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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의사가 사람 잡네!

호주, 돌팔이 수입 의사들로 인한 사고 빈발…인도 출신 파텔 씨 8명 숨지게 하고 ‘줄행랑’

  • 애들레이드=최용진/ 통신원 jin0070428@yahoo.co.kr

외국인 의사가 사람 잡네!

외국인 의사가 사람 잡네!

인도 출신 의사 제이얀트 파텔 씨가 근무한 분다버그 병원(아채)과 그의 잘못된 의료 행위를 고발한 신문기사(위 왼쪽). 한 소녀가 파텔 씨의 잘못으로 숨진 희생자의 사진을 들고 있다.

호주 퀸즐랜드 주에 살고 있는 미셸 아치(49) 씨는 요즘 새벽마다 심한 복통에 시달린다. 하지만 아치 씨는 진료 예약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그녀가 다니는 동네 병원의 의사들 중 절반 이상이 외국에서 온 의사들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호주에서 교육받고 충분한 경험을 쌓은 의사를 만날 수 있는 차례가 올 때까지 계속 진료 예약을 미룰 작정이다.

호주가 의료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해마다 1000여명의 외국인 의사를 받아들이는데 대부분의 영어에 능숙한 인도인이다. 요즘에는 한국인 의사들도 호주로 옮겨 오는 추세다. 올해만 해도 10명 정도의 한국인 의사가 들어왔다.

그런데 최근 일부 외국인 의사들의 잘못된 의료 행위로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환자들, 외국인 의사의 진료 노골적 거부

외국인 의사가 사람 잡네!
호주 모나시대학 연구팀이 2004년 하반기에 작성한 ‘호주 대도시와 시골의 의료 상황 실태’ 보고서는 “외국인 의사들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의대 졸업장과 경력서뿐”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들의 실력을 확실하게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충고하고 있다.



임시비자로 호주에 들어와서 영주권을 취득하려는 외국인 의사에게는 호주의료협회가 주관하는 ‘표준의료 적성시험’이 면제되기 때문에 이들의 의료 실력을 검증할 방법이 사실 없다. 그런데 이들이 의료사고를 심심찮게 내고 있어 외국인 의사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진 상태다.

이런 의료사고는 도시보다 시골에서 더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의료 환경이 더 열악한 탓이다. 시골병원 응급실의 경우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외국인 의사들이 호주 의료진의 도움 없이 자기 나라에서 하던 방식대로 수술을 해 의료사고를 내는 경우가 심심찮게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 의사들의 정직성 문제도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가짜 의대 졸업장과 경력서를 가지고 호주에 들어와 버젓이 수술까지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한 예가 호주 퀸즐랜드 주 분다버그 병원에서 2년 동안 외과 주치의로 일한 인도 의사 제이얀트 파텔 씨 사건이다. 파텔 씨는 호주에 오기 전, 2년 동안 미국에서 의사로 일한 것처럼 경력을 속였다. 경찰은 ‘파텔 씨가 수술을 잘못해 무려 89명의 환자가 사망했다’는 혐의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는데,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그중 8명이 파텔 씨의 치명적 실수로 사망했다. 그러나 파텔 씨는 현재 미국 오리건 주로 도망간 상태다. 파텔 씨는 기초적인 진료조차 하지 않은 채 수술을 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6월29일 조사위원회에 출두한 병원 동료인 신장전문의 피터 미아치 씨는 “파텔 씨는 환자에게 마취도 하지 않은 채 가슴에 구멍을 뚫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수술 피해자들도 그의 엽기적 수술 행각을 밝히고 나서 사건의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6월30일에는 린다 파슨 씨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렸다. 파슨 씨는 오른쪽 아랫배에 심한 통증을 느껴 2003년 12월 파텔 씨에게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파텔 씨가 ‘탈장’이라며 수술했던 부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돼 곪기 시작했다. 결국 그녀는 파텔 씨에게 재수술을 받았는데, 재수술을 하면서 파텔 씨는 어떠한 마취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재수술 뒤에도 수술 부위의 염증은 낫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악화되어 수술 부위에서 피가 나자 파슨 씨는 병원을 다시 찾았다. 당시 그녀를 진찰한 견습 의료생은 큰 문제가 아니라며 수술 부위를 팩으로만 감싸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의사 확보 위해 의대 정원 확충 등 안간힘

이처럼 의사가 했다고 믿기 어려운 만행이 진상위원회를 통해 알려지자 파텔 씨에게는 ‘미스터 데스(Mr. Death)’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일파만파로 퍼져나가는 가운데 서(西)호주의 주도인 퍼스에서도 2년 6개월 동안 48명의 환자를 엉터리로 수술해 사망에 이르게 한 외국인 의사들이 적발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같은 일부 외국인 의사들의 잘못된 의료 행위는 다른 외국인 의사들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호주의료협회가 주관하는 표준의료 적성시험을 당당하게 통과한 ‘제대로 된’ 의사들도 외국인 의사라는 이유로 ‘문제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 진료 예약을 할 때 외국인 의사가 배정되면 그 자리에서 진료를 거절하며 욕설까지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외국인 의사라면 무조건 사이비 의사로 취급하는 ‘마녀사냥’의 양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호주의 많은 의료전문가들은 “외국인 의사보다 의료 시스템 자체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외국인 의사들을 철저하게 검사한 뒤 현장에 배치했다면 파텔 씨 사건과 같은 일은 예방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파텔 씨로 인해 피해를 본 환자와 유족들은 파텔 씨를 고소했을 뿐만 아니라 분다버그 병원 측에도 환자 1인당 500만 호주달러의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언론들도 “의료 인력이 갈수록 부족해지는 실정이지만 언제까지 외국에서 의료 인력을 들여올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찾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무자격 외국인 의사들 때문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퀸즐랜드 주정부가 내놓은 해결책은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리고, 의대생들에게 수업료를 전액 보조해주는 것이다. 7월1일 퀸즐랜드 주정부 피터 비티 총리는 “골드코스트 그리피스대학에 신설된 의과대학 신입생들에게 등록금 전액을 보조해주기로 결정했으며, 앞으로 5년간 235명의 의과생을 더 뽑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장학금 조항에는 한 가지 단서가 있다. 졸업 후 퀸즐랜드 주 병원, 특히 의사가 부족한 시골 지역에서 10년간 근무하는 것에 동의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그동안 지급받은 등록금을 전액 모두 반환해야 한다.

외국인 의사 자격도 대폭 강화된다. 처음 2년 동안은 호주 출신 전문의료진들이 외국인 의사의 의료지식과 수술 실력을 철저하게 시험하게 된다. 처음 몇 달 동안은 환자들을 직접 진료할 수 없으며, 인형을 이용해 시술 실력을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영어 시험도 더욱 강화된다. 그러나 사후약방문 격인 이런 정책으로 땅에 떨어진 외국인 의사들에 대한 신뢰가 과연 회복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주간동아 2005.07.26 495호 (p72~73)

애들레이드=최용진/ 통신원 jin007042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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