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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락에서 ‘줄기세포’ 찾았다?

소광섭 교수팀 미세입자 ‘산알’의 줄기세포 여부 확인 중 … 한의학의 신비 베일 벗기기 박차

  •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경락에서 ‘줄기세포’ 찾았다?

경락에서 ‘줄기세포’ 찾았다?

최근 침이 뇌를 자극함으로써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이 뇌영상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한의학의 다양한 치료 중 핵심은 침술이다. 병의 증세에 따라 몸의 특정 부위에 침이나 뜸을 놓으면 치료가 필요한 장기에 그 효과가 나타난다. 이때 침이나 뜸을 놓는 자리가 경혈(經穴)이고, 그 자극을 온몸의 장기에 전달하는 통로가 경락(經絡)이다.

지금까지 침술의 효과와 경혈 및 경락의 존재는 베일에 싸여 있었는데, 최근 한국 과학자들이 이를 한 꺼풀씩 벗기고 있다. 침술 효과는 뇌영상 연구로, 경혈과 경락의 존재는 해부학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한때 서양인들은 침술이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가짜 약이지만 환자로 하여금 진짜 약을 먹은 것처럼 믿게 해 나타나는 정신적 효과)’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년 전 미국국립보건원은 침이 임상적으로 효과가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에 이른다.

실제로 경혈·경락을 통한 한의학적 치료는 현대 서양의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만성질병, 면역기능 장애 등의 치료에 좋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서양의학과 달리, 수술을 하거나 약물을 복용하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생체 기능을 조절할 수 있어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침술 효과를 뇌 과학으로 설명하려는 과학자가 바로 뇌영상 분야의 세계적 석학 조장희(69) 박사다. 미국 얼바인의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조 박사는 뇌영상을 통해, 침이 결국 뇌를 자극함으로써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아내 학계에 큰 충격을 몰고 왔다.



조장희 박사는 뇌영상 통해 침 효과 확인

2004년 여름,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장으로 한국에 영구 귀국한 조 박사는 10여년간 침술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연구한 결과를 최근 집대성해 스웨덴 신경학 전문지 ‘악타 뉴롤로지카’에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몸에 상처가 나면 이 정보는 감각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고, 뇌에서는 상처 부위에 염증을 없애라는 반응을 보낸다는 것. 조 박사는 이 사실에 주목, 침술이 이 같은 방식으로 몸에 작용할 것이라는 데 착안해 종합적 가설을 세우기에 이른다.

가설의 골자는 침의 자극이 신경을 통해 뇌로 가고 이 신호가 뇌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호르몬시스템, 자율신경시스템, 신경계에 영향을 줘 통증과 염증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조 박사는 뇌영상 연구로 이런 가설을 만들었다. 그리고 조 박사팀은 통증만 있을 때는 뇌에서 통증 관련 부위가 활성화되지만 침을 놓으면 이 부위가 활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뇌영상으로 확인하기에 이른다. 조 박사는 “침은 위장병을 포함한 통증, 중풍을 일으키는 혈관염증, 스트레스 등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서양의학에서는 경혈이나 경락에 대해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다. 무엇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해 논의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고 있다. 서울대 물리학과 한의학물리연구실의 소광섭 교수가 경락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해부학적 조직을 잇달아 발견하고 있다.

경락에서 ‘줄기세포’ 찾았다?

가천의대 조장희 박사.

소 교수는 흰 쥐 혈관 내부에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투명하고 가느다란 관이 존재한다는 연구 성과를 지난해 미국 해부학 전문지 ‘해부학기록’ 5월호에 발표했다. 그는 이를 1960년대 북한학자 김봉한이 처음 발견한 경락(봉한관)이라고 추측했다.

김봉한은 191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제대(서울대의 전신) 의학부를 졸업한 뒤 6·25전쟁이 발발하자 월북했다. 북한에서 평양의대 생리학 강좌장, 경락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61년부터 5년간 경혈과 경락의 실체에 대한 논문 5편을 발표해 중국을 비롯한 당시 공산권 국가에서 커다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김봉한은 상세히 그림을 그려가며 경혈과 경락의 해부학적 모습을 밝히고 그 작동이 미세입자인 ‘산알(살아 있는 알이란 뜻)’에 의해 주도된다는 ‘봉한학설’을 정립했다. ‘봉한학설’에 따르면 몸 곳곳에 경혈(봉한소체)과 경락(봉한관)이 그물망을 이루며 연결돼 있다. 김봉한이 발표한 논문 5편이 소 교수팀의 주요 참고자료다.

최근에는 토끼의 소장과 대장, 방광 표면에서도 이 관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논문은 올해 미국 ‘해부학기록’ 5월호의 표지를 장식했다. 이는 미국 해부학자들이 볼 때도 소 교수팀의 연구성과가 매우 흥미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 결실 땐 줄기세포 간편하게 추출

연구팀은 토끼 장기 표면에서 혈액이나 투명한 림프관과 섞여 있는, 머리카락 절반 두께의 봉한관을 찾기 위해 유전자를 붉게 물들이는 특수한 염색법을 동원했다. 김봉한은 이전에 봉한관을 따라 산알이 흘러다니는데 그 안에 유전자가 있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장기 표면을 염색하자 가느다란 관 사이에 붉게 물든 산알이 관찰된 것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산알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다. 소 교수는 “산알이 유전자를 가진 것으로 볼 때 새로운 종류의 세포라고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만일 경락이 실재하고, 침을 맞을 때 경락 안의 산알이 상처 부위로 몰려가 치료한다면 산알은 현대과학의 개념으로 ‘줄기세포’일 가능성이 있다. 줄기세포는 인체의 모든 장기로 자랄 수 있는 만능세포로 알려져 있다.

현재 소 교수팀은 산알이 줄기세포인지를 확인하는 연구에 착수한 상태다. 아직까지 과학자들은 줄기세포를 배아, 탯줄, 성인의 골수에서 뽑아내고 있다. 소 교수팀의 연구가 좋은 결실을 맺는다면 줄기세포를 훨씬 간편하게 추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주간동아 2005.07.26 495호 (p78~79)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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