상 쪼개질 것이 없을 만큼 픽토는 단순화된 기호지만, 머리가 핵으로 표시된 이 픽토 속에 드러난 사회의 모습은 난(亂)하기만 하다. 언제나 공사 중인 현대 도시의 일상처럼 크레인의 높은 사다리가 얽혀 있다. 그러나 고개를 갸우뚱해서 시점(視點)을 바꾸면 난초 한 포기가 보인다(‘난개발’). 견고해 보이는 공사장 철골 위에 안전모도 쓰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픽토들은 불안한 노동의 현장을 노골적으로 지적한다. 불꽃놀이는 마치 축제 같지만, 그 불꽃처럼 픽토들은 소리 없이 사라진다. 이들은 ‘나’를 잃은 나의 모습을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기호 픽토, 유쾌한 상상

커넥팅 로드와 탈출 속도(위부터).

‘생존 경쟁’이라는 단어가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 유래한다는 데서 영감을 받은 이부록은 바다에서 진화했지만 직립보행을 유지하지 못한 인간이 바다에서 할 수 있는 행위란 역시 우스꽝스런 헬멧을 쓰고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아닌가 하고 상상한다(‘존립평면’).

이부록의 픽토들은 인간사에 대한 유쾌한 패러독스이며, 그가 제공하는 이미지는 본편이라기보다는 ‘부록’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의 넘버링도 2가 아닌 1/2이다. 더 작은 단위지만,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다는 게 작가의 뜻이다. 그렇다면 작가 이부록이 본편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을 찾는 일이 전시장을 찾은 감상자의 ‘탐구생활’ 목표가 될 것이다. 혹시 어린이를 위한 전시가 아니냐고?

“탐구생활은 학창시절, 특히 방학 기간에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에서 전시를 기획했다”는 것이 작가의 말이다. 8월2일까지. 아트스페이스 휴(02-333-0955)



주간동아 2005.08.02 496호 (p50~51)

김최은영/ 독립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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